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노래를 불렀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수많은 가톨릭 신도와 일반인 앞에서. 2014년 6월 15일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교황이 집전하는 성모 승천 대축일 미사 앞에 열린 특별 공연이다. 그녀가 부른 노래는 ‘거위의 꿈’,‘우산’,‘친구여’였다. 그녀는 노래를 부르기 전 “‘거위의 꿈’을 부르며 희망을 나누고, ‘우산’을 부르며 서로 힘이 되는 사람을 생각해보고, ‘친구여’를 부를 때는 함께 잘 살자는 힘을 북돋우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대중에게 노래를 통해 희망과 힘, 감동을 주는 그런 가수다. 인순이(58)다. 그
직사각형 가로 90mm, 세로 50mm, 하얀 종이 위에 덩그러니 놓인 회사 로고, 나를 말하는 단 몇 글자의 직책, 조선시대라면 없었을 전화번호와 이메일 주소까지. 보통의 명함은 그러했고, 지난날 당신의 명함 또한 그러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그런 평범한 명함은 그야말로 명함도 못 내밀 시대가 왔다. 은퇴 이후, 인사치레할 명함 한 장이 없어 마음이 헛헛하고 어깨가 축 처진 이들이 많다. 그러나 직장 생활이 끝났다 해서 그것이 곧 내 인생이 끝났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들에게 명함은 ‘직장 증명’의 도구가 아닌 나를 이야기하
‘내 엄마의 이름은 김정숙. 고향은 평북 선천군 선천면 일신동. 이십대 중반에 남편 신하철을 만나 신식 결혼식을 올렸다. 슬하에 아들 하나, 딸 셋을 두었다. 가족과 떨어져 혼자 이남에서 살아왔어도 늘 꿋꿋했다. 서슬 퍼런 군사정권 시절 38년 야당투쟁을 했고 민주화의 대부로 국회의원직을 지냈던 남편이 서울대총학생회장을 숨겼다가 잡혀 고문 받고 시달릴 때도 경찰들에게 고함을 팍팍 지를 정도로 용감했다. 연약했지만 단단했다.’ 어머니가 숨을 거두셨을 때, 시인 신현림 (申鉉林·54)과 자매는 약소하나마 장례식장에 어머니의 일대기를
글 김성수 문화평론가 연극은 배우들의 연기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예술이다. 하지만 현대 연극은 배우들의 몸짓 이외에도 다양한 볼거리들을 이용해서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래서 탁월한 희곡은 이미 그 안에 배우들의 대사와 감정뿐 아니라 그를 둘러싼 모든 볼 것들이 무대 위에서 어떻게 배우들의 연기와 어우러질 것인지를 잘 담고 있다. 연극 ‘3월의 눈’이 바로 그런 작품이다. 배우들의 대사와 몸짓은 절제되어 있다. 아니, 일흔이 넘은 노부부들이기 때문에 몸도 입술도 절제를 강요당한다. 그 빈 구석을 메꾸고 있는 것은
그냥 다정하게 말을 했을 뿐인데, 가까이 가면 상대방은 피한다. 코로 숨도 안 쉬는 것 같다. 왜? 본인은 모르는데 역겨운 냄새가 상대방의 코를 자극하기 때문. 바로 구취다. 아저씨 냄새로 통용되는 퀴퀴한 냄새를 비롯해 몸속 깊숙한 부분에서 올라오는 고약한 냄새는 주변 사람들을 피곤하게 한다. 그래서 냄새 없는 깔끔한 이미지를 찾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다. 자신도 모르는 지독한 구취 해결에 혜은당클린한의원 김대복 원장이 거들었다. 문제는 흡연 때문에 입에서 일명 ‘쩐내’가 난다고 생각했는데 담배를 끊고 양치질을 아무리 해도 입
음반을 모으면서 예전에 가지고 있던 것들은 물론 분야별로도 어느 정도 구색을 갖추게 되자 이제는 있는지 없는지조차 모를 것까지 욕심을 내게 되었다. 그중 하나가 전에 소개했던, 중학교 때 본 라는 영화의 OST(Original Sound Track)로 음반가게에만 가면 한 번씩은 꼭 확인을 해 보았다. 그러다가 1997년쯤 미국에 갔을 때, 그때도 예외는 아니어서 틈만 나면 음반가게들을 뒤지고 다녔다. 그러던 중 타워 레코드 체인점에 들러 음반을 보다가 우연히 한쪽 구석에 비디오 코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시가(詩歌) 문학은 이다. 의 시들 중 가장 오래된 것들은 서주(西周) 초기인 BC 1000년경까지 거슬러 올라가니, 지금으로부터 따지자면 약 3000년 전의 시가이다. 당시 나라별로 유행하던 민요를 모아놓은 것인데, 이후 가락은 없어지고 가사만 남아 시의 형태로 전해오던 것을 공자(孔子)가 305편으로 편찬한 것이다. 이들 중 소남(召南: 낙양) 지방에서 불리던 이라는 시를 살펴보자. 喓喓草蟲(요요초충) 찍찍 우는 풀벌레며 趯趯阜螽(척척부종) 뛰고 뛰는
※명함을 받는다는 것. 그리고 명함을 누군가에게 준다는 것. 그 행위야말로 사람 관계의 시작이고 사회생활의 기본이다. 또한 명함은 그 주인의 정체성을 확실하게 드러내 주는 도구이기도 하다. 이처럼 명함은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후 삶에서 나를 표현해주는 매개체로서 우직하게 존재해왔다. 누구의 명함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인생과 역사가 보이기도 하고, 명함이 어떻게 바뀌었는지에 따라 그 사람의 인생의 깊이가 보이기도 한다. 네모 반듯한 명함 안에는 우리의 삶이 고스란히 간직돼 있다. 그 자그마한 종이 한 장에.
