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사진

기사입력 2017-06-07 09:19 기사수정 2017-06-07 09:21

▲오래도록 기억될 가족사진을 바라보니 마음이 따뜻해진다(박혜경 동년기자).
▲오래도록 기억될 가족사진을 바라보니 마음이 따뜻해진다(박혜경 동년기자).
얼마 전 아들이 가족사진을 찍어 벽에 걸자고 했다.

그러고 보니 가족사진이 아들 초등학교 졸업 때 세 식구가 함께 찍은 사진과 유명 사진관에서 세 딸 가족이 친정 부모님과 함께 찍은 사진밖에 없었다. 액자 하나 끼우는 데 비용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 예쁜 손녀도 커가니 하나쯤 만들어 걸어도 좋을 것 같아 그러자고 했는데 아들의 속마음이 따로 있었던 걸 알게 되었다. 남편이 몸이 좀 아프다는 소리를 듣고 더 늦기 전에 가족과의 추억을 사진으로 남겨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 얘기를 들으니 우리를 기억해주려는 아들의 마음이 기특하기도 했지만, 가슴이 서늘해지면서 슬픈 마음이 들기도 했다. 우리를 사진 속에서나 봐야 하는 날이 점점 다가오는 걸까? 하는 마음에서였다. 그래도 아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컸다.

지금 거실에 걸려 있는 가족사진은 친정 식구들과 찍은 사진이다. 액자 속엔 그리운 아버지도 계시고 그 옆엔 젊은 시절의 엄마가 웃으며 앉아 있다. 필자의 아들이 10살쯤이니 필자의 나이가 30대, 엄마는 50대 후반이었을 것이다. 미소를 띠고 있는 엄마의 모습이 참으로 젊고 싱그러워 보인다. 이제 80대 중반을 넘어선 친정엄마는 자꾸 다치고 아픈 곳이 많아졌다. 친정엄마의 환하고 젊은 모습을 보니 사진은 역시 건강하고 젊을 때 남겨놔야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관에 촬영 예약을 했다는 말을 들은 뒤부터 걱정이 되었다. 벽에 걸어놓고 오며 가며 보게 될 텐데 마음에 들지 않게 나오면 어쩌나 하는 염려 때문이었다. 뭘 입어야 할지, 화장은 어떻게 해야 할지, 자잘한 것들이 신경이 쓰였다. 아들은 생긴 대로 나올 테니 미리 걱정하지 말라고 너스레를 떨어 필자를 웃겨주었다. 그래도 거실 벽에 걸 건데 실물보다 잘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필자는 사진 찍히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어디를 가든 카메라를 준비한다. 친구들은 멋진 경치나 예쁜 사물을 찍는데 필자는 필자 모습이 들어가지 않은 사진은 흥미가 없어 꼭 필자를 넣고 찍어달라고 한다. 필자가 예뻐서가 아니고 사진을 보면 그날의 즐거웠던 감정을 고스란히 돌이켜볼 수 있어서 좋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친구들은 언제부터인가 사진 찍는 걸 싫어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모아놓은 사진도 서서히 처분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한다. 자신들이 죽고 없을 때 자식들이 사진 처리에 부담을 가질 것 같아 미리 없앤다고도 한다. 사진을 보물처럼 간직하고 있는 필자로서는 이해가 안 되는 이야기다.

필자는 10여 권의 앨범에 넣어둔 사진 말고도 커다란 상자 안에 정리하지 않은 사진이 가득하다. 시간 날 때 들여다보면 각 사진마다 특별한 기억들이 딸려 나오고 그때를 회상하며 행복에 잠기기도 하니 사진은 필자에게 기억의 보물창고임이 확실하다.

이제는 놀러 가거나 여행지에 가도 친구들에게 기념사진 찍자는 말을 하지 않는다. 대신 눈치 보며 찍어달라고 한다. 하지만 예전과 달리 요즘은 사진이 예쁘게 나오질 않는다. 나이 먹은 건 생각하지 않고 왜 이렇게 못생겼냐며 한숨이니 참 철도 없다.

그 전에는 10장 찍으면 10장 모두 맘에 들었다. 그러다 점점 마음에 드는 사진이 줄어들었고 급기야 요즘에는 한두 장 건지기도 어렵다. 그래도 그 한두 장 때문에 필자는 아직도 열심히 사진을 찍는다. 사진은 잊고 싶지 않은, 즐거웠던 일들을 고스란히 기억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예약한 날 우리 가족은 사진을 찍었다. 손주가 플래시 터지는 게 무섭다며 울어대서 애를 먹었지만 무사히 촬영을 마쳤고 한 달쯤 걸려 단란한 모습의 가족사진을 받았다. 이제까지 걸려 있었던 친정 식구와의 사진을 안방으로 옮기고 그 자리에 새 액자를 걸었다. 오래도록 기억될 가족사진을 바라보니 마음이 따뜻해지고 미소가 절로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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