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토탈케어 기업 케어닥이 SK디앤디(SK D&D)와 시니어타운을 7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는 '시니어타운 표준 등급 가이드’를 개발, 공개한다고 27일 밝혔다.
케어닥과 SK디앤디는 주거 공간으로서 표준화된 명확한 시니어타운 시설 기준이 미비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시장 내 시니어 하우징 상품은 급증하고 있는 반면, 실제 소비자들은 시설별로 제각각인 데다 다소 생소한 시니어타운의 용어와 기준에 혼란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이번 등급 가이드 개발은 표준화된 기준을 제공, 상품 선택의 어려움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되고자 하는 취지에서 이루어졌다.
평가 기준은 △규모 △프로그램 △입지 △부대시설 △건강관리 △공간디자인 △F&B △IT솔루션 △생활 편의 △기타 평가 등 크게 10가지 항목에 맞춰 구성했다. 서비스 및 공간 평가 세부 지표는 50여 개에 달하며 내외부 시설과 공간 구성은 물론 의료, 돌봄, 제공 프로그램, 편의 서비스 등 다양한 측면을 종합적으로 다룬다. 각 지표 별 점수를 더한 최종 점수 합계에 따라 총 7가지 등급으로 분류할 수 있다. 1,2등급 시설은 기본 복지를 누릴 수 있는 무료 및 실비 시설이며, 유료 시설인 3등급부터 본격적으로 평가가 가능하다.
등급 가이드 내 기준 및 지표는 현장 실사를 비롯해 실제 시니어 인터뷰, 각 분야 전문가의 첨삭 등을 거쳐 구성했다. 한국시니어타운협회 회장인 박동현 고문 및 케어닥 내 시니어 하우징 전문가들도 가이드 개발에 대거 참여했다. 박동현 고문은 “시니어타운의 서비스 및 품질에 대해 일반 국민들이 가늠할 수 있는 명확한 선택의 기준과 적정성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이번 프로젝트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진미정 서울대 웰에이징산업 최고경영자과정 교수는 “시니어 하우징에 관한 요구 증가에 반해 체계화된 정보는 아직까지 부족한 상황”이라며 “케어닥의 시니어 하우징 표준 등급 가이드 모델이 소비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강릉원주대 사회복지학과 박병선 교수 역시 “케어닥이 개발한 이번 가이드는 현재 증가 중인 시니어타운의 품질을 표준화해 평가할 수 있는 기준으로서 주목도가 높다”는 기대감을 밝혔다.
케어닥은 SK디앤디 등 시니어 하우징 운영 특화 기업들이 참여한 조인트벤처 ‘케어오퍼레이션’과 함께 시니어타운 표준 등급 가이드를 지속적으로 개선, 평가의 객관성과 신뢰도를 더욱 높이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나아가 향후 국내 시니어타운의 시설 및 서비스 내역, 후기 등 다양한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등 소비자들의 합리적 선택을 위한 관련 서비스 론칭도 예정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시니어 하우징 업계 선도 기업으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는 동시에 시장의 전반적인 품질 향상을 이끌어내겠다는 포부다.
케어닥 박재병 대표이사는 “시니어타운 입주는 사실상 노년기의 삶의 질을 좌우하는 중요한 결정인 만큼 기존 부동산 소비와 달리 노후 생활의 특성을 고려한 객관적이고 새로운 평가 기준이 필요하다”며 “케어닥의 이번 시니어타운 표준 등급 가이드가 소비자 선택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노후 생활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SK디앤디 김도현 대표는 “시니어 주거 공간을 판단함에 있어 어떤 점을 중시할 것인지 기준점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는 작업이라고 생각한다”며 “향후 케어닥과 케어오퍼레이션을 넘어 시니어 업계 전체의 의견을 함께 가감해 가며 더욱 좋은 가이드로 발전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성생활은 나이와 상관없이 누구나 누릴 권리가 있다지만, 노인은 예외다. 성생활은 둘째치고 연애도 하기 쉽지 않다. 우리 사회는 노인을 ‘무욕의 존재’로 취급하기 때문이다.
“나랑 연애하고 갈래요? 잘해드릴게”
영화 ‘죽여주는 여자’에서 박카스 아줌마 역할을 맡은 배우 윤여정의 대사다. 고령자 성매매의 대표적인 예가 ‘박카스 아줌마’다. 고령 남성이 많이 모여 있는 공원 등에서 박카스나 커피를 주며 성매매를 제안하는 고령 여성들을 일컫는 말이다. 영화 ‘죽여주는 여자’를 비롯해 KNN 다큐멘터리 ‘노인의 그늘’, 연극 ‘낙원상가’ 등이 이런 현상을 조명하기도 했다. 어째서 노인들은 숨어서 욕구를 해결해야만 하는 걸까.
심리학과 상담학을 전공한 권신란 나다움질문연구소 소장은 용인 성폭력상담소에서 성 상담에 관한 공부를 하던 중 노인의 성생활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갖게 됐다. 이에 ‘노인의 성’이라는 책을 내면서 노인에게도 욕구는 당연하며, 올바른 성 문화 교육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냈다. 그를 만나 노인의 성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봤다.
‘남사스럽다’라지만 욕구는 있다
노인은 성에 대한 욕구가 정말 없을까? 2021년 대한임상노인의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이범석 국립재활원장이 발표한 ‘노인의 건강한 성생활’에 따르면 노인들은 왕성한 성생활을 하고 있었다. 60~64세는 84.6%, 65~69세는 69.4%, 75~79세는 58.4%, 80~84세는 36.8%가 성생활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노인에게 성생활에 관해 물으면 열에 아홉은 “아유 뭘 남사스럽게 그런 걸…”이라 말한다. 사회는 노인을 무욕의 대상으로 보고 노인들 스스로도 성에 대해 말하길 부끄러워하지만, 여전히 그들에게도 욕구는 있다.
문제는 그들이 성에 대해 이야기할 곳이 없다는 것이다. 권신란 소장은 ‘아내가 나를 거부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냐’는 남편들의 하소연을 종종 듣는다. 권 소장은 노인 세대의 성에 관련된 문제가 대부분 성에 대한 올바르지 못한 생각이나 잘못된 지식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한다. 사회적 편견과 폐쇄성이 성매매로 이어지고, 성 질환에 노출되는 등 여러 문제가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노인 성범죄가 늘어난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과거에는 성폭력 교육이 주로 이뤄졌어요. 그런데 어르신들이 그런 주제를 오히려 불편해하시더라고요. 그게 나중에는 성인지 감수성 교육으로 이어졌는데요. 불과 몇 년 전 강의에 나갔을 때 ‘성인지가 어느 잡지입니까?’라는 질문을 받기도 했어요. 그런데 노인에게 정말 필요한 건 이런 게 아니에요. 아직도 피임 도구가 있는지 모르거나 자위 도구를 사용하면 큰일 나는 줄 아는 분들이 대부분이거든요.”
노인의 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잘못된 성 지식은 노인을 억압하는 기폭제가 된다. 자신은 이제 성적 능력이 없다고 생각해버리거나, 욕구를 자연스럽게 표현하지 못하거나, 성에 관한 생각을 하는 것 자체를 불결하게 여기거나, 강제 금욕으로 스스로를 제약하기도 한다. 노인의 성생활이 더욱 음지로 파고드는 이유다.
슬기로운 노후 성생활
권신란 소장은 성생활에 대한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우리 사회는 성을 너무 단편적으로 바라본다는 것이다.
