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앙정가’, 푸른 대나무 향 가득한 담양 ‘면앙정가’는 1533년경 송순이 벼슬을 잠시 버리고 고향 전남 담양에 내려가 자신의 호를 딴 정자 면앙정을 짓고 노래한 한글 가사다. 푸른 대나무로 둘러싸인 정자에 앉아 자연과 풍류를 즐기는 선비의 면모가 엿보인다. 145구의 원문 중에서 면앙정 주변 환경을 노래한 앞부분을 발췌했다. 그가 “십 년을 경영하여 초려 삼간 지어내니 나 한 칸, 달 한 칸에 청풍 한 칸 맡겨두고 강산은 들일 데 없으니 둘러두고 보리라”고 노래했던 시조의 배경도 면앙정이다. ◆여행 정보 전라남도 담양군 봉산면
자연과 시조가 어우러지는 여행 시조는 그저 글귀가 아니다. 우리 선조들이 자연과 인간 사회를 바라보며 삶의 깊이를 담아낸 하나의 철학이며, 문화유산이다. 그들은 자연을 향한 마음을 고백하며 시를 통해 세상의 이치를 풀어내고자 했고, 그 마음은 시로 남아 후세에 전한다. 그리하여 시조는 그 시대의 풍경을, 사람들의 마음을 고스란히 담은 하나의 울림이 됐다. 물결이 흐르고 바람이 지나가는 그 자리에 서면, 시조 속의 마음이 한결 가깝게 느껴진다. 이것이 바로 선조들의 풍류가 아닐까. 오늘날에도 선조들과 같은 땅을 걸고, 자연을 담은 시
지중해의 푸르름을 품은 키프로스(Cyprus)는 고대 여신 아프로디테의 탄생지로 알려진 낭만적인 섬나라다. 그러나 필자가 이곳을 찾은 이유는 낭만이 아닌 도전이었다. 2025년 3월, 키프로스의 4개 골프 코스와 이탈리아 로마 인근 3개 코스를 포함해 총 7개 골프장을 돌며 9박 12일간의 장대한 라운드를 마쳤다. 그 가운데서도 키프로스 일정은 골퍼라면 생애 한 번쯤 경험해볼 만한 완벽한 조합이었다. 신화와 자연, 전략과 감동이 한데 어우러진 골프의 진경이 이 작은 섬에 응축돼 있었다. 키프로스로 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직항편이
어두운 밤을 달려 도착한 바다는 서서히 일출을 준비하는 중이다. 붉게 물들어가는 하늘과 바다 사이를 나는 무수한 갈매기 떼의 실루엣이 거친 파도 소리와 함께 성대한 아침 의식을 치르는 듯하다. 짧은 봄이 사라지기 전에 온몸으로 바다를 받아들이는 새벽이다. 끝을 알 수 없는 어스름한 봄 바다 저편을 향해 크게 묵은 숨을 토해낸다. 경주가 들려주는 신성한 봄 바다 이야기 문무대왕은 죽어서도 나라와 백성을 지키려 했던 신라 30대 왕이다. “내가 죽으면 동해에 묻어다오. 나는 죽은 뒤에도 용이 되어 나라를 지키겠노라. 부처님을 받들고 나
5월 황금연휴를 앞두고 가족여행을 떠나는 이들이 많다. 오랜만에 가족이 함께 떠나는 여행인 만큼 특별한 추억을 기대하지만, 여행 중 사소한 갈등이나 의견 차이로 인해 분위기가 흐려지는 일도 적지 않다. 특히 부모와 자식 간에 무심코 던진 한마디가 서로에게 상처가 되거나, 불편한 감정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이런 갈등을 예방하고 모두가 웃으며 여행을 마칠 수 있도록 '가족여행 십계명'을 정리해 봤다. ▲부모님 여행 십계명 아직 멀었냐 금지 이거 한국 돈으로 얼마냐 금지 물이 제일 맛있다 금지 줄 계속 서야 되냐 금지 돈
