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미국 친구와의 선약을 지키려고 했으나 폴 포츠 공연을 못 보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았다. 우선 1박2일 용문 행을 결정했다. 미국 친구에게는 다음에 보자고 양해를 구했다. 용문으로 이사 간 친구 집에 가면 밤새 놀 텐데 그 다음날 또 미국친구와 만나 음주를 하기에는 무리일 것 같았다. 걷기는 빠져도 양해할 것이고 북 페스티벌도 다음날 왔다갔다는 인사만 하면 될 일이었다.
처음에는 미국 친구와의 선약 때문에 이 공연 관람 기회를 포기했었다. 다른 클래식 공연에서 다른 성악가가 부른 “네순 도르마”를 들으며 위안을 삼기도 했다. 그러나 너무나 아쉬워서 폴 포츠의 일정을 알아보니 며칠 후 공덕교회에서 내한공연이 있다는 것을 알고 연락해봤다. 그러나 “벌써 매진되었습니다!”소리에 절망했었다. 다시 세종문화회관 공연에 면구스럽지만 표를 부탁했다. 남들도 모두 가고 싶어 하는 공연이라 표가 이미 매진되었을 것으로 짐작은 했지만 이상하게도 갈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남아 있었던 모양이다. 다행히 여석이 있었다.
폴 포츠의 공연을 꼭 보고 싶었던 이유는 그가 노래를 잘 부르기도 하지만, 감동적인 스토리텔링 때문이다. 알려진 바와 같이 휴대폰 판매원이던 사람이 ‘브리튼즈 갓 탤런트’라는 TV프로그램에 나갔다가 우승하면서 인생 역전을 보여준 드라마 같은 사연이 그것이다. 이것은 엄청난 사건이다.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보여주는 인생 드라마인 것이다. 제대로 된 음악 공부를 하지도 않은 그가 꿈을 펼치며 세계적인 명사로 인생이 바뀐 것은 칭찬하고 격려해줘도 마땅한 일이다.
폴 포츠는 이번 공연 말고도 한국에 여러 번 왔다 갔다고 들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특히 이런 사람들을 좋아한다. 폴 포츠가 얘기했듯이 한국은 ‘친정’ 같다가 이젠 아예 ‘집’처럼 느껴진다고 한다. 한국 사람들의 ‘정’에 빠진 것이다.
폴 포츠의 실력은 사실 프로 성악가에 미치지 못한다고 한다. 며칠 전 한국 성악가가 부른 ‘네순 도르마’와 또 달랐다. 그러나 보이스 칼라가 약간 다른 풍부한 성량, 어쩔 줄 몰라 하는 겸손하고 서민적인 풍모, 다리를 벌리고 배를 내밀며 노래를 부르는 그 매력은 그가 가진 매력이다.
폴 포츠는 원래 어눌하고 외모 또한 치아 교정 전의 사진을 보면, 왕따 취급을 받았을 것이라는 짐작을 하게 한다. 넉넉하지 못한 집안 형편에 악성 종양을 앓았고 자전가 타다가 쇄골 골절 까지 겪고 노래를 더 이상 부르지 말라는 판정까지 받았던 사람이다. 그래서 인생이 지독하게도 꼬였던 사람이다. 이제 당당한 세계적인 성악가로 무대에서 열화와 같은 박수를 받는 인생으로 바뀌었다. 이날 필자도 손바닥이 아프도록 박수를 쳐 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