“성에는 ‘섹스’만 있는 것이 아니에요. 삶, 시대, 문화,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죠. 예를 들어 요즘 청소년들은 AI와도 섹스가 가능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노인들은 이런 개념을 이해할 수 있을까요? 과거 우리는 성을 ‘생산’의 개념으로만 봤어요. 노인들은 그런 개념에 익숙한 세대죠.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성 역할조차 바뀌잖아요? 그러니 노인을 대상으로 한 성 ‘문화’ 교육이 필요한 거예요.”
노년기에 성생활을 잘 이어가려면 무엇보다 노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삽입을 가정하면 노년기의 성관계는 남성의 발기가 전제되어야 한다. 나이 들수록 발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더 많은 애무와 자극이 필요하다. 여성은 갱년기를 겪으면서 질 건조증, 성교 시 통증, 성 욕구 감소 등으로 성생활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남녀 모두 노년기에 성행위를 하는 데 불편한 지점이 생긴다는 것. 권 소장은 그럴수록 남성의 경우 남성 클리닉에 가는 걸 부끄러워하지 말아야 하고, 여성도 불편한 점을 적극적으로 해결하고자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성을 더 넓은 관점으로 봐야 한다는 조언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성에는 ‘삽입’만 있는 게 아니다. 주고받는 대화, 뽀뽀 등의 스킨십도 성생활에 해당한다. 결국 성생활이란 ‘온기’를 나누는 행위라는 걸 알아야 한다는 의미다. 남녀 모두 신체 접촉만으로도 성적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권신란 소장은 노인을 위한 성교육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요즘에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교육이 무척 잘 되어 있다. 학교로 찾아가는 성 문화 버스도 있고, 청소년성문화센터도 있다. 자궁 체험, 피임용품, 성인용품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고, 도구들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도 배운다. 성병 교육도 필수다. 하지만 노인들은 이런 성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다.
“어르신들은 윤활제가 있는지도 모르세요. 알아도 사용하면 큰일 나는 줄 알아요. 그러니 자위 도구는 어떻겠어요. 어떤 자위 도구가 있는지도 모를뿐더러, 사용하면 몸 어딘가에 문제가 생길 거라고 생각하기도 해요. 성인용품점을 가본 노인 비율이 얼마나 될까요? 혼자 가기 부끄러워 부부가 함께 방문했다가, 외국어투성이인 기구들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몰라 결국 콘돔만 사왔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대학교 성 문화 축제에서 나와 상대의 성기를 직접 만들어보고 콘돔을 사용해보는 행사를 했는데요. 편의점만 가도 콘돔을 살 수 있을 정도로 대중화된 피임 도구임에도 사용법을 모르는 친구들이 많았어요. 그러니 어르신들은 어떻겠어요? 피임 도구나 성인용품뿐만이 아니에요. 월경을 시작하는 아이들에게 월경대 사용법을 알려주듯 노인 완경에 대한 교육도 필요하지만, 그런 교육은 이뤄지지 않고 있거든요. 성과 관련된 교육 기회를 다양하게 마련해주면 어떨까 싶어요. 아마 어르신들은 ‘아이고 민망해라’ 하시겠지만, 막상 해보면 즐겁게 체험하고 ‘좋았다’는 피드백을 주시리라 생각합니다.”
청소년처럼 복지관, 노인병원, 경로당, 요양원 등 노인이 많은 곳에 찾아가는 성 문화 상담소나 성 문화 버스가 생긴다면 성에 대한 노인들의 이해도도 높아질 것이다. 또한 성병 교육도 필요하다. 보건복지부 ‘노인 성생활 실태조사’(2012)에 따르면 노인의 성병 감염 빈도는 36.9%로 높은 편이었다. 하지만 성병에 걸리더라도 대부분 이를 숨기거나 병원에 가지 않는다. 권 소장은 “감기에 걸리면 병원에 가듯, 성병에 걸리면 적극적으로 치료하고 파트너에게 반드시 알려야 한다”고 당부했다.
권신란 소장은 더 많은 노인이 성에 관해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기길 바란다고 했다. 같은 세대의 노인이 멘토와 멘티 관계가 되어 고민을 들어줄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수원에 있는 한 복지관에서는 노인분이 성 상담을 해주고 계시더라고요. 복지관 노인분들이 동아리를 만들어서 돌아가며 상담을 해주신대요. 무척 인상적이었죠. 노인의 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곳이 많아져야 안전하고 건강한 노후 성생활도 가능해지지 않을까요?”
사회와의 관계를 놓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권 소장은 노인의 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몇 가지 제안을 했다. 먼저 노인 대상 성매매는 매년 증가하는 독거노인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만큼, 이성을 만날 기회를 꾸준히 만들어야 한다는 조언이다. 최근에는 노인들이 모여 대화를 나누는 실버 카페, 콜라텍, 효도 미팅, 하루 커플 여행, 커플 취미 교실 등 다양한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
또한 여가 생활을 즐겨야 한다. 여가 활동은 노년기의 생활 만족도와 삶의 질에 상당한 영향을 준다. 그런 맥락에서 자원봉사나 일을 하는 것도 좋다. 자원봉사는 은퇴 후 삶에서 적극적인 사회참여 계기가 된다. 통계청의 ‘이혼통계자료’에 따르면 노년기 이혼 사유 1위는 경제력 상실이었다. 따라서 일자리를 통해 건강과 노후 경제를 함께 챙기는 것이 중요하다.
좋은 친구를 사귀는 것도 필요하다. 무료함과 외로움을 달래는 데 효과적이며, 성적 욕구를 해결하는 데 들어갈 에너지를 대화로 풀면서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부부라면 성에 대한 대화를 많이 하는 것이 중요하다. 상대를 배려하고 격려하는 대화가 부부 사이 성관계에도 도움이 된다. 사별이나 이혼 등으로 배우자가 없는 사람이라면 황혼 재혼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노인들은 여전히 성에 관심이 많고 성생활을 하고 싶어 하지만, 우리가 관심을 갖지 않으면 사실 시야에 들어오지 않아요. 복지관 등에서는 노인 성 문화를 바꿔가고자 하는 시도가 꾸준히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드러나지 않은 문제를 해결하는 건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입니다. 노인의 성을 위해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는 선진국처럼, 우리 사회도 노인의 성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고독 속에서 외로움을 채워줄 비밀스러운 친구를 찾는 고령자들의 성과 사랑에 대한 외침이다. 한국에서 흔히 쓰이는 “라면 먹고 갈래요?”의 일본 버전이랄까.
주인공 마나는 젊은 나이지만 ‘티 프렌드’(Tea Friend)라는 노인 전문 성매매 클럽을 만들었다. 65세 이상 여성들을 모으고 신문에 ‘차 마실 친구 구해요’라는 광고를 내 콜걸 서비스를 알선했다.
2023년 소토야마 분지 감독의 ‘차 마시는 친구’(茶飲友達, ちゃのみともだち)가 개봉했다. 일본에서 차 마시는 친구란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허물없는 친구와 노후에 만난 부부다. 이 영화의 경우는 후자다.
놀랍게도 2013년 일본에서 고령자 성매매 클럽이 적발돼 사회에 파문을 일으켰던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만든 작품이다. 소토야마 분지 감독은 “이 뉴스를 보고 ‘법에 저촉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이들에게 필요한 것이라면 적발하지 않아도 되지 않았을까?’라는 흔들림을 느꼈고, 이를 영화에 담아보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한순간이라도 꿈을 꾸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고 말한다. 언제부터 노인에게 성과 사랑이 ‘꿈’이 된 걸까.
