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매우 재미있는 영화를 보았다며 결말은 알려주지 않으면서 '독전'을 권했다. 먼저 제목의 뜻이 무얼까 생각해봤다. 한자로 보지 않으면 독전이 무슨 뜻인지 가늠이 안 간다. 그저 마약 이야기라니 독약 전쟁을 의미하나보다 여겼다.
출연하는 배우도 모두 연기파에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특히 언젠가 뉴스에서 이 영화를 마지막 작품으로 세상을 떠난 배우 김주혁의 소식을 들었을 때 매우 안타깝고, 충격을 받았었다.
중국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인데, 총질이 난무했던 원작보다 훨씬 멋지고 재미있다는 평을 얻었다. 영화가 시작되자 주연 조진웅은 얼마나 살을 뺐는지 이전보다 날렵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형사 역할을 위해 체중 감량을 했다는데, 그 노력이 빛을 본 것이다.
배우 김성령의 분량은 많지 않았지만, 뇌리에 남을 정도로 강렬한 연기를 선보였다. 대세 배우인 류준열의 무표정하고 고독한 연기도 마음에 들었다. 얼마 전 TV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첫사랑 여인을 남기고 불가에 귀의한 스님 역으로 시청자의 가슴을 울린 박해진의 파격 변신을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선량한 눈으로 옛 여인을 지켜보던 모습이 잊히지 않았는데 마약을 하는 역할도 잘 어울려 배우는 역시 남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력 만점 배우 차승원도 종교의 탈을 쓰고 마약 전쟁을 벌이는 역을 멋지게 소화했다. 등장하는 장면이 많았음에도 엔딩 크레디트를 보니 특별출연이라고 한다. 차승원을 좋아하는 팬 입장에서는 특별출연이라도 반갑고 좋았다.
중국 마약상 역의 김주혁과 그의 애인 진서연의 연기 콤비는 소름 끼칠 정도로 리얼했다. 주근깨 가득한 얼굴의 김주혁과 파격적인 모습의 진서연이 벌이는 마약쟁이 연기는 섬뜩하고도 충격적이었다.
농아 남매를 연기한 배우들도 훌륭했고, 그밖에 출연진의 멋진 연기가 극의 완성도를 높였다. 내 주변에선 흔히 볼 수 없지만, 마약은 이미 우리 사회에 깊이 뿌리내려 그 시장도 어마어마한 규모라고 들었다. 마약에 한 번 손대면 헤어 나올 수 없다고 하니 절대 접해서는 안 되는데, 이러한 현실이 걱정스럽지 않을 수 없다.
영화 속 누가 마약상 우두머리 '이 선생'인지 추리하고 그를 추적하는 과정도 흥미롭다. 매우 재미있게 보았지만 정말 우리 사회에서 마약이 번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경각심을 크게 느끼게 해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