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를 읽어보면 79권에 조조(曹操)의 사후, 그의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은 죄를 물어 위(魏) 문제(文帝)로 등극한 조비(曹丕)가 자신의 친동생이자 정적인 조식(曹植)에게 일곱 걸음 안에 시를 짓지 못하면 죄를 묻겠다는 장면이 나온다. 그리고 바로 그 유명한 조식의 ‘칠보시(七步詩)’가 나온다. 그런데 이 칠보시의 원작자에 대해 아직까지도 논쟁이 있다. 조식이 활동하던 건안(建安) 시대에는 칠보시 같은 오언시(五言詩)가 아직 자리 잡지 못한 시기였다. 게다가 정사(正史)인 <삼국지(三國志)>와 조식의 사후 편찬된 <조식집(曹植集)> 어디에도 이 시가 보이지 않는다. 바로 이 점이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그렇다면 이 시는 어느 문헌에 최초로 등장할까? 위진남북조 시대 송나라의 유의경(劉義慶)이 편집한 <세실신어(世說新語)>다. 이 문헌이 편찬된 시기와 조식의 시대는 약 200년 차이가 나는데, <세실신어 문학> 편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간략하게 기록되어 있다.
“위 문제 조비가 동아왕(東阿王) 조식에게 일곱 걸음 안에 시를 지으라 하고, 만약 짓지 못하면 대법(大法, 사형을 의미함)을 받을 것이라 하자, 조식이 이에 시를 짓기를 ‘煮豆持作羹,漉菽以為汁。 萁在釜下然 ,豆在釜中泣。 本自同根生,相煎何太急?’라 하니, 황제가 심히 부끄러워하는 안색이었다.
이 문헌에 등장하는 ‘칠보시’의 원전은 특이하게도 6구의 오언시로 이루어져 있다. 즉 시에 관한 한 고금 제일이라 칭할 만한 조식이 불완전한 6구 형태의 오언시를 남겼다는 점이 의문스럽다. 또 <세설신어>가 위진시대 유명했던 인물들의 일화 및 대화만 기록한 글이어서, 이 시가 언제, 어떤 일로인해 지어졌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 위의 글을 토대로 시기를 유추해보면, 일단 조식을 동아왕으로 칭하고 있는데, 조식이 동아왕으로 봉해졌을 때는 그의 형 조비는 죽고, 조카인 조예(曹叡)가 명제(明帝)로 보위를 이은 후여서 이 시의 신뢰성은 또다시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후 이 시는 <문선(文選)>의 주석에 인용된다. <문선>에 가장 권위 있는 주석을 단 이선(李善)은 <문선> 60권, 임언승(任彥昇)의 <제경릉문선왕행장(齊竟陵文宣王行狀)>에 대한 주석에서 “<세설신어>에서 말하길, 문제(文帝)가 진사왕에게 일곱 걸음 안에 시를 지으라 하니 그 시는 ‘萁在灶下燃,豆在釜中泣。本是同根生,相煎何太急’이다”라고 하면서 본래의 6구를 절구(絶句) 형태인 4구로 줄여 소개한다. 그러다가 조식 사후 1100여 년이 지난 명나라 때 나관중(羅貫中)이 쓴 <삼국지연의>에서 이 시는 실제와 허구가 뒤섞인 일화들과 함께 다시 화려하게 등장한다.
煮豆持作羹, 漉菽以為汁. 萁在釜下然, 豆在釜中泣. 本自同根生, 相煎何太急.
煮豆燃豆萁, 豆在釜中泣. 本是同根生, 相煎何太急.
조식의 칠보시는 소개되는 문헌에 따라 약간씩 다르게 인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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