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인생을 사는 이들이 있다. 헌터 아담스, 앨런 튜링, 기타와 바비타 자매가 바로 그 대표적인 예다. 이번 주 브라보 안방극장에서는 실존 인물의 극적인 삶을 담은 영화 세 편을 소개한다. 소개하는 작품은 모두 넷플릭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
1. 패치 아담스 (Patch Adams, 1998)
루돌프 코 장식을 달고 우스꽝스러운 춤을 추는가 하면, 온 방안을 풍선으로 가득 채운 채 시를 읊는 남자. 레크리에이션 강사인가 싶지만, 병을 고치는 의사다. 그의 이름은 헌터 아담스, 정신병원에서 삶의 희망을 되찾은 인물이다. 미국 늦깎이 의사 헌터 아담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패치 아담스’는 자살미수로 정신병원에 들어간 헌터가 의사의 꿈을 품고 두 번째 삶을 펼치는 이야기를 그린다. 정신병원 수감 시절, 헌터는 환자를 단순 ‘정신 이상자’로 취급하며 기계적으로 응대하는 의사의 태도에 실망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환자들과 소통한다. 허상을 보고 발작을 일으키는 룸메이트와 함께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맞서 싸워주고, 손가락 4개를 8개라고 주장하는 환자의 숨겨진 뜻을 이해한다. 진심의 힘을 믿는 그는 의사가 되어서도 환자들에게 인간적으로 다가가며 웃음을 전파하고, 따뜻한 손길을 내민다. 헌터가 보여준 가슴 따뜻한 인류애는 바람직한 의료인의 자세뿐 아니라 각박한 사회에 공감과 소통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헌터 역을 맡은 로빈 윌리엄스의 푸근한 미소와 연기가 여운을 남긴다.
2. 이미테이션 게임 (The Imitation Game, 2014)
오늘날 인공지능(AI)은 인간 생활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인공’ 기계가 ‘지능’을 가진다는 것은 낯선 개념이었다. 그러나 1940년대에 이미 ‘지능을 가진 기계’라는 개념을 제시한 인물이 있다. 천재 수학자 앨런 튜링이다.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은 비상한 두뇌로 1400만 명의 목숨을 구한 앨런 튜링(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삶을 조명한다. 영화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이 독일군의 암호기 ‘애니그마’를 해석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애니그마는 24시간마다 암호가 바뀌어 연합군 사이 해독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진 암호기다. 이에 튜링은 하루마다 달라지는 암호를 해독하는 대신 애니그마 체계의 근본을 분석하는 기계를 발명한다. 인공지능의 뼈대가 되는 튜링 머신이다. 튜링의 아이디어는 연합군을 승리로 이끄는 데 크게 기여하지만, 당시 그는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범죄자 취급을 받으며 공을 인정받지 못한다. 영화는 그런 그의 비극적인 삶을 극적인 과장 없이 담담하게 묘사한다. 화려한 액션신이나 총격전은 없지만, 치밀한 두뇌 전쟁이 시선을 뗄 수 없는 몰입감을 선사한다.
3. 당갈 (Dangal, 2016)
“당갈! 당갈!” 흥겨운 힌두풍 리듬이 귀를 사로잡는다. 이내 거칠게 몸을 풀고 모래판 위에서 힘을 겨루는 남성들의 모습이 시선을 끈다. 오프닝 장면만 보면 영락없는 남성 레슬링 영화다. 그러나 ‘당갈’은 국제대회 최초로 금메달을 딴 인도 여성 레슬링 선수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영화는 전직 레슬링 선수였던 마하비르 싱 포갓(아미르 칸)이 자신의 못다 한 꿈을 이루기 위해 두 딸을 대회에 내보내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마하비르는 딸들이 태어나기 전 아들을 간절히 바란다. 남성만이 레슬링에 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다. 그러던 어느 날 또래 남자아이들에 힘으로 뒤지지 않는 두 딸의 모습을 본 마하비르는 자신의 생각이 편견이었음을 깨닫고, 두 딸에게 대회 준비를 시키기 시작한다. 영화는 “남자든 여자든 금메달은 금메달”이라는 대사를 통해 작품을 관통하는 메시지를 전하고, 레슬링을 남성의 전유물처럼 묘사한 오프닝 장면을 반전시킨다. 여성 인권에 대한 관심과 뭉클한 가족애, 레슬링의 박진감까지 모두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발리우드 영화 특유의 신나는 음악이 흥을 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