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는 무엇을 배우고자 했나

기사입력 2017-04-04 14:54 기사수정 2017-04-04 14:54

학창 시절 제법 각오하고 공자의 <논어(論語)>를 뒤적였던 적이 있다. 지금은 거의 생각나는 구절이 없지만, 첫 문장은 기억한다.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說乎)’라는 문장이다. 당시 해석에는 “배우고 때로 익히니 어찌 기쁘지 아니하랴”로 되어 있었다. 그때 우리는 학교에 다니고 있었고 늘 배우고 익혔으나 재미는 별로 없다고 생각하며 넘어갔다.

선생님들이 이 구절을 인용하며 “봐라! 공자님도 이렇게 열심히 공부하셨는데 너희는 왜 그렇게 공부를 안 하니?”라고 나무라시면 그저 우리가 잘못했으려니 하고 열심히 공부할 각오를 다지곤 했다. 말하자면 공자님도 우리처럼 입시 공부를 하셨을 것으로 생각했다는 말이다. 그런데! 요즘 와서 가만히 생각해보니 당시에는 대학입시가 없었을 텐데 도대체 공자는 무슨 공부를 그렇게 열심히 했다는 말인가?

이런 엉뚱한 생각을 하게 된 것은 필자가 나이 환갑을 넘기면서부터다. 공자님이 60세의 나이에 ‘이순(耳順)’이라는 의미를 붙이신 이유가 무엇일까를 곰곰이 헤아리다가 나온 위대한(?) 의문이었던 셈이다. 그러니까 공자님이 나이에 붙인 의미들이 논어 첫 구절의 내용과 은밀히 상통하고 있다는 깨달음에 이르렀다는 말이다.

공자님은 나이에 따른 학문의 과정을 언급하며 15세에 ‘지우학(志于學)’ 하고, 30세에 ‘이립(而立)’ 했으며, 40세가 되니 ‘불혹(不惑)’ 하게 되고, 50이 되니 ‘지천명(知天命)’ 했으며, 60세에는 ‘이순(耳順)’의 경지에 이르고, 70세가 되니 ‘종심소욕, 불유구(從心所慾, 不踰矩)’라고 일렀다.

어릴 땐 이런 의미들을 학문하는 사람의 십계명인 줄로 이해하고 한번 그대로 해보려고 달려들었다가 30세가 지나면서 대부분의 열정이 ‘이립’도 못하고 시들고 말았던 아픈 기억이 있다. 그러니 ‘불혹’이니 ‘이순’이니 하는 말들이 제대로 다가올 리 없었다. 그저 40세가 되면 바람을 안 피우게 되나보다 하는 정도로 이해하고 기다렸을 뿐이다.

그런데 환갑을 지나면서 이런 의미들이 특별하게 다가왔다. 다시 공자가 한 말뜻을 더듬어보니 사람이 살면서 깨달아가는 삶의 지혜라는 생각이 들었다. 필자는 나이 60을 넘기면서 조금씩 인간을 이해하게 되었다. 옛날 같으면 발끈하게 만들었을 말도 조용히 듣게 되고 요즘 유행어로 “그럴 수 있지” 하며 넘기게 되더란 말이다. 이게 바로 ‘귀가 순해진’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40이 되면 남의 말에 쉽게 흔들리지 않아야 하고, 50세 정도면 자신이 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 정도는 알아야 할 게 아닌가. 다시 말하면 철이 든다는 뜻이겠지. 70세가 되어 마음 가는 대로 행동해도 도덕 법칙에 맞는다는 말은 그 나이가 되면 지혜로운 경지에 올라 세상을 통찰하고 남을 좇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창조해가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된다는 말이 아닌가.

그러니까 공자님 시대에 입시가 있었던 것이 아니니 그의 공부 주제는 바로 ‘세상 공부’, ‘사람 공부’였던 셈이다. 인간을 이해하는 것보다 어려운 일이 또 무엇이 있겠는가. 김형석 교수가 70이 넘으니 인생을 알게 되더라는 말이 비로소 이해가 됐다. 지금까지 우리는 평생 인간을 공부해온 것이며 이 공부가 경지에 오를 때 노년이 행복할 수 있으리라는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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