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환경만 바꿔도 수명 연장” 日선 노인 임대주택 ‘주목’

입력 2025-10-17 10:45

2년 추적조사 결과 건강행동 늘어… 독립적 생활 원하는 고령층에 적합

(아사히카세이 홈즈 제공)
(아사히카세이 홈즈 제공)

“여생을 집에서 보내고 싶다”는 희망은 대다수 국내 고령자들이 갖는 바람이다. 지난해 11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 보건복지포럼 최신호를 통해 발표된 ‘노인의 생활환경과 노후생활 인식’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87.2%가 “현재 집에서 계속 살고 싶다”고 답했다. “식사 및 생활 편의 서비스가 제공되는 노인 전용 주택으로 이사하고 싶다”는 응답은 4.7%였다.

이러한 경향은 다른 조사에서도 나타난다. 지난 5월 재단법인 돌봄과 미래가 발표한 ‘지역사회 돌봄에 대한 인식과 수요조사’에 따르면, 돌봄 필요 시 희망 거주 형태는 ‘현재 살고 있는 집(47%)’, ‘돌봄 받기 좋은 지역사회 내 주거시설로 이주(32%)’라고 답해, 79%가 자신이 사는 곳에서 거주하며 돌봄을 받기를 원했다. ‘노인복지시설 입소’는 7%에 그쳤다.

‘고령화 선배’ 일본에서는 고령자들의 이러한 선호를 반영해, 기존 거주지와 멀지 않은 지역사회 내 고령자 임대주택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익숙한 동네를 떠나지 않으면서도 더 나은 생활환경으로 옮기는 방식이다. 노인복지시설과 고령자 이웃들과 함께 살지만 간섭받지 않고 독립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그렇다면 단지 거주환경 개선만으로 노년의 삶의 질이 향상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연구 결과가 최근 발표됐다. 아사히카세이 홈즈 산하 롱라이프(LONGLIFE) 종합연구소가 16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자립형 고령자 임대주택 ‘헤벨 빌리지(Hebel Village)’에 거주하는 평균 83세 입주자들은 2년간의 추적조사 기간 동안 신체활동, 식생활, 사회교류 등 모든 건강행동에서 개선세를 보였다.

2005년 도쿄에서 시작된 헤벨 빌리지는 건강한 자립기부터 노쇠기까지 노화 단계에 맞춘 고령자 전용 임대주택 브랜드다. 일본 전역에 약 130여 개 단지가 운영 중이며, 60세 이상 고령자의 단독 또는 부부 입주를 원칙으로 한다.

보고서는 2022년부터 2025년까지 2년간 동일 입주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고령자의 건강행동을 지원하는 주거환경이 노쇠 예방에 실질적 효과가 있음을 입증했다.

조사 결과, 입주자의 98.4%가 운동·식사·교류의 세 가지 건강행동을 꾸준히 실천하고 있었으며, 이 중 ‘세 가지 모두 실천한다’고 답한 비율은 2년 사이 약 20포인트 상승했다. 매일 한 번 이상 외출하는 비율은 63.5%에서 71.4%로 늘었고, 7개 이상 식품군을 섭취하는 ‘균형 잡힌 식사’를 하는 사람은 57.7%에서 64.1%로 증가했다. 또한 친구나 지인과 주 1회 이상 대면 교류를 하는 응답자도 37.1%에서 45.2%로 늘었다.

연구소는 이러한 변화의 배경으로 ‘건강장수 지원 체계(응원 메소드)’를 꼽았다. 이 체계는 주거 설계, 상담원, 활동 프로그램의 세 가지 축으로 구성돼 있다. 거주 공간은 바닥 단차를 없애고 조명·온도 환경을 균일하게 유지하며, 근거리 산책로와 상점을 갖춘 입지로 설계됐다. 상담원은 매달 입주자를 찾아 건강상담과 생활 조언을 제공하고, 커뮤니티 라운지에서는 다과 모임 등 교류 프로그램을 운영해 사회적 연결망을 유지하도록 돕는다.

특히 물리적인 거주시설의 입지나 생활환경 구조가 고령층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이 주목된다. 전철역과 공원, 시장이 가까워 산책이나 장보기를 포기하지 않게 된 결과, 자연스럽게 신체활동이 증가하고 식생활이 다양해져 건강 상태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사실은 불편한 입지와 열악한 주거 환경에도 ‘내 집’을 고집하는 이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 이웃 노인들과의 교류도 활동량을 늘려 노쇠를 늦추는 요인이 됐다.

도쿄도 건강장수의료센터 연구소 오부치 슈이치 박사는 “일본 고령자들이 2년 동안 나이를 더했음에도 외출 빈도와 식사 다양성이 모두 향상된 것은 놀라운 성과”라며 “주거환경과 상담지원의 결합이 노쇠 예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함께 연구에 참여한 가와이 쓰네루 부장은 “단순히 운동을 늘리거나 식단을 바꾸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일상 속에서 몸을 자주 움직이고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는 것”이라며 “좌식 생활이 줄고, 집 안에서의 요리나 청소 등 작은 움직임이 늘어난 것이 고령자의 건강에 가장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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