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보 특선-문화 읽기] 추천 연극 '아버지'

기사입력 2015-05-07 15:09 기사수정 2015-05-07 15:09

▲연극 '아버지'의 한 장면

아버지, 그 대속의 영웅


김성수 문화평론가


너무나 평범한 제목의 이 연극은 미국 대표 극작가 아서 밀러의 걸작 ‘세일즈맨의 죽음’을 우리 실정에 맞게 번안한 작품이다. 전 문화부 장관 김명곤에 의해 한국 옷을 입은 이 작품은 청년실업과 노년실업, 88만원 세대의 비애와 가족 해체를 담아내며 우리 시대의 아버지에 관해 이야기한다.

원작 희곡 ‘세일즈맨의 죽음’은 1949년 발표되었고 초연 때부터 열광적 반응을 얻어 2년간 브로드웨이에서 장기 상연되었다. 퓰리처상·연극비평가상·앙투아네트 페리상 등 3대 상을 수상한 최초의 작품으로, 제2차 세계대전 후의 미국 연극계 최대 걸작의 하나로 손꼽혔지만, 다소 번역이 어색해 정확한 정서를 이해하기 힘들어 어렵게만 느끼는 사람들이 많았다. 좀 가벼워진 감은 있어도 번안 덕분에 관객들과의 정서적 교감의 깊이와 폭은 훨씬 넓어졌다.

▲연극 '아버지'의 한 장면

연출, 각색, 배우의 일인 3역을 소화해 낸 천상 광대 김명곤은 이 작품을 통해 아버지 혹은 권위의 복권을 꿈꾼다. 국물을 내고 버려지는 멸치와 같은 아버지가 아니라, 위기를 대신해서 극복해 낼 영웅 같은 아버지를. 사실 원작이 비극으로 분류되는 것은 주인공 월리 노먼(번안명 장재민)의 비극적 결함 때문인데, 이는 사실상 모든 아버지의 숙명을 탄생시키는 보편적 결함이기도 하다.

현대 미국사회에 대한 통렬한 비판으로 유명했던 이 작품은 번안을 거치며 한국 사회에 대한 비수가 되었다. 게다가 김명곤, 전무송, 권성덕 등 노배우들의 명불허전의 연기가 더해지니, 가히 상반기 최고의 화제작 중 하나다. 자식은 자식대로, 아버지는 아버지대로, 가슴 부여잡고 눈물도 찔끔 흘리며 이 연극을 보고 나면, 그만큼 성장해 있는 스스로를 만날 것이다. 세대를 넘은 소통과 정통 연극의 감동은 덤이다.



<공연 정보>

▲연극 '아버지' 포스터

일정 5월 1일~7월 26일

장소 동양예술극장 2관

연출 김명곤

출연 전무송, 권성덕, 김명곤, 차유경, 권지숙, 판유걸 등

제작 (선)아트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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