스페인 코스타 델 솔(Costa del Sol)은 유럽 골퍼들에게 이미 명성이 자자하다. 그 중심에 자리 잡은 핀카 코르테신은 유럽뿐 아니라 세계 골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명문 골프장이다. 2006년 카벨 로빈슨(Cabell B. Robinson)이 설계한 이곳은 지중해의 푸른 바다와 장엄한 산악 풍경이 어우러진 천혜의 코스다. 핀카 코르테신(Finca Cortesin, 파72, 6727m)은 지난해 9월 미국과 유럽의 여자 골프 스타들이 격돌한 제18회 솔하임 컵(Solheim Cup)을 성공적으로 개최하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
봄볕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눈길 닿는 곳마다 설핏설핏 봄기운이 어린다. 기지개를 켜며 훌훌 털고 어디로든 떠나야 할 것 같은 마음에 짐짓 두근거린다. 이럴 때 설렘을 주는 곳은 어딜까. 가까운 듯 단절의 참맛을 느끼게 하는 섬, 강화섬은 열린 자연이다. 섬 곳곳에 숨어 있는 작은 섬, 그리고 바다. 강화 남쪽 자락에서 영혼의 숨터를 만난다. 동검도는 강화 동남쪽에 자리 잡은 섬 속의 작은 섬이다. 한강을 통해 서울로 들어가는 배들을 검문하던 동쪽의 검문소라는 의미의 동검도다. 오롯한 섬 하나가 떠 있던 이전의 동검도는 이제 제방도로
요즘 SNS를 열면 익숙한 얼굴들이 하나같이 그림처럼 바뀌어 있다. 챗GPT의 이미지 리터치 기능으로 만든 ‘지브리 스타일’ 사진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것. 이제 사람들은 화면 속 감성에서 벗어나, 실제로 그 풍경을 만나고 싶어 한다. 그래서 준비했다. 국내에서 지브리 감성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드라이브 명소들이다. ▲단양 이끼 터널 푸르게 피어난 나무와 촘촘히 깔린 이끼들. 지브리 애니메이션 속 한 장면처럼 감성을 자극한다. 마치 의 풍경을 눈앞에 옮겨놓은 듯하다. 충북 단양군 적성면 애곡리 129-2 ▲인제 자작나무 숲
3월이다. 이 땅에 사는 사람이라면 3·1운동을 먼저 떠올리는 달이기도 하다. 일제강점기였던 1919년 3월 1일, 우리 선조들이 독립선언서를 발표하고 이를 온 세계에 알린 역사적인 날이다.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던 그날의 함성은 어느덧 106년 전의 이야기가 되었다. 하늘 아래 편안한 땅 천안(天安), 천안시 동남구 목천마을에는 뜨거웠던 독립운동의 역사를 기억하고 되새기며 가치를 기념하는 독립기념관이 자리 잡고 있다. 간밤에 온 대지에 뒤늦은 춘설이 살짝 내렸다. 이른 시간의 목천 땅은 고요하다. 하늘을 향해 나는 새의 날개처럼 활짝
발걸음마다 오랜 시간 품은 옛이야기를 듣는다. 깊은 산중에 난 흙길을 따라 오르다 보면 때 묻지 않은 숲의 기운을 온몸으로 받는다. 느긋한 마음으로 호젓하게 걷는 그 길 위에선 작은 것에도 너그러워질 수밖에 없다. 연풍새재 옛길, 걷다 보면 흔적마다 생생한 이야기가 묻혀 있다. 새들도 쉬어 간다는 험준한 조령(鳥嶺)을 넘어 걸었던 민초들의 그 길 위에 내 발걸음도 얹는다. 풍경으로 역사를 읽다 연풍, 이름만 들으면 누군가는 오래전의 영화 ‘연풍연가’를 떠올릴 수도 있다. 배우 장동건과 고소영의 청춘스타 시절 로맨스 멜로 영화 제목이
