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이 꿈이라면 지금 도전하라

기사입력 2016-08-22 18:21 기사수정 2016-08-22 18:21

▲'무역이 꿈이라면 지금 도전하라' 책 표지. ((강신영 동년기자)
▲'무역이 꿈이라면 지금 도전하라' 책 표지. ((강신영 동년기자)
한국무역협회 창립 70주년 기념, ‘2016 생생(生生)무역수기 공모전’ 수상작을 책으로 만들었다. 필자가 본 책 중에 가장 고급의 두툼한 아트지로 140쪽의 그럴싸한 책자이다. 여기 필자도 원고를 보내고 우수상을 수상했다.

무역협회는 필자와 인연이 있다면 있는 단체이다. 실질적인 도움을 받은 일은 없으나 몇 년전 무역협회 아이디어 공모전에 공동세무사 제도를 제안하여 1등 수상을 한 적이 있다. 또한 댄스스포츠를 실습이 아닌 이론 강의를 처음으로 한 곳이다.

수상작들을 읽어 보니 각자 생생한 경험담들이라 재미있어서 순식간에 읽게 되었다. 사막에 난로를 판 얘기, 막걸리를 수출 한 얘기, 비행기로 납기를 단축한 얘기 등은 한편의 드라마 같았다.

수상자 중에는 중소기업의 대표가 많았다. 아무래도 주인의식을 갖고 뛰자면 사장이 직접 해야 한다. 대학생들도 많았다. 취업 스펙을 위해서 중요한 경험을 한 것이다. 정식 직원이 아니므로 책임은 없고 의욕이 불 탈 때이니 물불 안 가리고 일을 성사시키려 했을 것이다.

필자도 대학교 전공이 무역학과이니 무역에 남다른 의욕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무역은 신나는 일이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해외 바이어로부터 주문이 날아들고 주문량도 큰 편이다. 젊은 날 그렇게 보낸 편린들이 지금은 자랑스러운 추억으로 남아 있다.

이 책의 구성은 세 부분으로 되어 있다. 제 1장은 해외시장에서 통하는 마케팅은 다르다, 제 2장 무역이 꿈이라면 도전하라, 제 3장 수출 비결은 이런 것이다. 세 부분에 각각 최우수상이 있고 3개~4개 정도가 우수상이다.

필자의 원고가 우수상으로 맨 마지막에 실려 있다. 이 얘기는 겨우 막차를 탔다는 얘기도 된다. 하긴 무역 현장을 떠난 지가 20년 정도 되는데 옛날 일로 한 몫 끼려니 그나마 운이 좋은 셈이다. 다른 사람들 원고는 일단 무역협회의 도움을 받아 수출 길을 열었고 무역협회의 존재를 부각시켜준 원고가 많다. 필자는 무역협회는 언급도 안 했으니 사실 수상 자격이 없을지도 모른다.

다만, 필자의 경험이 다른 무역인들에게 참고가 되어 수출에 도움을 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응모하게 된 것이다.

필자의 원고는 스키장갑을 만들어 수출하던 시절 얘기이다. 미국의 바이어에게 장갑을 만들어 보냈는데 스리랑카에 처음 공장을 세우고 만든 제품들이라 품질에 문제가 많았다. 한번은 장갑의 외피와 내피 사이에 방수 목적으로 넣은 비닐 막이 접착 불량으로 손가락이 빠지는 현상이 생겨 클레임이 걸렸었다. 주사기로 시너를 주입해서 접착을 강화하려고 시도했으나 샘플 수준이라면 몰라도 대량 물량을 그렇게 하기에는 무리라는 결론을 내고 반송해서 수선해서 보낸 일이다. 그 때 이후로 비닐 막은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고 손가락 끝에 여분의 팁을 만들어 아예 미싱으로 박아준다.

두 번 째 얘기는 역시 같은 공장 제품으로 같은 바이어의 클레임이었다. 장갑의 손가락이 똑바로 펴져 있지 않고 안쪽으로 다 구부러져 있어서 팔기 어렵다는 클레임이었다. 일단 바이어에게 날아가서 미안하다는 뜻을 전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했으나 난감했었다. 몇날 며칠을 바이어와 같이 지내다 보니 친해져서 같이 스키도 타러 가고 낮술도 마시게 되었다. 어느날 시내 스포츠용품 숍에 들렀는데 다른 회사 제품들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약간 씩 안쪽으로 손가락이 돌아가 있는 것을 본 것이다. 순간적으로 사람의 손은 원래 인체공학적으로 안쪽으로 약간 휘어 있을 때가 가장 자연스럽고 편하다는 생각이 들어 설득 작전에 들어갔다. ‘인체 공학적’이라는 얘기가 먹혀들었다. 일단 팔아 보고 안 팔리는 제품은 더 만들어 보충해주겠다고 했다. 그 해 겨울은 유난히 추워서 클레임 걸렸던 제품들은 재고도 없이 다 팔렸다. 그 다음 해부터는 아예 손가락이 안쪽으로 휜 곡지 형태로 대량 주문이 들어 왔다. 이 일은 필자가 고려 성종 때 서희 장군이 거란을 상대로 담판하여 강동 6주를 찾아 온 일에 비견되어 승진에 결정적인 도움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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