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회장을 맡고 있는 모임에서 친목도 다지고 내년 모임의 방향을 잡는 행사를 열었다. 고문을 맡고 있는 H형이 소유하고 있는 가평 소재 별장 겸 연수원을 행사 장소로 추천했다. 잔디가 깔린 넓은 마당과 3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연수시설이 있는 펜션 스타일의 집이었다. 그런데 입구 간판에 적힌 이름이 ‘삶의 쉼표’였다. 행사 일정이 마무리되고 저녁을 먹고 즐거운 환담의 시간이 이어졌다. H형에게 펜션 이름을 삶의 쉼표라고 지은 이유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음악이나 글에는 쉼표가 있어요! 글에 마침표만 있고 쉼표가 없으면 너무
벚꽃이 지고 이젠 겹벚꽃, 복숭아꽃, 살구꽃이 한창이다. 겹벚꽃과 복숭아꽃은 둘 다 묘한 화려함이 엿보인다. 겹벚꽃은 일반 벚꽃보다 꽃잎이 풍성하다. 겹복숭아꽃도 겹벚꽃과 비슷하게 풍성하다. 농악대의 고깔에 쓰이는 꽃 모양으로도 보던 것이라 촌스러운 느낌도 든다. 색깔도 분홍색이다. 복숭아꽃은 도화(桃花), 또는 복사꽃이라고도 한다. 분홍색이면서 가운데 암술은 빨갛다. 역시 화사하고 좋지만 천박한 아름다움, 촌스러운 이미지로 다가온다. TV를 통해 보는 북한 여자들의 옷 분위기다. 어찌 보면 우리 어머니들이 젊을 때 입었던 한복 색
나이가 들면 사랑이라는 감정과 멀어지고 세상만사에 무뎌지는 줄 알았다. 부모님이 그랬고 주변 어르신들이 그렇게 보였다. 그러나 사람들은 죽는 날까지 아름답고 황홀한 감정을 간직한 채 건강한 심장으로 살기를 원한다는 걸 알게 됐다. 필자 또한 겉모습은 점점 나이 들어 변해가지만, 실핏줄처럼 번지는 봄 밤에 두근거림은 여전하다. 이런 날 읽으면 좋을 시집을 한권 골라보았다. 로 유명한 신현림 시인의 ‘시가 나를 안아준다’ 라는 시집이다. 유명 작가가 되었지만 전업작가의 길은 만만치 않았는지 신현림 시인은 밥벌이가 늘
인터넷에 떠도는, 세상에서 중요한 세 가지 금이 있는데 그것은 황금, 요리할 때 없어서는 안 되는 소금, 그리고 지금이라고 한다. 이에 관련한 우스갯소리가 있다. 한 남자가 마누라에게 세 가지 중요한 금이라며 황금, 소금, 지금이라고 문자를 보냈더니 현금, 입금, 지금이라고 답변이 왔다고 한다. 여기에 한 가지 금을 더한다면 ‘궁금’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시니어들은 더 이상 배우려 하지 않고 그동안 배운 것으로 나머지 인생을 산다. 100세 인생을 4등분해서 보면, 우리가 배운 기간은 대학교까지 불과 16년밖에 안 된다.
자연과의 조화가 아름다운 궁궐, 조선시대 정원 중 가장 아름다운 창덕궁을 4월 초순 둘러보았다. 자연의 지형을 그대로 살린 건축미에 빠져들기도 했고 궁궐 대문 양쪽에 장식된 장석(裝錫, 사진 참조)을 보며 저출산율로 ‘인구절벽’에 빠진 우리의 현실을 되돌아보기도 했다. 장석의 문양이 대여섯 자녀에게 물린 어머니의 젖가슴을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다. 우리 조상들이 장석을 다산(多産)의 의미를 담아 자손의 번성을 기원한 장식으로 사용했기에 더욱 그랬다. ‘인구절벽’은 베이비붐 세대가 일으킨 경제 규모를 이어갈 생산가능인구(15세~64세)
오늘날 우리는 광고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집에서도 바깥에서도 눈만 돌리면 쉽게 광고를 보게 된다. 예전에는 TV를 보다가 프로그램 중간에 광고가 나오면 얼른 채널을 돌렸다가 광고가 끝날 즈음에 맞춰 다시 볼 정도로 광고를 싫어했다. 그러나 요즘 광고는 보는 재미도 있고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도 있어 일부러 찾아보기도 한다. 광고이지만 영상이 수려해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 재미있고 흥미롭기 때문이다. 직접적으로 제품을 광고하지 않고 우회적으로 표현한 광고들은 다 보고 난 후 ‘아~그 물건이구나’ 하며 감탄할 때도 있다. 광
부모님이 이 세상을 떠나 저세상으로 가시게 되면 우리는 어떤 옷을 입혀드려야 할까? 물론 수의를 입고 가시지만 때가 되면 갈아입으실 다른 옷이 필요하지 않을까? 아버지께서 당시에 공부만 하던 5남매를 이 세상에 남겨두시고 1976년 엄동설한에 하늘나라로 돌아가셨으니 올해로 만 41년이 된다. 중국의 천자가 쉬어갔다는 천자봉 아래 명당자리에 아버지를 모셨지만 그동안 산소의 봉분이 무너져 내려앉아 땜질하듯 손을 봐도 소용이 없어 전문업체에 의뢰해 지난 주말에 봉분을 새로 만들기로 했다. 처음에는 잔디만 사서 3형제가 새로 단장을
