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브래지어 모으는 남자

기사입력 2014-05-14 09:07 기사수정 2014-05-14 09:07

세상에는 별난 사람들이 무척 많다. 별난 취미를 가진 사람부터 별난 물품을 모으는 사람까지. 그러나 남성이 여성의 속옷을 수집하고 있다면 그 사람을 고운 시선으로 쳐다보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변태라는 손가락질을 받을 가능성이 더 높을 지도 모른다.

중국 하이난성 싼야시의 56세 남성 천칭쭈(陳淸祖)는 여성의 속옷인 브래지어를 20년 동안 모아왔다. ‘브래지어 수집광’인 그의 집 방 한 칸에는 가지각색의 브래지어가 벽에 전시돼 있다. 사방의 벽은 물론 방 안의 천장까지 브래지어로 장식돼 있어 마치 브래지어 박물관을 연상시킨다.

전국 30여 곳의 대학교의 여대생에게 기증 받은 브래지어가 20년 간 5000여 개나 된다. 개혁개방 직후 유행한 천으로 된 브래지어에서 21세기 이후 등장한 와이어 브래지어까지 브래지어의 변천사를 한 번에 볼 수 있다. 그는 브래지어가 하나의 예술품이라고 말한다.

천칭쭈가 브래지어를 모으기 시작한 계기가 있다. 그는 대학 시절 외과 진료 실습 이후 브래지어 착용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야겠다고 생각했다. 1980년대 하이커우시 보건전문대에 다녔다. 한 병원 외과 진료실에서 실습을 할 때 유방절제술을 받은 여성의 유방암 원인 중 하나로 잘못된 브래지어 착용으로 봤다. 이후 브래지어 수집에 들어간 그다.

그는 중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공익 캠페인을 벌였다. 현지 여대생들을 만나 사이즈가 맞지 않거나 변형된 브래지어를 제공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상한' 요구에 그를 피하거나 경계의 눈초리를 보내며 경찰에 신고하려고 한 여대생도 있었다. 그러나 잘못된 사이즈를 착용하고 있는 여대생들에게 유방 건강의 중요성에 대해 강의하자 그들은 선뜻 브래지어를 기증했다.

그가 유방 건강에 관한 정보를 전달하며 취지를 설명하자 대부분은 고개를 끄덕인다. 그는 "아름다움을 위해 너무 꽉 끼거나 작은 속옷을 착용하는 여성들이 많다. 예뻐 보일 지는 모르겠지만 가슴 건강에는 좋지 않다"며 유방암 예방을 강조했다.

천칭쭈의 꿈은 사회적으로 유방암에 대한 관심을 높일 수 있는 '브래지어 전시관'을 설립하는 것이다. 브래지어 1만 개를 모은 뒤에 설립, 무료로 개방할 생각이다. 아직도 색안경을 끼고 그를 보는 시선이 많지만 그는 "주위의 소문에 신경 쓰지 않고 '정정당당한 수집'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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