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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토 에세이] 흔적
- 바다의 대화가 철썩 소리 낸다 바다가 모래를 쓰다듬으며 속삭인다 오늘은 바람이 안 불어 좋다고 모래는 지나간 이들을 이야기한다 발자국을 남긴 많은 사람들의 사연을 바다는 이야기를 같은 시간으로 묶는다 그리고 물결로 그 추억을 풀어준다
- 최경인 사진작가 2023-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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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토 에세이] 개망초
- 예쁜 개망초가 지천이다 흔해서 대접을 못 받는 꽃 가득하게 꽃 핀 계절이 되어야 그가 개망초라는 걸 알게 된다 꽃이 지고 나면 잡초가 된다 아무도 보지 않는 풀이 된다
- 최경인 사진작가 2023-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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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토 에세이] 대지의 환생
- 대지에 물이 올랐다 들판엔 유채꽃이 만발하고 그 향이 바람에 실려 벌과 나비를 불러들였다 나무 봄꽃이 꽃잎을 모두 떨굴 때 풀꽃 유채는 피어올라 다시금 대지의 환생을 알린다
- 최경인 사진작가 2023-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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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토 에세이] 금세 날이 개었다
- 그렇게 쏟아져 내리더니 흐르던 빗물은 물방울이 되었다 맺혔던 방울은 마르고 흰 구름이 하늘에 맺힌다 그렇게 소나기는 개었다
- 최경인 사진작가 2023-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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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토 에세이] 숲속 진달래꽃
- 이른 봄 숲속에서 갓 피어난 진달래꽃 짧은 탄성이 나온다 부드러운 햇살이 꽃잎을 감싸 화기가 올랐다 새잎 없는 삭막한 숲에 진달래가 화사한 얼굴로 봄소식을 전하고 있다
- 최경인 사진작가 2023-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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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토 에세이] 밤의 노래
- 물 녹은 호수에 밤이 찾아든다 미풍이 수면을 만지며 지문을 남긴다 한낮의 호수는 하늘의 거울이지만 한밤의 호수는 이 땅의 스크린이 된다 가로등이 영사기 되어 색을 노래할 때 나목들은 수면 위에서 춤을 춘다
- 최경인 사진작가 2023-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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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토 에세이] 목련이 꿈꾼다
- 설익은 봄 햇살이 목련을 보챈다 애쓰지만 두꺼운 외투는 잠겼다 하얀 옷은 아직 안에서 꿈꾼다 겨울을 견디며 아직은 꿈꾼다
- 최경인 사진작가 2023-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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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토 에세이] 여명의 시간
- 은은한 악기의 조율음처럼 여명이 비친다 아름다운 선율은 없지만 가장 설레는 시간 일출을 바라는 이에게 가장 큰 선물이 된다 태양이 떠오르는 순간 모든 기대가 모여 오케스트라 합주가 된다 새해의 아침, 희망을 담은 연주가 시작된다
- 최경인 사진작가 2023-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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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토 에세이] 새 길을 걷다
- 설호가 시작되던 날 호수 위로 새 길이 열렸다 숲의 그림자가 획을 더하자 백설의 수묵화가 완성된다 다른 계절엔 걸을 수 없던 자연이 만든 새 길을 걷는다
- 최경인 사진작가 2022-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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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토 에세이] 晩秋의 하얀 파도
- 낮아진 햇살이 갈대를 휘감으면 무채색의 찬란한 그림이 펼쳐진다 바람에 이는 하얀 파도는 화폭 속 절정을 차지한다 쓰러지지 않는 갈대의 유연함은 백발 노인의 지혜로움 같은 것 인생의 황혼 같은 晩秋 들판은 아름답지만 쓸쓸하다
- 최경인 사진작가 2022-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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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토 에세이] 추호에 없다
- 추호에 안개가 내려앉았지만 단풍을 가리기에는 천이 얇다 갈아입는 모습이 보일라 나무들은 조심스럽게 변신한다 뜨거운 태양을 보내고 새 계절의 축제를 준비한다 그곳에서 할 수 있는 것은 탄식 한마디 내뱉는 것뿐이다 그것밖에 없다
- 최경인 사진작가 2022-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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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토 에세이] 운무 아래 삶이거늘
- 비 쏟아지고 갑자기 갠 날 구름은 미처 승천하지 못하고 운무가 되어 북한산 허리 자락을 잡았다 그 밑에 흐리다 투덜대는 이들이 보인다 늘 받던 햇살이 없다고 알고 보면 북한산 대님 같은 인생인걸 멀리서 보면 이렇게 아름다운걸
- 최경인 사진작가 2022-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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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토 에세이] 황혼 속 여의도
- 흐렸지만 먼 하늘엔 구름이 없던 날 태양이 세상을 황금빛으로 물들일 때 불타오르는 여의도는 세상사를 보는 듯하다 오렌지빛 부와 코발트빛 권력이 뒤엉키는 곳 그들의 욕망은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한다 산성 꼭대기에서 보는 불구덩이 속 화염은 모든 것이 부질없음을 깨닫게 만든다
- 최경인 사진작가 2022-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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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토 에세이] 낮 밝히는 연등
- 한낮의 햇살이 연꽃 정수리에 내려앉았다. 연꽃이 연등처럼 밝게 빛난다. 꽃잎은 선녀의 비단 옷자락을 닮았다. 심청의 환생이다. 뿌리는 질척한 흙에 두고 있어도 물 위로는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을 잉태해낸다. 속세에 찌들어도 마음은 더럽혀지지 않기를 蓮처럼 나의 모든 것이 세상에 쓰임이 있기를 눈과 마음을 정화시키는 연꽃의 계절이다.
- 최경인 사진작가 2022-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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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토 에세이] 하늘을 바라보는 화살표
- 동창을 채운 메타세쿼이아는 오늘도 씩씩하다 수줍은 듯 땅을 향한 수양버들 가지와 다르다 아래를 보고 사는 이는 현재를 위해 산다면 위를 보고 살아야 할까 미래를 위해선 언제부터인가 메타세쿼이아는 올곧게 그리고 하늘 높이 화살표를 만들며 자라나고 있다 그저 보고 있는 것으로 힘을 얻는다
- 최경인 사진작가 2022-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