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랑 탄생 100주년 기념 연극 ‘햄릿’

기사입력 2016-08-02 15:16 기사수정 2016-08-02 15:16

▲이해랑 탄생 100주년 기념 연극 ‘햄릿’ 포스터. (박혜경 동년기자)
▲이해랑 탄생 100주년 기념 연극 ‘햄릿’ 포스터. (박혜경 동년기자)
살아가면서 참으로 경륜이 중요하다는 걸 알았다. 어떤 일에 연륜이나 경험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절실히 느끼게 해 주었다. 필자는 연극이나 영화, 뮤지컬, 오케스트라, 오페라 공연을 좋아해서 기회 되는대로 열심히 찾아다니고 있다. 그중엔 대작 무대도 있고 대학로 한 귀퉁이의 작은 소극장도 있다. 아무리 작은 규모의 연극이라 해도 무대장치가 있고 장면이 바뀌면 내용에 맞는 무대를 보여준다.그런데 무대에 어떤 장치도 없이 오로지 조명 하나와 배우들의 연기만으로 펼쳐진 연극이 이렇게 감동을 주고 마음을 뿌듯하게 하는지 놀라운 경험을 했다.

오늘 필자는 장충동 국립 해오름극장에서 연극 한 편을 보았다. 연극 제목은 널리 알려진 ‘햄릿‘이다. 너무나 유명하고 내용을 잘 알고 있는 연극이어서 별 기대가 없었는데 출연진이 대단했다. 근래 보았던 뮤지컬이나 연극에 아이돌 가수의 출연이 많아서 신선함으로 그것도 재미있게 봤지만, 오늘 연극엔 중견 배우들의 대거 출연이다. 필자의 그리운 젊은 시절 전성기에 이들도 전성기로 널리 이름을 떨친 배우들이어서 더욱 반가운 마음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이들은 아직도 연극계에선 전설로 불리는 사람들이다.

한국 연극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이해랑씨가 있다. 이미 타계하신 지 26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후학 양성 사업을 통해 한국 연극의 발전에 큰 공헌을 하는 사람이다. 이해랑 씨 탄생 100주년이 되는 올해, 업적을 기리기 위해 이해랑 연극 상을 받은 대한민국 연극계 거장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햄릿을 맡은 유인촌을 비롯해 오필리아 윤석화, 박정자, 손숙, 정동환, 전무송, 김성녀, 권성덕, 손봉숙 씨 등 중후한 배우들이 모여 이해랑 씨를 추모하기에 적합한 작품으로 ‘햄릿’을 선택했다. 연극 햄릿은 1951년 이해랑 씨 연출로 국내에서 처음으로 공연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이해랑 씨 생전 마지막 예술혼을 불태웠던 작품도 햄릿이었다고 한다. 윌리엄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이고 이해랑 씨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공연으로 ‘햄릿’은 최적이었을 것이다.

시간이 되어 연극이 시작되어도 무대가 썰렁했다. 아무것도 장치가 없었다. 그저 유인촌 햄릿이 나와 독백을 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는데 무대 위에 아무런 꾸밈이 없어도 시간이 갈수록 무대가 꽉 차는 느낌을 받았다. 권성덕 씨는 같이 연습했지만, 사정이 있어 참여하지 못하고 다른 분이 대신 한 외에 9명의 배우만으로 감동과 희열을 느낄 수 있는 멋진 무대를 보여주었다. 햄릿 유인촌 씨만 한 역을 맡았고 다른 분들은 여러 배역을 맡아 연기한 점도 재미있었다. 참 이상하다. 화려한 장치나 소품 하나 없이도 이렇게 완벽한 감동을 줄 수 있는 배우들의 역량이 놀랍기만 하다.

무대 위라서인지 아마 나이도 꽤 들었을 듯한 배우들이 모두 멋지고 아름답다. 유인촌은 예전 드라마 전원일기의 농촌 회장님 댁 순박한 둘째 아들 모습 그대로 젊어 보인다. 한 분 한 분 개성 있고 완벽한 연기로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인데도 극에 몰입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참으로 배우들의 경륜이 돋보이는 연극이었다.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햄릿의 쓸쓸한 독백이 오래도록 귓가에 남았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더 궁금해요0

관련 기사

  • 월클플레이, 벤처기업 인증 획득 기념 축하콘서트 개최
    월클플레이, 벤처기업 인증 획득 기념 축하콘서트 개최
  • 국립정동극장 예술단, K컬처 첫 번째 이야기 ‘소춘대유희’
    국립정동극장 예술단, K컬처 첫 번째 이야기 ‘소춘대유희’
  • “가을, 문화생활의 계절”…10월 문화소식
    “가을, 문화생활의 계절”…10월 문화소식
  • 아메리칸 팝아트와 함께하는 ‘한국 오티즘 작가 초대전’
    아메리칸 팝아트와 함께하는 ‘한국 오티즘 작가 초대전’
  • 향사 박귀희 기리는 ‘순풍에 돛 달아라 갈길 바빠 돌아간다’ 공연
    향사 박귀희 기리는 ‘순풍에 돛 달아라 갈길 바빠 돌아간다’ 공연
저작권자 ⓒ 브라보마이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브라보 스페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