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작지만 강한 ‘동네잡지’의 아우성

기사입력 2014-03-28 15:12 기사수정 2014-03-28 15:12

지역잡지 2.6% 불과하지만 주민 참여도 높아 자생력 끈끈

“우리 동네엔 골목이 있었다. 우리 동네뿐 아니라 모든 동네엔 골목이 있었다. 그 길에서는 동네 사람들의 웃음과 눈물, 이야기가 있었다. 우리는 그 옛날 골목길이 그리웠다. 동네 골목길을 잊고 사는 동안 우리는 공동체를 잃어버렸다.” (수원 골목잡지 ‘사이다’ 창간호 서문)

탄산음료 얘기가 아니다. 2012년 4월 19일 100여쪽의 두께로 세상의 빛을 본 ‘사이다’는 동네 사람들의 세월과 일상을 이야기한다. ‘사이다’의 ‘사이’는 너와 나, 사람과 사람, 동네와 동네 사이의 네트워크를, ‘다’는 많음(多)을 의미한다. ‘사이다’는 사람 사이의 이야기를 많이 담겠다는 바람으로 탄생했다.

계간지 ‘사이다’는 매호 5000부를 찍는다. 인구 110만명이 넘는 경기 수원을 대표하는 목소리에 사람들의 관심이 높다는 방증이다. 남수동과 장안동, 북수동 등 수원의 작은 동네와 골목을 주제로 소소한 얘기들을 다룬다. 의구심을 갖던 동네 주민들도 자신들의 이야기가 지면에 실리면서 참여도가 높아졌다. 무가지 ‘사이다’가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이다.

“그 돈으로 어려운 이웃이나 도울 일이지. 우리가 어떻게 잡지를 만들어?” 또 다른 동네잡지의 이야기다. 광주 남구 월산4동 주민들은 지난해 마을 살리기 사업의 일환으로 700만원을 지원받아 동네잡지를 창간했다. 마을의 소소한 이야기를 담은 ‘월산4동에 살다’는 40년 전통의 동네 모습을 생생하게 그렸다.

주민의 손으로 만든 마을잡지의 위력은 컸다. 마을에 활력이 넘쳤다. 주민들은 마을 역사에 벽화를 그렸고, 주민워크숍을 가졌으며, 골목지도를 그렸다. 자발적이었다. 마을 박물관도 세울 계획이다. 주민들의 소통창구 역할을 한 마을잡지는 생동감 넘치는 마을로 만들었다. 이에 힘입어 지난 6일 ‘월산4동에 살다 2호’가 발간되기도 했다.

3월 현재 정기간행물로 등록된 잡지는 총 4950권으로, 지역 잡지는 127권(2.6%)에 불과하다. 매체 수는 적지만, 이들의 목소리는 크다. 동네잡지는 동네와 지역·골목의 소통창구, 지역을 알리고 소개하는 안내자, 지역의 역사를 켜켜이 쌓는 아카이브(특정 장르에 속한 정보를 모아 둔 저장소)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아카이브는 별 게 아니다. 2009년 6월 창간한 서울 홍대앞 소식지 ‘스트리트 H’는 매월 홍대앞 지도를 싣는다. 매월 실리는 지도는 쓰러지고 세워지고를 반복하는 홍대의 변천사를 층층이 쌓는다. 이에 대해 ‘스트리트 H’ 장성환 대표는 “독특한 문화를 가진 홍대 앞의 변화상을 기록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며 “1, 2년이 아니라 10년이 되면 참 많은 의미를 축적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각 지역 잡지들이 손을 맞잡기도 한다. ‘전라도닷컴’(광주), ‘함께가는 예술인’(부산), ‘월간토마토’(대전), ‘월간Yellow’(인천), ‘사이다’(수원) 등은 2012년 전국지역문화잡지연대를 결성했다. ‘전라도닷컴’ 김창영 실장은 “지역 잡지가 지속돼야 한다는 당위성이 있었다”며 “자생적으로 재생산 구조를 갖기 어려운 지역잡지 특성상, 함께 유대를 강화해 정보를 교환하고 나아갈 담론을 형성하고자 뜻을 모았다”고 연대 취지를 설명했다.

이밖에도 서울 이태원의 ‘사이사이’,·‘남산골 해방촌’, 서울 성수동의 ‘뚝섬이야기’, 서울 종로 서촌의 ‘시옷’ ‘서촌라이프’, 서울 영등포의 ‘문래동네’, 서울 구로의 ‘구로커’ 등 활발하게 활동 중인 지역 잡지는 손에 꼽을 수 없을 만큼 많다. 이에 대해 김 실장은 “각 지역별로 자기 지역을 대변하는 언론의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동네잡지가 활성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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