“성생활에 정년퇴직은 없다”
KNN 다큐멘터리 ‘노인의 그늘, 1부 황혼의 유혹 性’은 ‘성욕은 늙지 않는다’고 말한다. 일본에서 고령자 전용 성매매 클럽이 적발된 건 놀랄 일이지만, AV 시장에서는 이미 고령 포르노 배우가 있을 정도로(도쿠다 시게오는 59세에 시작해 83세에 최고령 포르노 배우로 기네스북에 올랐다) 노인의 성에 대한 수요가 있었다. 그런데 과연 이들에게 성생활이란 몸을 섞는 관계만을 말하는 걸까? 본능에 따른 욕구를 채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걸까?
일본 청년관 결혼상담소는 실버 미팅을 주최해 고령자들이 좋은 인연을 만날 수 있는 자리를 주선한다. 이곳에 참가한 사람들은 “노후에 함께 취미를 즐기며 지낼 파트너를 만나고 싶다”고 입을 모은다. 결혼이나 성관계가 목적이 아니라 서로 좋아하는 관계를 만들고 싶어 하는 것. 아라키 치네코 덴엔초후대학 복지학과 교수는 KNN과의 인터뷰에서 “노년기를 행복하게 보내려면 사회가 고령자의 연애에 관심을 가지거나 응원하고 도와주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물론 일본 내에서도 고령자의 연애에 대해 아직은 걱정 어린 시선이 더 많다. 라이플 개호는 “부모님이 요양 시설에 입주했는데, 입주자끼리 연애를 한다고 들었다”며 걱정하는 자녀들의 사례를 소개했다. 이에 대해 다케야 미나코 시니어 라이프 컨설턴트는 “고령기에 연애 감정이 싹트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한다.
사례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 노인의 성과 사랑에 대한 욕구가 반드시 성관계를 뜻하는 건 아니다. 남은 생을 함께할 친구이자 파트너라는 관계가 더 중요한 의미이기 때문이다. 연애는 고령자에게 잃어버린 활력을 되찾아주기도 하지만, 상실감으로 인한 의욕 저하를 가져오기도 한다. 다케야 미나코 컨설턴트는 “가족이라면 비난보다 지지를 해주고, 연애 감정이 나이와 관계없다는 걸 꼭 기억했으면 한다”면서 “연애가 문제가 되지 않도록 주의 깊게 지켜봐 주고, 신경 쓰이는 부분이 있다면 시설과 상담한다. 연애가 발전하는 것 같다면 상대 가족과도 협력 관계를 만들어두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성은 인간에게 중요한 요소이자 자기를 표현하는 수단이다. 누구나 성을 누릴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아야 하며, 나이·건강 상태 등 신체 조건과는 무관하다. 그러나 세월이 흐를수록 만성 질환이나 질병으로 인해 몸과 마음이 위축되기도 한다. ‘다시 사랑할 수 없게 되면 어떡하나’ 걱정이 밀려온다면? 전문가의 조언을 참고해보길 권한다.
요즘은 환갑이나 칠순 잔치를 하는 사람이 줄었다. 과거와 달리 60세, 70세까지 사는 것이 놀랍지 않은 일이어서다. 젊게 지내는 만큼 성생활도 활발하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60대의 84.6%, 70대의 61.9%, 80대의 36.8%가 성생활을 하고 있다. 하지만 만족스러운 섹스를 하고 싶은 마음이 여전함에도 불구하고 몸이 예전 같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나는 왜 이럴까, 자책은 금물
성과 관련해 노년기에 가장 흔히 맞닥뜨리는 문제는 두 가지다. 하나는 남성의 발기부전. 발기에 걸리는 시간이 늘어나고, 성기가 충분히 딱딱해지지 않는다. 사정 시 극치감(오르가슴)을 느끼는 정도가 감소하며, 사정 후 무반응기가 길어진다. 심리적 변화도 함께 나타나는데, 체중이 늘어나고 모발이 희어지거나 소실되는 증상이 자존감을 떨어뜨린다. 질병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 우울증, 배우자와의 사별 등으로 성적인 관심이 줄어들기도 한다. 나이 들수록 나타나기 쉬운 당뇨병, 심장질환, 폐질환 등은 성기능 감소에 영향을 준다. 발기부전은 보통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한 경구용 발기유발제, 주사 등 치료로 개선 가능하다.
또 하나는 여성의 성교통이다. 여성은 대개 마흔 살에서 쉰 살 사이에 신체기능이 저하되는데, 생식기능이 없어지고 월경이 멈춘다. 갱년기 이후로는 질이 건조하고 탄력이 떨어져 성교에 불편함을 느끼고 아픔을 호소하는 경우가 잦다. 홍조, 식은땀, 건망증 등으로 심리까지 위축된다. 여성은 아직 먹는 약으로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에 우선 병원에서 호르몬을 비롯한 원인 개선에 힘쓰는 편이 좋다. 더불어 윤활제 같은 제품을 사용해볼 수 있다.
몸과 마음의 변화로 섹스에 흥미가 없어졌을 때는 상대의 성적 요구를 감당하기 힘들어진다. 따라서 성공해야 한다는 과도한 부담감은 독이다. 고민이 있다면 남성은 비뇨기과, 여성은 산부인과를 가서 전문적인 진료를 받아야 한다. 다만 각자 기준이 다르고 의사소통이 어려워 생기는 지점이 있다 보니, 심리 상담이나 교육을 통해 해소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
만성 환자들도 할 수 있다
건강한 사람이라면 적절한 치료와 상담으로 다시 행복한 성생활을 즐길 수 있지만, 만성 질환자나 장애가 있는 경우 조금 더 명확한 해결책이 필요하다. 신체적인 어려움과 노령을 이유로 성생활을 피하기보다 현재 상태를 파악하고 개선 방안을 찾는 게 중요하다.
뇌졸중이나 심장질환은 노년기에 발생하기 쉽다. 해당 질환의 상대는 재발이 무섭고 아픈 사람을 괴롭히는 것 같은 데다, 성적 매력이 떨어졌다고 느끼기도 한다. 이범석 가톨릭관동대학교 국제성모병원 교수는 “재발의 두려움이 있을 수 있으나 유의미한 관련성은 없다”며 “무조건 성관계를 제한하지는 않되 심박동과 혈압이 오르기 때문에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당뇨병으로 인한 신경 손상은 말초의 체성신경과 자율신경 모두에 영향을 미치고. 성기능 장애를 유발한다. 당뇨병이 있는 남성은 발기부전이 초래되지만 상대적으로 사정이나 극치감에는 영향이 적다. 여성은 감각이 떨어져 특히 흥분 단계에 제약이 있는데, 성적 욕구와 성행동은 유지되는 추세다.
만성 통증 환자들은 우울증, 자기 이미지 손상, 체위 문제, 여러 동반 질환, 피로감 등으로 성기능에 장애가 생긴다. 또 이들이 많이 복용하는 신경정신계 약물, 근이완제, 스테로이드제 등이 영향을 미친다. 통증 개선이 우선이겠으나 통증에 대한 이해와 관리, 적합한 성교 체위, 상대의 심리적 지지가 필요하다.
