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요금제도 개선 먼저 하자

기사입력 2018-04-21 15:49 기사수정 2018-04-21 15:49

서울시는 전철·버스·택시 대중교통요금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전철무임이 퍼주기 복지라며 여느 때처럼 도마 위에 올랐다. 하지만 어르신은 전철무임은커녕 오히려 요금폭탄을 맞고 있다. 국가는 2배로 전철무임을 보상해 국민혈세를 낭비하고, 어르신은 버스요금을 일반인보다 2배로 부담한다. 문제는 전철·버스요금 환승할인제를 도입하면서 어르신의 교통요금에 환승할인을 적용하지 않는 교통당국의 ‘정책오판’에서 비롯됐다.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우리나라 대중교통은 전철·버스요금 환승할인을 시행하면서 국민복지의 꽃을 피웠다. 서울시민이 전철과 버스를 1구간 1회 환승할 경우를 보자. 전철에서 버스로 환승하면 전철 1250원, 버스 ‘0’이 찍히고, 버스에서 전철로 바꿔 타면 버스 1200원, 전철 50원이었다. 전철요금 638원, 버스요금 612원 식으로 환승할인한 1250원이 교통요금 총액이었다. 행복했던 어르신의 어제다.

65세가 되면 전철무임 ‘어르신교통카드’를 발급받는다. 교통요금이 절반 수준으로 당연히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다. 전철요금은 ‘0’으로 버스요금은 1200원으로 찍혔다. 교통요금청구서를 받아서 자세히 살폈다. 교통요금 총액이 예전과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버스요금이 과거보다 2배 수준이었다. 전철요금만큼 버스요금으로 자리만 바꿨다. ‘전철무임 하나마나’다. 어르신들의 서글픈 오늘이다.

청구서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612원이었던 버스요금이 일반인 승차 때보다 588원 더 많은 1200원 청구됐다. 전철무임보상액 1250원을 합하면 2450원이다. 교통요금이 일반인 2배다. 전철무임은커녕 요금폭탄이다. 어르신 교통요금을 절반 수준으로 감액한다고 했던 계획은 흔적도 없다. 밤잠을 설쳤다. ‘이게 국민복지냐?’ 하고 소리치고 싶었다.

전철요금이 궁금해 교통당국에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2011년부터 7년간 일반인의 전철요금 638원보다 2배 많은 1250원을 국가예산으로 철도사업자에게 6510여 억 원 보상했다. 전철요금을 일반인처럼 638원꼴로 계산했다면 절반 수준인 3200여 억 원의 혈세를 절감할 수 있었다. 나라가 노인복지예산을 엉뚱한 곳에 ‘퍼주기’ 하는 현장이다. 이런 속도 모르고 시민은 ‘노인 전철무임 폐지하자’고 한다. ‘우리 전철 공짜 아냐’라고 말하고 싶을 만큼 슬픔을 참을 수 없다.

노인복지법은 어르신의 전철 전액무임을 규정했다. 하지만 현실은 근거도 없는 1200원을 버스요금이라며 먼저 징수한다. 달랑 50원 4%가 실질적 무임이다. 교통당국의 주장대로 전철·버스요금을 각각 1250원, 1200원으로 인정해보자. 현행 교통요금 1250원에서 전철 요금을 먼저 공제해야 100% 전철무임이 된다. 버스요금을 한 푼이라도 징수하면 노인복지법 위반이다. 자가당착이다. 어르신의 버스요금을 1200원이라 주장할 수 없는 이유다.

국가가 10년이 넘도록 어르신들을 차별하고 있다. 현행 불법 어르신 교통요금제를 폐지하고, 일반인과 동일한 전철·버스 환승할인을 적용하면 모든 문제가 한 방에 해결된다.

교통요금 인상하기 전에 이 문제를 한시바삐 개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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