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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무리의 상징, ‘귀뚜라미[蟋蟀]’
- 2017년은 참으로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다. 아울러 2015년부터 3년간 써온 필자의 한문 산책 역시 마무리할 때가 되었다. 그동안 필자의 칼럼을 읽어주신 독자들에게 지면을 빌려 감사를 드리며 한 해를 마무리 짓는 시제를 골라봤다. 한 해를 마무리 짓는 시로서 가장 오래된 작품은 무엇일까? 중국의 가장 오래된 시가(詩歌) 문학을 대표하는 ‘시경(詩經)’에서 세모의 시는 바로 당풍(唐風)의 첫머리를 장식하는 ‘실솔3장(蟋蟀三章)’이다. ‘실솔(蟋蟀)’이란 귀뚜라미를 의미하는데, 3장으로 이루어진 이 시의 제1장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
- 2018-01-06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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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당(未堂)과 추사(秋史)
- 우리나라에는 예로부터 이름을 중시하는 경명(敬名) 사상이 있었다. 따라서 이름은 군사부(君師父)가 아니면 함부로 부를 수 없었다. 이에 따르는 호칭상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웃어른들이 자(字)를 지어주었는데 이렇게 지어진 ‘자’도 친구 등 가까운 사이가 아니면 부를 수 없었으므로, 누구나 편하게 부를 수 있는 호칭이 별도로 필요해 만들어진 것이 호(號)다. 호는 자신이 직접 짓는 자호(自號)가 있고, 친구나 스승이 만들어주는 경우도 있었다. 또한 당호(堂號)라 하여 선비들이 사는 집의 호칭, 나아가서 그 집에 살고 있는 주인의
- 2017-12-20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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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벽대전의 허(虛)와 실(實)
- 세상에는 허구의 사실이 진실로 받아들여지는 사례가 왕왕 존재한다. 중국 역사상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바로 에 나오는 적벽대전(赤壁大戰)이 아닐까 한다. 호풍환우하는 제갈량의 화공(火攻)에 의해 무참히 무너진다는 조조의 80만 대군, 그 진실은 무엇일까? 정사(正史) 에는 적벽의 전투를 기록한 글이 모두 다섯 군데 등장한다. , , , ,
- 2017-09-25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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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식의 칠보시(七步詩)
- 를 읽어보면 79권에 조조(曹操)의 사후, 그의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은 죄를 물어 위(魏) 문제(文帝)로 등극한 조비(曹丕)가 자신의 친동생이자 정적인 조식(曹植)에게 일곱 걸음 안에 시를 짓지 못하면 죄를 묻겠다는 장면이 나온다. 그리고 바로 그 유명한 조식의 ‘칠보시(七步詩)’가 나온다. 그런데 이 칠보시의 원작자에 대해 아직까지도 논쟁이 있다. 조식이 활동하던 건안(建安) 시대에는 칠보시 같은 오언시(五言詩)가 아직 자리 잡지 못한 시기였다. 게다가 정사(正史)인 와 조식의 사후 편
- 2017-08-28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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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조의 인재 등용
- 우리나라에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서 외교 및 정국이 급속도로 정상화되어가고 있다. 한편 내각이 구성되는 과정에서 새 대통령은 상당히 광범위한 인재풀을 활용하는 모습이다. 인재 등용에 관한 한 역사상 가장 과감했던 이가 바로 삼국지의 영웅, 조조(曹操)다. 그는 인재를 구하는 칙령을 세 차례나 발표했는데 특기할 점은, 신분 고하를 막론하고 능력 제일주의로 사람을 뽑을 뿐 그 사람의 청빈함이나 덕성 등은 보지 않겠다는 내용이었다. 예컨대 그는 건안(建安) 8년에 발표한 경신령(庚申令)에서 이러한 과감한 인재 등용 시책을 펴는 이유에