요양서비스 스타트업 케어링이 프리미엄 실버타운 설립과 운영을 두루 경험한 전문가인 정기환 전 삼성노블카운티 대표를 경영고문으로 영입했다.
케어링은 정 고문의 합류로 시니어하우징 사업의 전문성 강화에 나선다. 구체적으로는 노인주거 및 의료복지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해 노년기 삶의 질을 높이는 노인복지 토털 플랫폼으로 도약할 계획이다.
정 고문은 케어링에서 전거(轉居) 기반의 1000세대 이상 대규모 시니어하우스 구축과 시니어 케어에 특화된 너싱홈 브랜딩에 참여한다.
정기환 고문은 국내 대표 프리미엄 실버타운이자, 전거형 시니어하우스 시초인 삼성노블카운티 대표를 역임했다. 실버타운 초기 사업 설계부터 시작해 경영 전략, 마케팅, 채용, 운영 등 전 과정을 거치며 다양한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노인주거 및 의료복지시설 전문가로 알려졌다.
또한 정 고문은 서울시 강남구에 위치한 프리미엄 노인복지주택 및 너싱홈인 더시그넘하우스의 대표도 역임했다. 대전시에 건립된 과학기술인 특성화 노인복지주택 사이언스빌리지 시설장을 맡아 중부지역 대표 실버타운으로 발돋움하는 데 기여하기도 했다.
정기환 케어링 고문은 “초고령화 시대를 앞두고 시니어하우징 사업에 진출하려는 기업들의 전문성 경쟁이 펼쳐질 것”이라고 전망하며 “케어링이 5년 간 1만 명이 넘는 어르신을 모시며 얻은 경험과 노하우에 노인주거 및 의료복지시설 전문성을 더해 경증케어와 너싱홈에 특화된 시니어하우징을 만들겠다”고 전했다.
한편 케어링은 지난달 재활 솔루션 개발사인 네오팩트와 재활 특화 실버타운 인프라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국내외 유수의 병원에서 도입한 재활 훈련을 시니어하우징 내에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할 방침이다.
서울시가 19~39세에게 공급하는 ‘청년안심주택’처럼 ‘어르신 안심주택’을 도입한다. 고령자에게는 주변시세 30~85% 수준으로 주택을 공급하고 사업자에게는 용적률을 대폭 상향하면서도 80% 임대, 20%는 분양주택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어르신 안심주택’은 주로 시 외곽에 조성되던 실버타운․요양시설과 달리 의료지원을 편리하게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사회적 고립, 우울감 등을 겪지 않도록 유동인구가 많고 병원․소매점 등 생활편의시설이 충분히 갖춰진 역세권에 조성할 예정이다.
시는 오는 2월부터 대상지를 모집, 4월부터 본격적인 행정절차에 들어가 이르면 27년에는 첫 입주가 가능하도록 추진한다. 먼저 ‘65세 이상 무주택 어르신 1인 또는 부부가구’를 위주로 민간과 공공으로 유형을 나눠 공급하고, 저렴한 주거비와 고령자 맞춤 주거환경도 제공한다.
주거비 부담이 없도록 민간 임대주택 수준(주변시세의 75~85% 이하)의 임대료로 공급하고 공용 공간에 마련되는 주차장 등에서 나오는 수익을 관리비에 반영해 관리비 부담도 덜어줄 계획이다. 공공 임대주택은 저소득층 주거 안정을 위해 주변시세의 30∼50% 수준으로 공급한다. 민간 임대주택의 경우 최대 6000만 원까지 보증금 무이자 융자도 지원한다.
대중교통이나 생활 편의시설 등을 이용하는 데 불편이 없도록 역세권 350m 이내 또는 간선도로변 50m 이내와 보건기관, 2·3차 종합병원 인근 350m 이내에서 사업을 추진한다.
고령자에게 특화된 맞춤형 주거 공간도 도입한다. 화장실 변기와 욕조 옆에는 손잡이를, 샤워실·현관에는 간이의자를 설치하고 모든 주거 공간에 단차와 턱을 없애는 등 무장애 및 안전설계를 적용한다. 욕실․침실 등에는 응급 구조 요청 시스템을 설치한다.
어르신의 신체․정신 건강을 상시 관리하는 의료센터와 함께 에어로빅·요가·필라테스센터 등 생활체육센터, 균형 잡힌 영양식·식생활 상담 등을 제공하는 ‘영양센터(가칭 웰이팅센터)’를 도입, 지역 주민에게도 열린 공간으로 운영할 방침이다.
민간 사업자에게도 문을 열었다. 서울시는 80% 임대, 20% 분양으로 사업성을 높이고 인허가를 6개월 이내로 단축했으며 법적 최대 상한 용적률도 부여했다.
한병용 서울시 주택정책실장은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는 노년기에 쾌적하고 안전한 주거 환경이야말로 신체․정신 건강, 삶의 질을 유지하는 데 절대적인 요소”라며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계획부터 건설기간까지 감안하면 주어진 시간이 넉넉지 않은 만큼 빠르게 사업을 추진, 안정적인 어르신 주거시설을 공급하겠다”고 말했다.
팔순 노인이 스스로를 ‘이팔청춘’이라 말한다. 그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하는 이는 드물 것이다. 여기서의 나이는 행정적 나이도, 생물학적 나이도 아닌 ‘마음의 나이’에서 비롯됐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이팔청춘 노인의 노후 또한 마음처럼 꽃다우리라 짐작해볼 수 있다. 현실에서 늙지 않는 삶은 모순이다. 그러나 마음이 늙지 않는 삶은 가능한 일이다. 젊음을 유지하며 사는 법, 마음의 나이로 살면 그만이다.
나이보다 젊고 건강하게 살기 위한 ‘웰에이징’(Well-aging)과 ‘안티에이징’(Anti-aging) 관련 정보는 주변에서 흔히 찾을 수 있다. 대체로 보면 일상에서의 균형 잡힌 식사와 규칙적인 운동 등을 조언한다. 이러한 방법이 옳고 중요하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다만 어떤 생각과 마음을 품고 살아갈 것인지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세계적인 안티에이징 전문가 벨른트 클라이네궁크 박사(독일 항노화의학협회 회장)는 저서 ‘행복한 노인은 늙지 않는다’를 통해 “영양 섭취와 운동은 변함없이 안티에이징에 중요한 주제다. 그러나 활력 넘치고 건강하게 오래 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다. 성공적인 노화에 기여하는 건 바로 우리의 ‘생각’이다”라고 강조했다.