한 언론사에서 대선주자들의 토론회가 있을 때마다 후보자별 점수와 한 줄 평을 해달라는 요청을 해왔다. 어차피 온 국민의 관심사이고 필자도 TV를 시청할 것이니 기꺼이 하겠다고 했다. 어떤 후보를 찍을지 아직 결정하지 않은 입장에서 편견 없이 객관적으로 토론회를 지켜봤다. 매번 대선주자들의 토론회를 보고 나면 각 후보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제한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올림픽 경기나 각종 스포츠 경기에서 시간을 정해놓고 우열을 가리는 종목이 많다. 점수를 많이 딴 사람은 그대로 시간만 가면 이기게 되어 있는 것
인간은 누구나 노화라는 신체의 변화를 겪는다. 어떤 노화는 아주 천천히 조금씩 나타나고, 어떤 변화는 갱년기라는 이름으로 짧은 시간 동안 급격하게 다가온다. 이런 변화 속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지는 몸이다. 땀이 많던 10년 전, 열이 많던 20년 전 몸이 아니다. 먹는 음식도 마찬가지다. 젊었을 때의 기준으로 음식이나 약재를 고르다간 낭패를 볼 수도 있다. 몸을 살린다는 것이 되레 망치는 원인이 된다고 한의사들은 경고한다. 시니어들이 조심해야 할 음식과 약재를 알아보았다. 도움말 강남동약한의원 이기훈(
“하나, 둘, 셋, 넷….” “꽃손, 주먹손, 칼손, 재즈손.” 방배동의 한 무용 연습실.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음색의 목소리들이 구령에 박자를 맞추고 있었다. 까르르 숨넘어가는 웃음소리도 난다. 여학생들일까? 목소리의 주인공들을 마주하고 나니 맞는 것 같다. 표정과 마음, 몸짓까지 생기 넘치는 치어리더팀. 우리는 그들을 낭랑 18세라 부른다! 평균 나이 74세, 색다른 세계에 발을 내딛다 치어리더. 스포츠 경기장에서 운동선수의 승리를 위해 응원하는 이들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야구장 또는 농구장
서양 미술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듯싶다. 또한 파리를 다녀온 사람이라면 거의 예외 없이 루브르 박물관 관람을 빼놓지 않았을 것이다. 루브르 박물관을 찾는 가장 큰 이유는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i, 1452~1519)의 모나리자를 보기 위해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에 얽힌 이야기는 한도 끝도 없을 정도다. 그중 기억나는 일화는 1963년 가 삼엄한 경호를 받으며 대형 여객선으로 미국 나들이에 나설 때 전 유럽이 떠들썩
‘코이의 법칙’이 있다. 주변 환경이나 생각하는 크기에 따라 그 결과치가 크게 달라진다는 내용이다. ‘코이’는 물고기의 이름이다. 이 물고기는 자라는 환경에 따라 몸체의 크기가 달라진다는 데서 법칙을 만들었다. 코이는 자라는 환경에 따라 성장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잉어, 금붕어 등도 주어진 여건에 따라 몸체의 크기가 다소 달라지기는 하여도 코이는 변화의 정도가 비교할 바가 아니다. 예의 물고기, 코이를 작은 어항에 넣어 기르면 어항 크기에 맞게 움직일 수 있는 길이 정도인 5~8cm로 자라 더 크지 않는다. 작은 어항에 넣고
이번 야수도 역시 미녀를 좋아했다. 모처럼 집에서 가까운 영화관을 찾았다. 영화를 좋아하는 큰딸로부터 가끔 받는 선물이다. 때로 머리가 복잡할 때 스트레스 해소로 즐기는 최고의 방법이다. 물론 후기가 찜찜할 때도 있지만 그런대로 시간은 흘러 골치가 덜 아프다. 더구나 역시 여유로운 시간과 함께 신바람 나는 것은 아주 큰 사이즈의 달달한 팝콘 한 통이 엉킨 기분을 싱숭생숭 마냥 즐겁게 만들어준다. 영화관 안에는 여기저기 남녀의 연인들, 어린이들과 함께 온 가족들의 모습도 군데군데 많이 보인다. 휴일의 정겹고 따뜻한 한가로움이다.
전쟁은 끝나도 끝난 게 아니다. 상대방을 죽이기 위한 맹목의 뜨거운 싸움이 끝나면 이제부터 그 땅에 살아남아야 하는 개인들의, 살벌하고 차가운 또 다른 전쟁터가 열린다. 그래서 전쟁은 더욱 참혹하다. 전쟁은 늘 고상한 명분을 앞세우고 시작되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선과 악의 경계가 모호하고 불분명한 법이다. 전쟁은 그래서 더욱 추악하다. 전쟁영화 하면 식의 영웅담이 먼저 떠오른다. 승자 의식을 고취시키고 역사의 주도권을 확인하는 주류 영화들이다. 이런 영화들은 대부분 스펙터클하고 승자의 미담이 주를 이룬
그렇게나 화사하고 황홀하게 아름답던 꽃이 한때 내린 비바람에 떨어져 이제는 마당 한쪽에 예쁜 연분홍의 꽃잎 융단을 만들었다. 이렇게 꽃이 지면 연초록에서 진초록 세상으로 변하며 봄은 우리에게 ‘안녕‘을 고할 것이다. 떨어진 꽃잎을 밟으며 예술의 전당으로 연극을 보러 갔다. 꽃이 져서 우울한데 연극도 우울한 ‘세일즈맨의 죽음’이다. ‘세일즈맨의 죽음’은 필자가 대학생일 때도 무대에 올랐고 지금까지 수많은 공연이 펼쳐진 작품이다. 수많은 공연이어도 출연진에 따라 분위기가 달랐을 텐데 이번의 ‘세일즈맨의 죽음’은 어떤 느낌일지 기대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