인스타그램 ‘조이 할머니의 로드트립(Grandma Joy’s Road Trip)’ 계정에는 95세의 조이 라이언 할머니와 40대 손자 브래드 라이언의 세계여행 기록이 게재되고 있다. 10만 명이 넘는 팔로어는 두 사람의 여행을 응원한다. 그들처럼 조부모와 손주가 여행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조손 여행이라고 부르거나 부모 세대(Generation)를 건너뛰었다고 해서 스킵젠(Skip-Gen) 여행이라고 한다. 스킵젠 여행은 저출산·고령화의 영향으로 주목받는 여행 트렌드다. 바쁜 부모 대신 조부모가 손주와 여행하는 것을 말하는데, 맞
다시 새해가 찾아왔다. 무수히 왔다 가는 새해인데도 그 시간 앞에선 언제나 마음가짐이 새롭다. 한 해의 첫머리이고 겨울의 한가운데이기도 하다. 높은 산꼭대기엔 차갑게 얼어붙은 상고대가 새하얗고, 짙푸른 겨울 바닷바람에 연신 입김을 뿜어낸다. 온기 품은 편안한 여정이면 좋겠다. 벼르고 벼르지 않아도, 촘촘한 계획이 없어도, 멀리 있거나, 요란하지 않아도 무언가 채워지는 곳, 하루쯤 마음 챙김의 청주 아트투어다. 이토록 친밀한 자연 속에서, 청주동물원 청주에 닿자마자 바람이를 보러 청주동물원부터 간다. 우암산 중턱에 자리 잡아서 저절로
여주에는 남한강이 흐른다. 여주를 아우르는 강물 줄기를 따라가다 보면 그 곁에 오래된 이야기가 있고, 자연 그대로의 풍경이 여유롭다. 다가갈수록 고요한 풍경 속에서 역사의 향기가 풍겨온다. 차분히 숨을 돌리고 나면 설렘과 기대가 더해진다. 가을이 왔다. 눈부신 계절이다. 흐르는 강물처럼 잔잔한 여주의 어느 멋진 날이다. 신들의 정원, 조선왕릉의 품격 해마다 가을이면 맞이하는 한글날은 우리의 글자인 훈민정음(訓民正音) 창제를 기념하고 한글의 우수성을 기리기 위함이다. 한글은 저절로 생겨난 것이 아니라 세종대왕이 창의적으로 만들어 세상
바람이 달라졌다. 한껏 뜨거웠던 날들이 제법 수그러드는 기미가 보인다. 이제 짧아진 가을을 어서 빨리 반겨 맞는다. 마을길을 산책하다 만나는 높지도 낮지도 않은 돌담 사이의 꽃무리가 걸음을 늦추게 한다. 작은 행복이 폴폴, 금당실마을 산책 경북 예천 읍내에서 자동차로 15분쯤 달리면 나타나는 금당실마을. 녹슨 양철 지붕과 헐고 뜯긴 벽에 자물쇠 굳게 잠긴 ‘용문정미소’ 앞을 지난다. 금당실마을은 옛 모습을 지닌 채 현대의 모습도 공존한다. ‘오셨니겨, 반갑니다, 또 오시소’,담벼락 아래 피어난 꽃과 함께 마을 사람들의 마음을 담은
여름을 보내면서 꺼내 들기 좋은 여행지는 어딜까. 단지 태양을 피하고 더위를 잊게 하는 것만으로 택하는 건 언제 적 이야기인가. 전통과 예술이 자연히 스민 풍경은 호젓한 여유를 온몸으로 느끼게 한다. 발길 닿는 곳마다 모든 게 쉼이 되고 마음 다스림의 자리가 된다. 한국 정신문화의 뿌리를 이룬, 유・무형의 유교 문화 자원을 간직한 안동이다. 서원 가는 길 건너편, 시사단(試士壇) 안동에는 도산서원이 있다. 조선시대 사설 교육기관인 서원 9곳이 유네스코 세계유산 한국의 서원에 등재되었다. 그중 대표 격인 경북 안동의 도산서원은 퇴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