주관적 나이 따라 삶의 양식 달라진다
같은 맥락으로 이호선 한국노인상담센터장(숭실사이버대학교 기독교상담복지학과 학과장)은 ‘마음 나이’에 대해 언급했다. 나이는 크게 ‘주민등록상(객관적) 연령’과 ‘주관적 연령’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 여기서 ‘마음 나이’는 후자에 속한다. 주관적 나이는 심리적 나이 또는 정서적 나이와도 같다. 현장에서 수많은 중장년을 상담하고 교육해온 이 센터장은 “마음의 나이를 물었을 때 중장년은 대체로 실제 나이에서 20세 정도 더 젊게 대답하는 경우가 많다”며 “사람들의 행동 패턴이나 소비 방식 등을 보면 마음 나이에 기준이 있다. 스스로 느끼는 심리적 나이에 따라 사회적으로 자신을 규정하고 삶을 일궈가는 것이다. 여러 연구에서 실제 나이보다 마음 나이를 더 젊게 사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사회 활동 및 관계성, 일하는 빈도 및 수입 등에서도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즉 마음의 나이를 더 젊게 여기는 것이 삶에도 더 유익하다고 볼 수 있다. 고무적인 것은 실제 나이는 날 때부터 주어진 것이지만, 마음의 나이는 내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불행한 노후? 노년기 행복은 상승세
주관적 나이를 젊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긍정적 사고가 바탕이 돼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를 방해하는 요소가 있다. 바로 ‘나이 듦’에 대한 선입견이다. ‘노화’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떠오르는 장면은 무엇인가? 주름진 얼굴, 굽은 허리, 홀로 있는 노인 등 쇠약하고 무기력한 다소 부정적인 모습을 그린 이가 적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묘사는 언론 및 미디어를 통해서도 노화에 대한 상징적 의미로 줄곧 쓰인다. 그러면서 우리에겐 노화가 두렵거나 회피하고 싶은 대상으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국회미래연구원 ‘한국인의 행복조사’(2021) 보고서에 따르면, 그간 선행된 서구 선진국 연구들에서 연령대별로 느끼는 주관적 행복감은 중년에 감소했다가 노년기에 증가하는 U자형을 띠는 경향을 보인다. 일반적으로 직장에서의 스트레스나 자녀 양육 및 부모 부양에 대한 부담이 커지는 시기인 40대 전후에는 행복감이 최저에 이르지만, 이를 지나면 60대를 변곡점으로 행복 그래프는 상승세를 보인다. 주목할 점은 80대 이후에는 그래프에 굴곡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가령 80대가 넘으면 유익한 생활양식과 사고방식을 지녔더라도 건강상의 문제들이 나타나곤 한다. 이러한 문제는 당사자 또한 익히 예상한 터라 일상의 만족감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간의 인생 경험을 통해 주어진 상황에서 최대의 만족과 행복을 느낄 줄 아는 삶의 지혜를 터득한 시기이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이호선 센터장은 “노화에 대해 잘못 알려진 부분이 많다. 가령 노인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든지, 노인은 사회적 활동이나 성(性)생활을 할 수 없다든지 등이다. 대체로 이러한 편견은 20세기 소위 ‘뒷방 늙은이’ 시절에 만들어진 부정적인 노인상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현재의 베이비붐 세대, 액티브 시니어들은 스스로 이전 세대 노인과는 다른 정체성을 부여하며 제2의 르네상스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중장년기, 배움의 사치를 한껏 누릴 때
노화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 중 하나는 ‘나이가 들수록 뇌가 퇴화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또한 오해다. 이는 40년이라는 장기간 6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 연구진의 ‘시애틀 종단연구’ 결과로도 설명 가능하다. 해당 연구에서는 대상자들의 어휘, 계산, 귀납적 추리 능력 등을 조사했는데, 인생에서 총체적이고 종합적인 지능이 가장 높은 시기는 바로 중장년기인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은 50대 후반 정도에 종합 지능이 가장 높았고, 여성은 60대 중반 이후에도 꾸준히 지능이 높아진다는 내용도 있다.
이와 유사한 연구로 데이비드 베인브리지 케임브리지대학 교수는 젊은 층과 비교해 중년 집단의 지능을 조사했는데, 그 결과를 이렇게 정리했다. “우리는 중년에야 비로소 신을 닮은 지혜와 이성과 기억력을 갖는다.” 앞서 언급한 벨른트 클라이네궁크 박사 또한 저서에서 “뇌의 기능 중 몇몇은 노화되지 않고 나이 들어서도 계속 발달한다. 특히 선견지명과 통찰력은 노년에 점점 강화된다”며 “인간은 평생 배우는 존재로서 성격 또한 평생 발달시킬 수 있다”고 내다봤다.
흔히 배움에도 때가 있다고 하는데, 이러한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중장년기’가 바로 그 시기일 수 있다. 이호선 센터장은 “중년 이후의 공부는 이전보다 훨씬 몰입도가 높고 성취도도 크게 나타난다. 나이가 들면 일상에 여유가 생기게 마련인데, 그 덕분에 할 수 있는 가장 신나는 사치가 바로 ‘학습’이다. 요즘은 온·오프라인 할 것 없이 중장년을 위한 학습 공간과 시스템이 잘 마련돼 있다. 이러한 사치를 충분히 누리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일상이 축제, 잔치가 시작됐다
노후에 늘어난 여유 시간을 학습으로 채우는 이가 있는가 하면, 상실감에 빠지는 이도 있다. 이 센터장은 중년 이전을 서양화, 중년 이후를 동양화에 비유하며 이 또한 나이 듦이 주는 이점이라 설명했다. 이를테면 새로운 경험을 계속 채워나가는 젊은 시절은 색채가 풍부한 서양화에 가깝지만, 나이가 들수록 군더더기를 비우고 여백의 미가 강조되는 동양화로 화풍이 옮겨간다는 것이다. 즉 노년기의 긴 여유도 생각하기에 따라 누군가에겐 공허함으로, 또 누군가에겐 아름다움의 크기로 여겨질 수 있다. 이렇듯 일상의 현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이를 즐기려는 태도는 나이 들수록 삶을 더 유익하게 만든다.
이 센터장은 “매일의 일상은 신이 준 선물이자 축제와 마찬가지다. 오늘, 바로 이 시간을 지금 만끽하지 않으면, 내일은 더 늙어 있을 것”이라며 “자신에게 주어진 것들을 잘 헤아려보고, 이를 기쁘게 여기며, 주변과 나눌 수 있다면 ‘웰에이징’이 아닐까. 특히 노년기엔 내가 가진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나눌 것인가 고민해보길 바란다. 나눔은 사회공헌이나 봉사일 수도 있고, 가르침일 수도 있지만, 때론 누군가와 건강한 방식으로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나눔을 실현하는 것이라 하겠다. 최영미 시인은 ‘서른, 잔치는 끝났다’ 했다. 이에 반해 중년은 잔치가 시작됐다고 말하고 싶다. 변화를 꿈꾸고 실행하면서 나이 듦이 주는 진정한 자유를 만끽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도움말 이호선 한국노인상담센터장(숭실사이버대학교 기독교상담복지학과 학과장)
스타 강사 김창옥 교수가 최근 알츠하이머병 의심 진단을 받았다. 50대 젊은 나이에 강사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던 터라 더욱 대중을 놀라게 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것과 달리 알츠하이머병은 치매가 아니다. 치매를 유발하는 가장 흔한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궁금증을 박기형 가천대학교 길병원 신경과 교수와 함께 풀어봤다.
치매란 기억, 언어, 판단력 등의 인지 기능이 감소해 일상생활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전체 치매 환자의 60~70% 정도가 알츠하이머병에 의한 치매, 즉 알츠하이머성 치매를 앓고 있다. 알츠하이머병은 이상 단백질(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 타우 단백질)이 뇌 속에 쌓이면서 뇌 신경세포가 서서히 죽어가는 퇴행성 뇌 질환을 말한다. 병이 진행되면 경도인지장애(치매 전 단계), 치매로 발전한다.
