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되면서 우리 아이들은 크리스마스에 대한 얘기를 둘이서 간간히 하는 게 들렸다. 어떻게 산타 할아버지에게 선물을 받을 수가 있을까 하는 문제를 두고 둘이 제일 많이 걱정을 하는 거였다. 한국에서 일본이라는 다른 나라로 이사를 왔으니 우리에게 선물을 주던 산타 할아버지가 우릴 어떻게 찾을 것인가가 큰 걱정인 것이었다. 둘이 별별 얘기를 주고받으면서 서로 걱정을 하는 게 들렸다. 난 절대 모른 척이었다.
어느 날에는 방학하자마자 우릴 한국 외할아버지와 할머니께 놀러 가게 해 달라고 아빠에게 떼를 써 보면 어떨까? 외할머니께 우릴 겨울 방학에 한국에 놀러오라고 편지를 보내 달라고 해 볼까? 비행기 값이 얼말까? 두 녀석은 날이 갈수록 걱정이 태산인데도 나나 아빠에게는 아무 말도 없이 저희들끼리 끙끙거리고 있었다. 그 하는 양이 너무나도 우스웠고 초등학교 2학년, 4학년인데도 아직도 철석같이 믿고 있는 산타에 대한 아이들의 꿈을 깨버리는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작은 녀석이
‘형, 산타는 엄마와 아빠라고 그러던데? 맞아?’
‘누가 그래? 그런 거짓말이 어디 있어? 아냐!’
‘그치이~우리 반 애들이 다 날 보고 웃던 걸? 혹시 모르니까 엄마에게 물어볼까? ’
‘아냐! 그럴 리가 없어! 썰매 탄 산타가 하늘을 날라 굴뚝으로 오는 거야!’
‘응, 그럼 형, 어떻게 하지? 이사 온 걸 빨리 알려야 하잖아?’
그러면서 선물을 올해엔 받을 수 없을 지도 모르겠다며 속상해하는 두 녀석이었다.
아이들의 얘기를 들려주면서 어쩌면 좋으냐고 의논을 했더니 별 대수롭지 않은 일로 여기며 그때 가보고 다시 얘기하자며 일단 보류했다.
그러던 어느 날 텔레비전에서 매년 산타에게 온 편지가 엄청 쌓인다며 올해부터는 전화로 해 달라는 부탁까지 하며 산타 할아버지와 직접 통화할 수 있는 전화번호라며 알려줬다. 깜짝 거짓말인줄을 모르고 아이들에게 신이 나서 알려 줬다. 아이들은 이사 온 걸 알려야 한다며 매일 전화를 했다. 그러나 언제 해도 통화 중 신호음만 울려댄다며 울상이 되었다. 그 얘기를 아빠에게 하자 산타를 기다리는 아이들을 위해서 거짓말을 한 거 같다며 웃고 만다.
점점 크리스마스가 가까워 오던 어느 날 아이들은 드디어 심각한 얼굴로 나에게 산타에게 이사 왔다는 걸 어떻게 알려야 하는지 엄마는 아느냐고 물어왔다. 그 순간 무척 당황스러웠지만 안 그런 척 아주 천연덕스러운 얼굴로 ‘산타는 너희들이 어디로 이사 갔는지 다 알고 있단다. 새로 이사 온 아이들도 다 알고 있지. 산타들끼리는 연락이 척척 통하거든. 그게 걱정이었니?’
아이들은 환성을 질러대며 그런 거였구나~ 역시 엄마에게 물어보길 잘 했어 빨리 물어 볼 걸 매일 걱정만 했잖아 하면서 환호했다. 나는 어떻게 그렇게 갑자기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그럴싸한 얘길 꾸며댄 것이었을까? 퇴근한 아빠에게 아이들은 내가 한 그 얘기와 함께 그 며칠간의 걱정스러웠던 시간들을 떠들어 대면서 정말 기뻐하며 신나했었던 게 지금 생각해보니 꿈결 같다. 그 다음 날 부터는 자기가 가지고 싶은 즉 산타에게 받고 싶은 선물을 멋지게 만들어 놓은 크리스마스트리 앞에 앉아 자기 전에 기도를 했다. 무엇인지 작은 소리로 하면 안 들릴지도 모르니까 조금은 큰 소리로 하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중학생이 되었을 때 큰 애에게 물어보니 영원히 그 꿈은 지니고 살아야 한다고 믿었다고 그래서 버릴 수가 없었다고 대답을 했고, 작은 녀석은 일본에서의 첫 크리스마스에 선물을 받고 친구들에게 자랑을 했더니 왜 그런지 바보취급을 하는 거 같은 기분이 들어 대강 짐작을 하게 되었는데 형은 계속 아니라고 해서 형은 바보구나 했다나? 그렇지만 트리 밑에 숨겨져 있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눈 뜨자마자 뜯으며 행복했던 그 기분은 정말 언제나 최고였다고 형은 그 행복을 늘 즐긴 거 같았다며 지금도 가끔 눈을 가늘게 뜨고 그리움을 날린다. 그 당시(‘80년대) 일본 아이들과 한국아이들의 꿈은 완연히 달랐던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