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인생]진정한 나를 찾는 바이크 여정… ‘할리 데이비슨’ 동호회 김홍선(68)씨

기사입력 2014-02-23 09:57 기사수정 2014-02-23 09:57

바이크에서 탄력 받아 음악까지 길 넓혀

▲강렬한 옷차림. 김홍선(68)씨에게서 세월을 가늠할 수 없다. 양용비 기자 dragonfly@

첫 인상부터 강렬했다. 빳빳한 가죽재킷에 눈빛이 보이지 않을 만큼 새까만 선글라스, 그리고 재킷과 말구두까지. 68세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박력 있는 패션 감각이었다.

바이크 동호회에서 쓰는 별명인 ‘종로신사’보다 ‘종로 터프가이’가 어울리는 그였다. 그렇다. 68세의 김홍선 씨는 커다란 오토바이 ‘할리 데이비슨’을 즐기는 바이커(Biker)다. 환갑이 지난 나이에도 젊은 열정을 잃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것에 도전했다. 김 씨의 첫 번째 도전은 바로 ‘할리 데이비슨’이었다.

서울 종로에 터를 잡고 산악회 세 개를 운영할 만큼 김 씨는 등산을 즐겼다. 그러나 너무 잦은 산행이 고행이 됐던 것일까. 무릎 이상 증세 탓에 한동안 외출도 할 수 없었던 상태가 된 적이 있다. 힘든 나날들이었다. 사람과의 만남을 즐기고 활동적이었던 그가 꼼짝달싹 할 수 없으니 마침내 우울증 초기 증상까지 보이기 시작했다. 이대로 두고 볼 수 없었다. 다른 취미 생활을 만들어 즐거운 삶을 살아보자는 생각이 많아졌다.

“여보, 바이크 한 번 타보는 것은 어때요? 당신 바이크 타고 싶어 하셨잖아요.”

지금으로부터 약 8년 전. 아내 김남연(63)씨가 깜짝 놀랄만한 제안을 했다. 여느 60대의 아내였으면 바지자락을 붙잡으며 말렸겠지만, 사진 찍기를 취미로 했던 그의 아내는 달랐다. 그녀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진 찍기와 같은 색다른 취미가 삶의 활력소가 된다는 것을.

그러나 김 씨는 선뜻 나서지 못했다. 젊은 시절 바이크가 동경의 대상이긴 했지만 환갑에 가까운 나이가 되자 망설여졌다. 그러나 도전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우울증이 깊어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우울증 극복. 그것을 위해 김 씨는 결국 바이크라는 새로운 도전을 택했다.

▲지난 해 제주도 투어 때 할리 데이비슨을 타고 있는 김홍선(68)씨.

# 무미건조함에서 뜨거운 희열로

“바이크를 시작한 것을 하나도 후회하지 않아요. 바이크를 시작한 후에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삶으로 변화했습니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바이크를 즐기다 보니 배려와 협동심도 생기더라고요.”

무미건조했던 삶이 촉촉해졌다. 바이크 덕분이었다. 도전을 망설였던 김 씨는 하절기 주 2~3회, 동절기 월 1회 바이크를 즐길 정도로 바이크 마니아가 됐다. 이제는 바이크 동호회의 멤버들과 호형호제할 정도로 많은 인맥도 형성됐다. 60대 바이커는 아마 전국에 10명도 안될 것이라며 김 씨는 자신의 멋있는 취미 생활에 대해 이야기 꽃을 피웠다.

# 빠져 나올 수 없는 바이크의 매력

“바이크 특유의 폭발음과 함께 들리는 심장소리, 그리고 그것과 어우러진 자연의 경관을 보면 벅찹니다.”

김 씨는 기자에게 자신이 투어(Tour)했던 곳의 사진을 소개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소개하는 그의 입가에는 미소로 가득했고, 표정에는 강한 자부심이 배여 있었다. 김 씨가 유난히 마음에 들었던 장소는 소양강 옛길이었다. 강을 끼고 즐기는 약 50km의 도로가 그렇게 눈이 부셨다고.

김 씨는 바이크가 매력적인 이유를 한 가지 더 설명했다. 바로 튜닝(Tuning)이 자유롭다는 것이다. 바이크에 빠져있는 사람들 중 튜닝의 매력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고 할 정도다. 이와 함께 어울리는 복장을 하나씩 하나씩 갖추어가는 것도 색다른 재미라고 했다. 큼지막함을 넘어 보는 이로 하여금 위협감까지 느끼게 하는 바이크보다 오히려 복장의 가격이 비싼 경우도 허다하다. 그러나 김 씨는 그것을 즐긴다. 현재 안정적인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어 금전적인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색다른 매력을 느끼고 많은 사람과 이를 공감하는 것. 그것이 바이크의 매력인 것이다.

▲바이크 동호회 '더 할리(The Harley)'모임에서의 김홍선(68)씨

# 68세, 도전은 멈추지 않는다.

“이제 바이크뿐만 아니고 음악에 도전할거에요. 기타, 플롯, 색소폰과 같은 악기를 배우려고 해요. 곧 시작할 계획입니다.”

바이크를 시작으로 김 씨의 도전은 탄력이 붙었다. 바이크를 즐기는 사람들 중에는 유난히 감성적인 사람이 많다고 했다. 자신도 그렇다고. 그래서 김 씨는 바이크와 음악을 접목 시키려고 한다. 바이크의 즐거움을 배가시키기 위해서 말이다.

60대 우울증 초기 증상에 힘들어 하던 중년 남성 김 씨가 새로운 도전을 망설여하는 신중년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진심어린 조언이었다.

“자신만의 취미생활을 가지십시오. 취미가 있어야 노후가 즐거운 것 같습니다. 저는 하루하루가 즐겁고 행복합니다. 얼마나 살지 모르고 체력적으로 점점 벅차고. 때문에 빨리 도전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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