알츠하이머병은 대부분 65세 이후에 발병한다. 이 경우 만발성(노년기) 알츠하이머병이라고 부른다. 65세 미만에서 발병할 경우 조발성(초로기) 알츠하이머병이라고 한다. 초기부터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알츠하이머병의 증상은 기억력 감퇴다. 병이 진행되면서 추상적 사고, 문제 해결, 적절한 결정 및 판단을 내리는 능력이 저하된다. 그 외에 성격 변화, 초조 행동, 우울증, 망상, 환각, 공격성 증가, 수면 장애 등의 정신 행동 증상이 흔히 동반된다.
알츠하이머병은 한국인 10대 사망 원인 중 7위에 올랐으며, 2021년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사망률은 인구 10만 명당 15.6명으로 조사됐다. 치료가 어려운 질환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만큼, 예방과 조기 발견이 매우 중요하다.
Q. 알츠하이머병은 왜 어르신한테 특히 많이 나타나는 건가요?
A. 일반적으로 50세가 넘어가면서 뇌 안에 병리가 쌓이기 시작합니다. 그러면 아밀로이드라는 단백질이 우리 몸 밖으로 배출되지 못하고 끈적끈적해지면서 엉켜 쌓이게 됩니다. 이것이 세포 독성을 만들고, 세포 내에 있는 구조물을 망가뜨립니다. 그 대표적인 구조물이 타우 단백질인데, 그것이 무너지기 시작하면서 뇌가 쭈그러들고 위축됩니다. 그러면서 인지 기능이 떨어지는 변화를 겪게 되는 것입니다. 알츠하이머병은 인지 기능 가운데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이 가장 대표적인 증상입니다.
Q. 건망증은 알츠하이머병의 전조 증상인가요?
A. 일상을 살아가다 보면 물건을 어디에 놓고 까먹는다든지, 약속을 깜빡 잊을 때가 있습니다. 그러한 건망증은 몸이 피곤하다든지 혹은 너무 바빠서 정신이 없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건망증은 알츠하이머병의 전조 증상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알츠하이머병 환자는 누군가 옆에서 ‘이런 약속 있었잖아’라고 알려줘도 기억해내지 못합니다. 우리가 어떤 일을 기억하기 위해서는 기억하고자 하는 일이 우리의 뇌 안에 ‘등록’되고 ‘저장’되는 과정을 통해서 필요할 때 ‘인출’하는 능력이 잘 보존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알츠하이머병 환자는 기억이 ‘등록’되는 과정에서부터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본인이 새롭게 경험한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게 됩니다
Q. 어떤 상황일 때 알츠하이머성 치매를 의심하는 것이 좋을까요?
A.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해 초기 치매 증상이 보이는 분들은 그 사실을 피하려고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건망증 또는 경도인지장애가 있는 분들은 본인의 기억력이나 인지가 예전과 다르다고 느끼기 때문에 스스로 병원에 오시는 분들이 대부분인 반면, 알츠하이머병으로 초기 치매 증상을 보이는 분들은 ‘병식’이 없으므로 본인이 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병원에 오시는 것을 거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가족과 함께 병원으로 오시는 편입니다. 진짜 중요한 약속을 본인이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고 할 때, 주변 사람들이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고 할 때 경도인지장애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경도인지장애라고 해서 다 치매로 진행되지는 않습니다. 경도인지장애의 30% 이상은 다시 정상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원인을 찾는 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Q. 알츠하이머병의 신약 개발 소식이 많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의학적으로 검증된 의약품이 있나요?
A. 올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신약 ‘레카네맙’을 승인했습니다. 알츠하이머를 유발하는 아밀로이드라는 뇌 단백질을 제거하는 치료제입니다. 병을 완전히 치료하지는 못하지만 진행을 늦출 수는 있습니다. 초기 알츠하이머성 치매 환자가 약물 치료 대상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2025년 정도면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또한 아밀로이드 병리를 가지고 있지만 증상은 전혀 없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약제 임상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약제가 개발되면 미리 병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Q. 알츠하이머병의 사망률이 높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사실 알츠하이머병 자체로 사망하는 것은 아닙니다. 알츠하이머병 환자는 인지 기능이 없어지는 것부터 시작해 결국에는 뇌 조직이 파괴돼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힘들어집니다. 또 증상이 심해지면 이상행동을 보이고 시설로 많이 가게 됩니다. 그러면 많이 누워 있게 되고 외부 활동이 제한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따라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질환에 쉽게 노출됩니다. 결국에는 알츠하이머병에 의한 합병증으로 사망까지 이르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알츠하이머병 예방에 좋은 음식과 생활 습관에 대해 알려주세요.
A. ‘MIND’(마인드)라고 불리는 식단을 추천합니다. 지중해 식단과 심장병 환자를 위한 DASH 다이어트법을 통합한 것으로 견과류, 채소, 베리 종류를 많이 먹으라는 식이요법입니다. 또한 우리나라 음식이 짜고 맵기 때문에 염분 섭취를 줄이는 식사 습관을 길러야 합니다. 염분은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을 유발하며,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입니다. 운동은 당연히 해야 하고, 술과 담배는 안 하는 것이 좋습니다. 새로운 것을 배우면 뇌를 활성화해줘 예방에 효과적입니다. 인지 기능 향상에 도움을 주는 비타민 D가 부족해지지 않도록 바깥 활동을 늘려 햇볕을 쬐는 것도 좋겠습니다.
[도움말 박기형 가천대학교 길병원 신경과 교수(대한치매학회 기획이사)]
글쓰기는 중장년이 늘 품고 사는 꿈입니다. 지나온 삶을 정리하거나 인생의 새로운 도전을 위해 글쓰기를 꿈꾸지만, 늘 어렵기만 합니다. 그래서 독자 여러분을 위해 새로운 선생님을 모셨습니다. ‘글라잡이’ 강원국 작가와 함께 다시 펜을 들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편집자 주-
내 나이 쉰한 살에 직장을 나왔다. 건강 문제도 있었기에 쉴 요량이었다. 아내가 월 200만 원은 벌어와야 한다고 했다. 그깟 200만 원쯤이야. 그런데 막상 할 일이 마땅치 않았다. 내겐 세 가지가 없었다. 우선 운전면허 말고는 어떤 자격증도 없었다. 아, 2급 정교사 자격증이 있지만 무용지물. 뭘 고치거나 만들 수 있는 기술도, 손재주도 없었다. 여기에다 무슨 학위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농사를 짓거나 장사할 수 있는 깜냥도 못 됐다. 그야말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나의 일상 루틴 7단계
지금 내 나이 예순한 살. 그새 10년이 훌쩍 지났다. 나는 글 쓰고 말하는 일로 먹고살았다. 나의 일상은 단순하다. 1단계로 지식이나 정보, 경험, 관계를 ‘수집’한다. 그러기 위해 책을 읽고, 온라인 강의를 듣고, 사람들을 만난다. 강의하고 글 쓰는 것도 내겐 일인 동시에 무언가를 수집하는 행위다. 강의를 준비하면서, 또 글을 쓰면서 새로운 게 입력된다. 그래서인지 나는 강의하러 집을 나설 때 직장 다닐 때처럼 발걸음이 무겁지 않다. 외려 약간의 설렘마저 느껴진다. 오늘은 누구를 만나고 무엇을 얻게 될지, 또 어떤 자극을 받고 무슨 경험을 할지 기대된다.
