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친구와 약속이 생겨 부리나케 준비하고 외출을 했다. 서둘러 나가면서 무언가 빠트리고 나온 것 같아 기분이 이상했는데 버스에 타고 나서야 휴대폰을 충전기에 꽂아놓고 그냥 나온 게 생각났다. 아차 싶었다. 다음 정거장에서 내려 휴대폰을 들고 나올까 잠시 망설였지만, 약속시간을 맞출 수가 없어 포기했다. 그러는 동안에도 어디서 전화가 오지는 않을까, 문자나 카톡으로 누가 나를 찾지는 않을까 궁금해지면 급기야 초조함까지 밀려왔다. 휴대폰을 들고 나왔다면 버스를 타고 가는 동안에도 벌써 서너 번은 열어봤을 것이다. 시간을 보거나 문자나 카톡 확인 등 습관적으로 휴대폰을 들여다볼 때가 많기 때문이다. 일단 마음을 진정시키기로 하고 휴대폰 없는 동안 별다른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마인드 컨트롤을 했다.
몇 년 전만 해도 휴대폰 없이 다들 잘 지냈다. 그런데 요즘은 아이나 어른이나 휴대폰 없는 세상은 용납이 안 되는 듯하다. 연락을 주고받는 도구이기도 하지만 다양한 정보 등을 즉각 얻을 수 있는 편리한 물건이기 때문이다. 친구들끼리 옛날 영화 이야기를 하다가 주인공이 누구였는지 생각이 안 나 이런저런 이름을 대보다가 스마트폰으로 영화 내용을 검색하면 영화 제목과 감독, 주인공까지 자세하게 나오니 정말 기특한 존재임은 확실하다.
아이가 중학교 시절 들고 다니던 휴대폰을 처음 접했을 때, 대학 동창이 휴대폰이라며 가방 속에서 꺼냈던 전화기를 봤을 때 무척 신기했다. 당시는 삐삐라는 기기로 연락을 받으면 공중전화를 찾아 전화를 하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집 밖에 나와서도 안방 전화를 쓰는 것처럼 통화가 되는 걸 보고 참으로 놀라웠다.
친구의 첫 휴대폰은 모토로라에서 나온 제품이었는데 집 전화만큼이나 컸다. 흡사 무전기처럼 보이는 큰 휴대폰을 꺼내 통화를 하던 친구가 신기해서 너도나도 그 물건을 만져봤던 추억이 있다. 그 후로 폴더형, 슬라이드형 등으로 진화를 거듭하더니 이제는 스마트폰 시대가 되었다. 그리고 여전히 멈추지 않고 계속 진화하는 중이다.
나도 스마트폰의 장점을 톡톡히 누리는 사람이다.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에 접속해야 할 수 있었던 블로그 활동을 언제 어디서든 하고 있기 때문이다. 길을 걷다가 갑자기 어떤 생각이 떠오르면 이전에는 메모지를 꺼내 적어두었다가 집에 와서 글을 작성하곤 했다. 메모지가 없을 때는 그 생각들을 다 잊어버려 안타까울 때도 많았다. 그런데 이제는 생각이 떠오르면 그 자리에서 바로 스마트폰에 저장한다. 가입한 카페에 글을 올리는 것도 출석 체크도 집이 아니라도 가능해졌으니 스마트폰은 정말 편리한 기구임에 틀림없다.
외출해 있는 동안 무척 불안했다. 집으로 달려가자마자 충전기에 꽂혀 있는 스마트폰을 열어봤다. 그런데 참으로 무심하게도 아무 연락도 오지 않았다. 내가 불안해하는 동안 스마트폰은 편안한 휴식을 한 셈이다. 왠지 배신당한 느낌마저 들어 헛웃음이 나왔다. 그렇다. 잠깐 헤어져 있어도 별다른 일은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