그의 인생에 가장 의미 있는 책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꼭 어느 한 권이 내 인생을 좌우할 만큼 의미가 깊다고 이야기할 수 없지만, 지금까지 읽어온 어느 것 하나 나에게 의미가 없던 책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가 읽어온 수많은 책은 그의 삶 곳곳에서 한껏 발효되어 인생의 참맛을 더해주고 있었다. 박병원 회장은 평소 지인들에게 책을 선물하며 인생의 풍요로움을 나누고 있다. 재경부 국장 시절인 2003년부터 지금까지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한 책만 1만 여권. 그중에서도 그가 가장 많이 선물한 책은 박상진 경북대 명예교수의
글ㆍ사진 김인철 춘삼월 제주의 꽃시계는 벌써부터 봄입니다. 제주의 봄꽃을 대표하는 유채꽃은 이미 곳곳에 단지 형태로 피어 있고 동백과 매화, 벚나무가 꽃망울을 터트린 지 오래됐습니다. 산중에선 복수초와 변산바람꽃이 피고 지고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절정으로 치닫는 제주의 봄에 화룡점정을 하는 건 ‘맑고 깨끗한 향이 벼루에 떠돌고 편지지에 스밀 듯’ 그윽한 수선화 꽃입니다. ‘세한도’와 추사체라는 위대한 문화유산을 남긴 추사 김정희는 이미 160여 년 전 제주 유배 시절 “마을마다 동네마다 한 치, 한 자쯤의
전통 한정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시ㆍ화ㆍ담의 메뉴들은 마치 한 편의 시처럼 서정적인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유명 도예가의 작품에 담긴 음식은 식용 꽃과 야생화로 장식되어 오감을 자극하고, 계절마다 제철 최상의 식재료로 차려진 자연음식은 사계절의 정취를 만끽하기에 충분하다. 갤러리를 연상시키는 세련된 건물 외관과 갤러리를 옮겨놓은 듯한 품격 있는 인테리어는 격조 있는 음식 문화를 즐기는 이들에게 안성맞춤이다. 한 점의 예술 작품을 보고, 읽고, 맛보다 “내 생애 최고의 만찬이다.”, “음식이 아니라 예술 작품을 보
그날 동네 꼬맹이들은 죄 동구 밖 팽나무 숲 그늘에 모였다. 스무 명은 족히 될 성싶었다. 읍에서 나왔다는 아저씨 둘이 아이들을 줄지어 앉혔다. 자 자, 꼬맹이들은 앞쪽에 앉고 큰 놈들은 뒤쪽에 앉아, 알았지? 이 더운 날 흰 와이셔츠에 양복저고리까지 걸친 걸 보면 아저씨들은 분명 읍내의 큰 교회에서 나온 이들이 분명했다. 글 최학 소설가 / 우송대 교수 일러스트 윤민철 작가 그 더운 여름날 팽나무 숲의 기억 전에도 이런 일은 여러 번 있었다. 앞으로 열심히 교회에 나오라
‘한국영화에 복고 코드가 있다’란 말이 잊힐 만하면 나온다. , , 등이 복고 정서를 드러내는 영화인데, 흥행 또한 만만치 않더니 여기에 영화 까지 이에 가세했다. 어느 비평가는 이런 현상을 ‘필연’이라며, 그 이유를 거창하게 한국 근현대사의 굴곡 많은 사회구조와 연결 짓는 시각을 드러내기도 했다. 물들인 군복, 바싹 처올린 새마을 머리, 청바지, 고고장, 월남치마, 씨레이션 등 시대를 상징하는 풍경과 어휘들의 퇴장이 문화 스펙트럼을 보여 왔다. 영화는 이런 시대의 표정을 정교하게 포
글 이유리 청강문화산업대학교 뮤지컬스쿨 교수 한국의 중장년 남성들은 누구라도 일탈로의 비밀 통로를 상상 속에서라도 품고 살지 않을까? 그렇지 않고서야 이데올로기와 산업 격변기를 온몸으로 치러냈고 가장의 책무감과 세계 최고라는 격무시간을 감내하는 데다 고령 사회 진입 세대라 수명은 길어지지만 60세 이후 정책적인 노후 대책이 전혀 없는 미래에 내몰리는 현실을 어떻게 견딜 수 있을까? 마음속에 ‘하이드’ 한 명쯤은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영국 작가 R.L.B.스티븐슨이 1886년에 발표한 ‘지킬박사와 하이드씨’
해가 뜨려면 아직 두세 시간은 더 기다려야 합니다. 주위에 있을 법한 사물도, 스치는 바람도 멈춘, 고요 가운데 내가 서 있습니다. 사진 작업을 하다 보면 이런 이른 새벽에 잠에서 깰 때가 있습니다. 이번 촬영의 주제는 빛이 만난 바람과 물입니다. 이렇게 빛이 약할 때에는 조리개와 필름감도의 한계를 시간이 감당해야 됩니다. 그러기 위해 삼각대에 사진기를 고정하여야 시간이 확보됩니다. 먼저 사진기와 볼 헤드, 그리고 삼각대가 한몸이 되도록 모든 연결고리를 되풀이 점검하고 노출계로 셔터와 조리개 값을 계산해봅니다. 필름 스피드를 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