2단계는 모은 것들을 재료로 하는 ‘숙고’다. 하루 세 번, 그러니까 아침에 반신욕할 때, 저녁 먹고 산책하면서, 그리고 잠들기 전에 생각한다. 읽은 것을 복기해보기도 하고, 들은 내용을 곱씹어보기도 한다. 내일 할 일을 떠올려보며 강의는 어떤 내용으로 할지, 써야 할 글은 무슨 내용으로 채울지, 사람을 만나서는 무슨 얘기를 할지 궁리해본다. 나는 평화롭고 안온한 이 시간이 좋다. 무엇보다 이 시간은 수집한 것들을 내 것으로 만드는 시간이다. 책에서 읽거나 강의에서 들은 내용은 온전한 내 것이 아니다. 아직 요리하지 않은 날것의 재료일 뿐이다. 혼자 생각하는 시간을 거쳐야만 비로소 내 것이 된다.
3단계는 ‘메모’다. 메모는 ‘수집’ 과정에서 이뤄지기도 하고, ‘숙고’를 통해서도 나온다. 책에서 한 꼭지 글을 읽으면 다음 꼭지로 넘어가기 전에 반드시 메모할 거리를 챙긴다. 다른 사람의 블로그나 페이스북에서 글을 읽어도, 포털사이트에서 칼럼을 접해도, 유튜브에서 짧은 강의를 들어도 기어이 메모거리를 찾아내고야 만다. 낚지 못하면 재차 읽거나 다시 돌려본다. 나의 뇌는 메모거리 찾기에 혈안이 돼 있다. 책을 읽고, 강의를 듣고, 누군가와 대화할 때 호시탐탐 찾는다. 메모거리가 잡혔을 때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가끔은 메모가 메모를 낳고 메모가 메모를 불러온다. 수지맞는 기분이다.
4단계는 ‘스몰토킹’이다. 메모한 것을 누군가에게 써먹는다. 나는 주로 아내에게 말해본다. 책에서 읽거나 강의에서 들은 내용, 혼자 생각하다 떠오른 기억, 특정 주제나 사안에 대한 내 생각과 느낌 등을 말해본다. 이렇게 말해보는 것은 중요하다. 말해봐야 내가 무엇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있고, 또 말하면서 그것들에 살이 붙고 정리가 된다. 무엇보다 말해보면 반응을 알 수 있다. 상대방이 어떤 말에 귀를 쫑긋 세우고 어떤 말은 시원찮아 하는지 말하면서 알 수 있다. 직장에 다니지 않으면서 만들어진 아내라는 말동무는 천군만마 같은 존재다.
5단계는 ‘짧은 글쓰기’다. 말해봐서 반응이 괜찮은 것, 내가 봐도 말이 될 성싶은 것은 내 홈페이지, 네이버 블로그,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트위터, 티스토리, 카카오톡채널, 스레드 등에 짧게 쓴다. 나는 그런 글을 지난 10년 동안 2만 개 가까이 써왔다.
6단계는 ‘말하기’다. 나는 이렇게 만들어진 짧은 글들을 연결하고 조합해 강의하고 방송을 한다. 돈 받는 말하기를 하는 것이다. 2만 개 가까운 말 조각이 내 안에 있기 때문에 아무것도 보지 않고 말할 수 있다. 또 그렇게 말하는 시간이 긴장감 있고 재미도 있다.
마지막 7단계는 바로 ‘글쓰기’다. 앞서 말했듯 나는 아무것도 보지 않고 말할 수 있으므로 이걸 가지고 글을 쓸 수도 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나는 아무것도 찾아보지 않는다. 말할 수 있으면 쓸 수 있다. 한글을 모르지 않고서야 쓰지 못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글을 쓰는 데는 돈이 들어가지 않는다. 시간만 들이면 된다. 나는 쉰한 살 이후 시간이 많다. 직장 다닐 적에는 말을 잘 들으면 월급이 나왔다. 시키는 일을 잘 듣고 처리하면 됐다. 하지만 직장을 떠나고 보니 시키는 사람도 없을뿐더러 잘 듣는다고 돈을 주지도 않는다. 듣기가 아니라 말하고 써야 돈을 준다.
누구나 언젠가는 직장을 떠난다. 직장을 나와서도 돈을 벌어야 하는 사람에게 글쓰기는 직장 다닐 때보다 더 절실한 과업이다. 글쓰기는 정신 건강을 지키는 데도 도움이 된다. 앞으로 대다수가 백세 장수를 누리게 될 것이다. 문제는 나이와 함께 필연적으로 찾아올 수밖에 없는 뇌의 손상이다. 이를 예방하고 늦추는 데도 글쓰기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다.
인생 2막에 필요한 세 가지
직장을 나와보니 세 가지가 절실하다. 그것은 바로 콘텐츠와 스토리, 그리고 캐릭터다. 직장에 다닐 적엔 소속과 직함으로 모든 게 해결됐다. 그래서 보다 나은 ‘어디’에 들어가기 위해 경쟁했고, 들어간 ‘어디’에서 더 높이 올라가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소속과 직함은 경제적 문제를 해결해줄 뿐 아니라, 인정과 대접도 부여해줬다. 하지만 직장을 나오면 명함도, 계급장도 없다. 온전히 나란 존재 자체로 내 가치를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
우선 ‘누구’ 하면 떠오르는 콘텐츠가 필요하다. 나는 그걸 ‘글쓰기’로 잡았다. 나의 정체성은 ‘글쓰기에 관해 말하고 쓰는 사람’이다. 이를 위해 관련된 대부분의 책을 찾아 읽고, 유튜브 강의를 들었다. 이런 생활을 시작하고 5년 동안은 글쓰기만 생각하고 글쓰기에 꽂혀 살았다. 또한 글쓰기에 관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등에 무수히 많은 글을 썼다. 이 테마가 지루해지고 할 말이 소진될 즈음 ‘말하기’란 주제를 집어 들었고, 지금은 ‘공부’를 주요 테마로 삼고 있다. 앞으로 ‘인간관계’도 다뤄볼 계획이다.
하지만 콘텐츠만으로는 돈이 되지 않는다. 인터넷 공간에 공짜 콘텐츠가 넘쳐나기 때문이다. 게다가 매우 깊이 있는 콘텐츠가 아니면 재미있기가 어렵다. 그래서 스토리가 필요하다. 스토리가 들어가야 콘텐츠가 재밌어진다. 더욱이 콘텐츠에 자기 스토리를 입혀야 자기만의 콘텐츠가 되고, 그런 콘텐츠여야 사람들이 돈을 지불하고 산다. 그 사람의 스토리가 입혀진 콘텐츠는 그 사람에게서만 들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래서 스토리텔링이 한때 유행을 타고 스토리텔러가 각광받았다.
사람들은 이제 점점 더 감성을 추구하고 있다. 카페를 고를 때 커피 맛과 가격, 위치 등을 따지던 시절을 지나, 사람들은 언젠가부터 ‘어느 카페에 누가 다녀갔대’, ‘누가 하는 카페래’ 하며 이야기를 좇아 카페를 찾았고, 이제는 이야기는 물론 ‘감성’을 자극하는 카페에 사람들이 몰린다. 마음에 들면 아무리 먼 데 있어도 가격 불문하고 찾아간다. 그저 예쁘고 좋다는 게 찾는 이유의 전부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특정 인물을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팬덤 문화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과거 연예인의 전유물이던 팬클럽이 정치인을 넘어 일반인으로까지 전이되고 있다. 출판 시장만 보더라도 저자를 보고 책을 구매하는 사람들의 비중이 점점 커지는 느낌이다. 이전에는 내용에 끌리거나 자신이 그런 부류를 좋아해서 책을 구매하는 사람이 대다수였다면, 이젠 특정 저자의 책은 무조건 구매한다는 사람들에 의해 출판 시장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팬덤을 거느리는 저자들은 더 이상 콘텐츠나 스토리를 파는 사람이 아니다. 자기 캐릭터를 팔고 있다.
