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할머니는 유별났다. 내가 친구들과 놀다 울기라도 하면 어디선가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났다. 할머니였다.
“우리 영롱이 울리는 놈들은 망태 할아버지한테 던져버릴 거니께 그런 줄 알어!”
유년 시절을 할머니 곁에서 보냈다. 할머니가 차려준 밥을 먹고, 고아준 사골국을 마시고, 다려준 교복을 입었다. 나이가 들면서 집 밖 세상에 관심을 가졌다. 그러던 어느 날, 할머니가 알 수 없는 행동과 말을 반복했다. ‘나이 들어서겠거니…’ 불안을 잠재웠다. 치매를 알리는 서막인 줄은 꿈에도 몰랐다.
진료실에서 받아 든 결과는 알츠하이머성 치매 중기. 치매는 서서히 영역을 넓혀가며 웃음을 앗아갔다. 기저귀 실수, 폭언 증상이 나타날 때면 다들 신경이 곤두섰다. 엄마와 서로의 스트레스를 저울질하고 소리치며 4년을 보냈다.
환자와 서툰 간병인 둘. 이제까지의 세월과 추억, 사랑이 변질되지 않기 위해선 뭔가가 필요하다 느꼈다. 그때 문득 유튜브가 떠올랐다. 한 달을 망설이다 9,790원짜리 삼각대를 주문했다. 할머니가 화투판에서 하던 말을 떠올리면서… “에라이, 못 먹어도 고다!”
카메라 앞 할머니는 자연스러웠다. 입은 물 흐르듯 술술 움직였다. 그렇게 할머니의 영상이 하나둘 쌓여갔다.
할머니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존엄성과 개별성을 지켜주려 노력하면서 변화가 일어났다. 할머니는 나더러 ‘모든 걸 일러주고 가르쳐 주는 내 눈’이라 말하지만 어쩌면 서로가 눈이 돼줬을지도 모른다. 영상 제작, 책 집필, 강연 등 뜻밖의 순간을 만나게 된 건 나니까…!
‘롱롱TV’ 김영롱입니다. 치매 환자가 아닌 ‘인간 노병래’와의 일상. 계속해서 지켜봐 주세요!
에디터 조형애 취재 문혜진 디자인 유영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