- 2017-06-22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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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늦봄
- 늦은 봄을 노래한 시 중 필자가 좋아하는 시는 두보(杜甫)의 ‘곡강(曲江)’이다. 이 시는 두보가 47세 되던 AD 758년 늦은 봄, 좌습유(左拾遺) 벼슬을 할 때 지은 작품이다. 좌습유라는 벼슬은 간언(諫言)을 담당하던 종8품의 간관(諫官)이다. 당시 그는 오랫동안 알고 지내온 재상(宰相) 방관(房琯)이란 사람이 죄목을 뒤집어쓰고 파면되는 일이 발생하자 ‘죄가 가벼우니 대신을 파직함은 옳지 못합니다(罪細,不宜免大臣)’라는 상소를 올린다. 그러자 숙종(肅宗)은 매우 노하여 삼사(三司)를 시켜 두보를 문초하게 한다. 이때 재상 장
- 2017-05-29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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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절함을 노래한 시, 두 번째
- 중국 절강성(浙江省) 소흥(紹興)에는 심원(沈園)이란 명소가 있다. 중국 남송시대 때 부자였던 심씨 소유의 아름답고도 거대한 정원인데, 이 정원 입구에는 계란 모양의 둥근 바위가 둘로 쪼개져 있는 조형물이 서 있다. 가서 살펴보면 ‘단운(斷雲)’이란 행서체 글자가 한 자씩 새겨져 있다. 이게 무슨 뜻일까? 바로 부부간의 정을 뜻하는 ‘운우지락(雲雨之樂)’을 끊어버린다는 뜻으로, 사랑하는 부부였지만 헤어지지 않을 수 없는 슬픈 사연을 형상화한 것이다. 이곳은 바로 중국 남송시대의 유명한 애국시인 육유(陸游, 1125~1210)의
- 2017-03-20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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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목분장(朽木糞牆)’
- 를 보면, 수많은 공자의 제자가 나오지만 그중 재여(宰予)만큼 특이한 인물은 없다. 를 읽어보면 공자가 제자에 대해 험담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나의 예외가 있는데, 그게 바로 ‘후목분장(朽木糞牆)’의 일화에 나오는 예다. 재여가 낮잠을 자자, “썩은 나무는 조각을 할 수 없고, 썩은 담장에는 칠을 할 수 없다”와 같은 심한 말로 나무라는 장면이 나온다. 왜 성인(聖人)인 공자가 이런 심한 말을 했을까? 자세한 내막은 알 길이 없지만, 를 살펴보면 약간의 유추를 할 수 있다. 에는 재여가 공자와 논쟁을
- 2017-10-27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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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망시(悼亡詩), 사별한 아내를 그리워하는 마음
- 사람이 가잘 절절한 아픔을 느낄 때는 바로 사랑하던 사람을 잃은 순간이 아닐까? 옛날 중국에서는 엄격한 유교적 전통이 살아있어 남녀 간의 사랑을 드러내는 것을 천시했다. 그러나 아내가 죽었을 경우만큼은 그 절절한 심정을 마음껏 표현할 수가 있었는데, 이를 도망시(悼亡詩)라 불렀다. 이 도망시의 원조인 시가 바로 서진(西晉)시대 반악(潘岳)의 3수다. 반악은 자가 안인(安仁)으로, 서진시대 육기(陸機)와 더불어 쌍벽을 이룬 최고의 문인이었다. 중국 역사상 가장 빼어난 미남으로 보통 두 사람을 꼽는데, 한 사
- 2017-05-08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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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절함을 노래한 시, 첫 번째
- 인생을 살아갈 때 우리는 슬픔을 겪는다. 그런데 그 슬픔이 극에 달한 절절함은 이별(離別)할 때 나타난다. 이별의 슬픔을 노래한 시로는 중국 위진남북조시대 강엄(江淹)의 ‘별부(別賦)’를 최고로 친다. 암담하여라… 혼(魂)이 다 녹아나는 건, 오직 이별 외에 또 다른 것이 또 있을까! … 고로, 이별이란 정서(情緖)는 하나이지만, 이별하는 사연은 만 가지라네… 봄풀이 푸르게 싹을 틔우고, 봄물이 맑은 물결 일으킬 때에, 사랑하는 임을 남포(南浦)로 보내면, 그 가슴 찢어지는 아픔을 어떻게 하리오! … 이처럼 이별의 상
- 2017-02-23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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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뛰어난 신하는 물러날 때를 안다
