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장성 효실천나눔사랑(효사랑) 요양병원에서 화재로 30명이 넘는 인명 피해가 발생함에 따라 허술한 요양병원 관리 실태가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 28일 새벽 전남 장성 효실천나눔사랑 요양병원에서 대형 인명 사고가 밣생한 가운데 정부의 허술한 요양병원 관리로 인해 피해자를 더욱 키웠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고령화 사회로 빠르게 접어들고 있는 가운데 전국적으로 요양병원이 급증, 이들 기관이 안전 사각지대로 방치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요양병원은 치매 환자 등 주로 장기 요양이 필요한 노인들을 돌보며 치료하는 기관이다.
일반 요양(보호)시설과 비슷해보이지만, 요양시설은 노인복지법에 따라 개인과 법인 등이 일정 자격만 갖추면 개설할 수 있는데 비해 요양병원은 반드시 의료법에 따라 의료인(의사·한의사·치과의사·간호사)만 만들 수 있는 의료기관이다.
일반 병원과 마찬가지로 1·3·5·7·9인실 등 다양한 규모의 병상을 갖추고, 의사나 간호사들이 24시간 입원 환자를 관리하며 응급치료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요양병원은 최근 사회의 전반적 고령화와 ‘실버산업’ 성장과 더불어 급증하는 추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현재 전국 요양병원은1284개로 지난 2008년말(690개)와 비교해 5년여 사이 2배로 늘었다. 요양병원의 병상 수 역시 같은 기간 7만6천556개에서 2.6배인 20만1605개로 크게 불었다.
그러나 현재 요양병원 입원 환자들이 받는 의료·편의 서비스의 질은 기대 이하인 경우가 많다.
심평원의 ‘2012년도 요양병원 입원 진료 적정성 평가’를 보면, 2012년 3월 현재937개 요양병원 가운데 69.7%만 최소한의 응급시설인 호출벨을 모든 병상·욕실·화장실에 두고 있었다. 36곳(3.8%)은 병상·욕실·화장실 바닥의 턱을 제거하지 않거나 안전손잡이를 전혀 설치하지 않았고, 심지어 0.4%(4곳)와 0.7%(7곳)의 요양병원은 각각 산소 공급장비와 흡인기를 1대도 갖추지 않았다.
인프라 여건상 현실적으로 화재를 비롯한 응급 상황에서 요양병원측이 대부분 거동이 불편한 입원 환자들을 짧은 시간 안에 대피시키기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다는 얘기이다.
환자 수에 비해 의료인이 턱없이 부족한 현실도 계속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심평원 조사(2012년) 결과, 요양병원의 의사 1인당 평균 담당 환자 수는 31.0명에 이르렀고, 많은 경우 의사 1명이 65명을 진료하는 경우도 있었다. 곁에서 환자를 수시로 돌봐야하는 간호사의 경우 역시 1인당 평균 담당 환자 수가 11.4명, 최대 47.1명으로 집계됐다. 평일 야간이나 휴일에 당직의사가 상주하는 요양병원도 44% 뿐이었다.
현행 의료법에 따르면 요양병원은 연평균 1일 입원환자 40명에 1명 꼴로 의사를, 연평균 1일 입원환자 6명에 1명꼴로 간호사를 두도록 규정하고 있다. 야간 당직의 경우 환자 200명당 의사 1명, 간호사 2명이 근무해야한다.
이번에 화재 참사를 겪은 효실천나눔사랑 요양병원조차 이미 지난해 12월 18일 인증을 받은 곳이다. 비교적 빨리 진화된 화재에도 30여명의 환자와 근무자가 목숨을 잃거나 다쳤지만, 인증 과정에서 이 요양병원의 화재 대응 시스템이 지적을 받은적은 없었다.
인증원의 ‘요양병원 인증 조사 기준’에는 ‘화재’ 관련 5개 세부 조사 항목이 있다. 그러나 ‘화재 안전관리 활동 계획이 있다’·‘활동계획에 따라 화재예방점검을 수행한다’·‘직원은 소방안전에 대해 교육을 받고, 내용을 이해한다’·‘금연에 대한규정이 있다’·‘금연규정을 준수한다’ 등 대부분 계획과 교육 여부 정도만 따지는 수준이다.
효사랑병원은 지난해 12월 의료기관평가인증원으로부터 의료기관 인증을 받은 기관으러 더 큰 의구심을 자아냈다. 이 인증은 안전관리, 진료시스템 등 203개 항목을 조사받은 뒤 전체의 80% 이상을 충족할 때 주어진다. 이에 평가 기준이 지나치게 낮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