[6월을 맞으며] 찾아온 6월의 눈부신 행복

기사입력 2016-05-10 10:29 기사수정 2016-06-22 12:55

지난 5월, 집집마다 활짝 피어 올랐던 카네이션 꽃들이 아쉬운 눈빛으로 저만큼 자취를 감추고 그 남은 향내마저 시들어 뒹굴 때쯤이면 부서진 꽃잎들은 흐린 미소로 전해온다. 또다시 6월의 꽃들은 정녕 눈부심이라고 나지막하게 내 귓가에 희망을 담고 속삭여온다.

장하다. 내 딸들아! 그리고 앞으로도 화이팅!

내게는 두 딸이 있다. 그리고 그 딸들은 6월이 되면 한아름의 장미꽃으로 내게 남은 열정을 태워주는 불씨가 된다. 그들이 가져다 주는 행복선물에 나는 고여 드는 눈물로 하늘 우러러 깊은 감사를 드린다. 어느 부모나 자식에게 최선을 다하고 그 자식이 잘 되기를 소원하지만 이 서서히 타오르는 계절, 그것들은 분명 그 아름다운 어떤 보석보다 빛나고 귀한 인생의 값진 선물이리라.

우리 가족은 많은 어려움과 고통을 격은 시련의 시간들이 많았다. 나라의 경제위기와 함께 닥쳐온 가정의 몰락, 그 여파의 빈털터리로 도피해야만 했던 이민생활, 어린 나이에 겪어야 했던 이산가족의 아픔, 낯설기 만한 이국 땅에서 살아남기 위한 수단으로 겪어야 만 했던 수많은 고통들, 그 상처들은 피나는 눈물로 파고들어와 뼈 속으로 스미는 칼날이었다. 험난한 절벽아래 낭떠러지 위기의 고통을, 우리는 어쩌다 상봉하는 가족이었지만 그리움의 빛깔로 채워진 가족이라는 힘으로 빛나는 기회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온몸으로 발버둥을 쳤던가.

다행히도 아이들은 긍정의 힘으로 열심히 잘 버티어 주었고 그 초라하고 가난했던 상처들은 이제 얼룩진 추억으로 남아 삶의 한 페이지를 장식해 주었다. 그리고 이제 그 힘겨웠던 돌덩이 들은 멋진 유학생활로 탈바꿈하여 어엿하고 당당한 여의사들이 되어 사회에 공헌을 하고 있다. 이 어찌 더한 빛나는 기쁨이 있으리오.

우리의 삶이 때론 아무리 견디기 힘들다 해도 지독한 고통과 함께 견디어 냈기에 지나고 보면 그래도 견뎌 낼 만했었다고 그리고 참아낸 만큼 또 하나의 찬란한 눈부신 행복으로 우리 곁에 머물러 주기에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가 말이다. 살면서 찾아오는 순간의 기쁨을 또 누릴 수 있기에 그 어떠한 고통도 더 견뎌 나갈 수 있을 것이리라. 또한 그 기쁨 눈물은 기도로써 간절히 갈구했던 부모의 마음이었기에 더 값지게 솟아 날것이다.

나를 모르는 사람들은 너무나 쉽게 말한다. 물 안주고 너무도 잘 자라주었다고 말이다. 어느 어떤 나무가 물 안 먹고 자랄 수 있단 말 인가. 나는 그저 회심의 미소로 답할 뿐이다. 언젠가 시간과 침묵이 말해줄 것을 기대할 뿐이다. 부모와 자식 그 관계가 뭔지는 아직 잘 모르지만 언제나 부모는 자식 잘 되기만을 위해 온몸을 불사르고 자식은 이 다음 언젠가 또 부모가 되었을 때 아마도 그 때쯤이면 부모마음 어미마음을 이해하게 될 테니까 말이다.

내 생일이 담긴 6월이 찾아오면 두 딸들은 호텔 부폐로 프랑스 레스토랑으로, 가난해진 어미를 끌고 다니며 명품으로 포장시키고 그 화려한 선물 아름다운 유혹으로 나를 초대 한다. 이제는 나이 들고 시들어진 어미에게 카네이션 보다 따뜻한 마음으로 잔잔한 가슴에 불씨를 댕겨준다. 누군가 말했듯이 행복은 누구에게나 자기 안에 웅크리고 앉아 언제고 주인님이 꺼내어 줄 때만을 얌전히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나는 또 나의 그날이 오면 내 안에 잠자고 있던 행복들을 끄집어 내어 아주 찬란하게 환한 빛으로 말하고 싶다.

다시 찾아온 6월의 눈부신 행복이라고.

그리고 그 강하게 퍼부어대던 낯 설은 소나기의 위기 속에서 훌륭한 꽃으로 피어나준 내 아이들에게 고마움의 박수갈채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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