- 현 정권의 요직을 담당했던 사람들이 영어(囹圄)의 몸이 되어 카메라 앞에 서는 모습을 보는 마음이 편치 않다. 역사상 정말로 뛰어났던 신하들은 충심을 바쳐 모시던 주군이 천하를 호령하는 자리에 오르면, 오히려 표표히 초야로 떠나 횡액을 피한 사례들이 전해진다. 중국의 춘추시대, 월(越)나라는 오(吳)나라와 국가의 존망을 건 사투를 수십 년간 벌였다. 월나라는 중국 역사상 가장 드라마틱한 반전을 성공시키고 마침내 오나라를 멸망시키며 중원의 패자(覇者)로 올라서게 된다. 당시 오나라를 멸망시키는 데 가장 큰 공헌을 했던 두 명의
- 2017-01-20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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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유년(丁酉年)
- 글하태형 전 현대경제연구원장 2017년이 밝아온다. 새해는 정유년(丁酉年)이다. 십이간지(十二干支)상 유(酉)는 닭에 해당하므로, 새해는 닭의 해이다. 우리는 흔히 酉자를 닭과 연결해 생각하지만, 사실 한자의 기원으로 거슬러 올라가 살펴보면 닭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한자이다. 따지고 보면 십이간지를 나타내는 열두 글자가 동물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글자들이었다. 이 십이지를 쥐[子] 소[丑] 범[寅] 토끼[卯] 용[辰] 뱀[巳] 말[午] 양[未] 원숭이[申] 닭[酉] 개[戌] 돼지[亥] 등 열두 마리의 동물과 결
- 2016-12-22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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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란법과 청백리(淸白吏)
- 한국 사회가 고질적인 부패 때문에 드디어 김영란법이란 충격적 요법을 도입하였다. 고대 사회는 공직의 부패가 훨씬 광범위할 수밖에 없었고, 따라서 공직사회의 청렴을 그리는 열망도 당연히 높을 수밖에 없었다. 중국 서진(西晉)시대 육운(陸雲)이란 시인은 시 에서 매미의 다섯 가지 덕을 다음과 같이 노래하였다. “머리 위에 갓끈 무늬가 있으니 그것이 곧 문(文)이요, 기를 머금고 이슬을 마시니 그것이 곧 맑음[淸]이며, 기장과 피를 먹지 않으니 그것이 곧 청렴[廉]함이고, 거처함에 집을 지어 살지 않으니 그것이 곧
- 2016-11-01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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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동파의 ‘적벽부(赤壁賦)’
- 가을을 대표하는 중국의 명문장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글이 바로 ‘적벽부’이다. 이 문장을 두고 역대로 수많은 사람이 칭송을 끊이지 않았다. 그중 가장 이 문장을 잘 논평한 글로 평가받는 글은 소동파 이후 약 200년 뒤의 사람인 송나라 사첩산(謝疊山)이 쓴 인데, 다음과 같은 내용이다. “…그 능려(凌)하고도 표일(飄逸)한 말들은 한마디라도 불 피워서 밥해 먹고 사는 사람의 말과 같지 않다. 이 문장을 읽노라면 사람들로 하여금 낭풍(風)을 타고 올라 바다를 건너 봉래산(蓬萊山)으로 가는 기상을 깨닫게
- 2016-10-06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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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 등화가친의 독서 철
- 올 여름의 혹서(酷暑)는 유별났다. 하지만 ‘욕서수절란(溽暑隨節闌)’이라고 했던가. 찌는 듯한 무더위도 결국은 계절을 따라 끝나갈 수밖에 없고, 가을은 찾아오기 마련이다. 흔히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 부른다. 가을을 독서와 연관시킨 유명한 글로는 당나라 때의 문인이자 정치가요,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의 일인인 한유(韓愈)가 아들 ‘부(符)’에게 지어준 일종의 권학문(勸學文)인 ‘부독서성남(符讀書城南)’이 있다. 당시 고위관료였던 한유는 당나라 수도인 장안의 남쪽[城南]에 별장이 있었던 모양이다. 과거 시험을 준비하는 아들에게 한
- 2016-08-30 10: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