‘메신저가 되라’, ‘백만장자 메신저’의 저자 브렌든 버처드는 말과 글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세 부류로 나눴다. 자신이 공부한 결과를 팔고 사는 ‘학습기반형 메신저’, 자기 경험과 이야기를 파는 ‘성과기반형 메신저’, 자신의 삶 자체가 메시지인 ‘롤모델형 메신저’가 그것이다. 바로 ‘롤모델형 메신저’가 자기 캐릭터를 파는 사람이다.
결국은 글쓰기다. 자신에게 콘텐츠와 스토리가 있고, 자기가 어떤 캐릭터인지 무엇으로 보여줄 수 있는가? 바로 글이다. 글을 써야 한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내가 만약 직장생활로 돌아간다면 콘텐츠와 스토리, 캐릭터를 장착하는 준비와 노력을 충실히 할 것이다. 그러면 직장생활도 더 활기차고 열성적으로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노년의 목표는 유유자적
노년의 목표는 여유로운 삶이다. 정신적으로, 물질적으로 여유 있는 일상을 꾸리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지속적으로 글을 써야 한다. 글쓰기로 크든 작든 돈을 벌어야 한다. 글쓰기는 또한 나를 정신적으로 강건하게 한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상처받은 나를 치유해줄 뿐 아니라 매일매일 심기일전하게 한다. 글을 쓰면서 나는 감정의 찌꺼기를 걷어내고 새로운 각오와 희망의 불을 지핀다. 나아가 글쓰기는 자신의 경험이나 지식을 공유하는 일이다. 남을 위해 자신을 내려놓고 내어주는 여유가 있어야 가능하다.
10년 전, 지금 하는 일을 처음 시작할 때 선배에게 ‘지식자작농’으로 사는 게 어떠냐는 얘기를 들었다. 지식 농사지으면서 살라는 얘기였다. 선배는 그러기 위해 우선 책부터 쓰고 온라인 공간에서 자기 영토를 넓혀가라고 주문했다. 10년간 책을 읽고 강의를 듣고 사람들을 만나는 것으로 내 땅을 일구고 넓혀왔다. 그리고 2만 개 가까운 글로 그 땅을 가꿔왔고, 10권의 책이라는 열매를 맺었다. 이제 수확하는 기쁨을 넘어, 거둔 과실을 나누는 즐거움을 맛보고 싶다. 그게 바로 노년의 여유 있는 삶이 아닐까 싶다.
2024년 정부가 발표한 노인일자리 규모는 103만 명으로, 역대 최고 수준에 이를 예정이다. ‘제3차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 종합계획’(이하 ‘노인일자리 종합계획’)에 따라 ‘약자복지 지원’과 ‘좋은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양질의 민간·사회서비스형 노인일자리 확대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이 발행한 ‘고령사회의 삶과 일’의 ‘2024년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 주요 안내’에서는 “유형별로는 공익활동형 4만6000개, 사회서비스형은 6만6000개, 민간형 3만5000개가 늘어난다. 베이비붐·신노년 세대를 대비하는 일자리인 사회서비스형과 민간형 일자리의 증가분이 전체 일자리 증가분 14만7000개의 70%인 10만1000개다. 노인일자리 사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유형별 일자리 수로 예측할 수 있으며 이러한 기조는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인일자리 종합계획에 따라 노인일자리 사업량이 확대되며, 이에 소요되는 예산도 4862억 원이 증액된다. 지난해 대비 31% 증액된 금액으로 2조 262억 원에 이른다. 아울러 일자리 수당 2018년 이후 6년 만에 인상됐다. 기존 대비 2만~4만 원(+7% 수준) 더해질 방침이다.
공익활동형 일자리 단가는 27만 원에서 29만 원으로, 사회서비스형은 71만 원에서 75만 원으로 4만 원 인상된다. 늘어나는 일자리 수를 담당하는 노인일자리 수행기관 종사자 수도 1220명을 증원하여 6520명까지 늘린다. 다만 최저임금 및 물가 상승 수준 등을 고려한 공익활동 활동비 인상과 노인일자리 수행기관과 담당자의 처우 개선을 위한 논의도 지속 추진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은 2024년 새롭게 추진할 주요 일자리 분야를 4가지로 갈무리했다. △경로당 등 노인여가시설 지원 분야(건강관리·치매예방프로그램 등)에 노인일자리사업 참여자 활용 △폐지수집 노인을 노인일자리사업 대상자로 흡수(개인 욕구 및 특성 파악 후 희망자에 한해) 후 노인복지서비스 제공 △취약계층 급식지원사업(경로식당) 대상자 확대 및 이에 따른 인력(조리·배식·위생 관리 등)을 노인일자리사업 참여자로 공급 △타 부처 및 공공기관과 협력한 노인일자리 창출 확대. 대표적인 예 ‘늘봄학교 돌봄지원 서비스’(교육부), ‘시니어 안전점검원’(국토부), ‘경찰서 급식지원사업’(경찰청) 등
아울러 민간일자리 확대에 따라 취·창업 일자리에 대한 지원도 강화한다. 식사 및 세탁 서비스 분야 인프라 지원 사업을 통해 시장형사업단 육성을 지원하고, 지역 내 1인 노인가구의 일상생활을 지원할 계획이다. 또, 참여 노인과 기업의 노인일자리 접근성 향상 및 업무의 효율화를 위한 취업형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운영할 예정이다.
김미곤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원장은 ‘고령사회의 삶과 일’ 권두사를 통해 “노년기 일과 사회 활동에 대한 수요를 단순히 연령으로 나눠 설명하기엔 한계가 있다. 베이비붐 세대는 현 노년층에 비해 높은 교육수준과 능숙한 디지털 활용능력을 보유하고, 노후준비는 불충분하여 전문성을 발휘하는 노동에의 참여 욕구가 상대적으로 높다. 한편 현 노년층은 고용시장 재진입이 어려운 근로 취약계층이 대다수로, 민간 영역의 취·창업도 필요하나 복지적 차원에의 사회활동도 더욱 확충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권두사 말미에 노인일자리사업이 당면한 주요 정책과제를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노인일자리사업의 중장기 수요추계를 기반으로 한 합리적 정책 목표 수립 △노년기 노후소득 보장 및 자아실현의 두 가지 정책목표를 중심으로 한 노인일자리사업의 질적 내실화 △사회서비스형 노인일자리 유형 다양화 및 민간분야 취·창업 노인일자리사업 활성화 △지역거버넌스 기반 노인일자리 수행체계 개발, 사회적 경제 조직 등 수행기관 다변화를 통한 노인일자리사업 전달체계의 지속가능성 확보 △노인일자리 법적 근거 강화, 근거 기반 정책 수립의 통계 구축, 민관협력 강화 등 노인일자리 정책 인프라 확충
이어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를 겪고 있다. 노인일자리사업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고령화 대응 정책에서, 나아가 전 세계가 주목하는 고령화 대응 정책으로 발돋움할 것”이라며 “행복한 노년의 동반자로서, 노인일자리사업의 사명과 책임을 다시금 새겨보아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참고 한국노인인력개발원 ‘고령사회의 삶과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