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개정안 발표, “과세 방식 변경에 대처하는 방법은?”

기사입력 2025-04-14 08:16 기사수정 2025-04-14 08:16

[법률 가이드] 부동산 증여나 경영권을 승계, 긴 호흡으로 설계해야

정부는 3월 중순 현행 유산세에서 유산취득세로 전환하는 내용의 상속세 개정(안)을 발표했다. 유산취득세 방식은 상속제 부담을 줄이며, 응능부담 및 공평과세 이념에 부합한다. 다만, 조세협력 비용 증가 우려가 있어 장기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어도비 스톡)
(어도비 스톡)


상속은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부가 이전되는 과정이다. 원활하게 이전된 부는 사회에 활력을 불어넣는 긍정적 면이 있는 동시에,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는 부정적 면도 있다. 상속세 과세 체계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의 균형점을 찾아가는 절차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상속세 과세 체계는 누구를 기준으로, 어떤 방식으로 부를 승계할 것인가 하는 문제와 연결된다.

자산은 생전 증여 혹은 사후 상속 방식으로 승계할 수 있다. 생전에 넘기는 경우 수증자(재산을 받아간 사람)를 기준으로 세금(증여세)을 매긴다. 이를 ‘유산취득세’ 방식이라 한다. 사후에 상속인들에게 재산이 넘어갈 때는 피상속인(사망한 자, 재산을 넘겨준 사람)을 기준으로 세금(상속세)을 매긴다. 이는 ‘유산세’로 정의한다.

현재 상속세를 과세할 때 ‘유산세’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데, 정부는 3월 12일 이를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두 가지 방식은 각각 장단점이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유산세는 피상속인의 재산 전체를 과세 대상으로 삼는 반면, 유산취득세는 상속인 개개인이 받은 재산을 기준으로 과세한다.

현행 상속세는 사망 개시일의 상속재산에 더해 10년 내에 상속인들에게 무상으로 넘겨준 재산을 합산하여 과세한다. 상속인이 아닌 자에게 증여한 자산의 경우 사망 5년 이내에 무상으로 이전한 재산 역시 합산한다. 사망에 임박한 피상속인이 재산을 유출하여 무상으로 이전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정부는 지난 수년간 상속세와 증여세의 과세 체계를 일원화하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상속세 제도는 각 나라의 사정에 따라 다르다. 미국과 영국은 유산세 방식을, 프랑스와 독일은 유산취득세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일본은 취득과세형으로 유산세 방식으로 산정한 과세표준을 각 상속인의 법정 비율로 배분한 후 상속세를 계산하는 절충형을 취하고 있다.

OECD 국가 중 상속세를 폐지한 나라도 상당수 있다. 캐나다, 스웨덴, 멕시코, 뉴질랜드, 노르웨이, 호주, 포르투갈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국가 중 일부는 상속세를 폐지하면서 자본이득세를 도입했다. 스웨덴은 2005년에 상속세와 증여세를 폐지했다. 이는 당시 최고세율 70%의 상속세를 견디지 못한 기업들이 해외로 이전하려는 움직임 때문이었다. 캐나다의 경우 상속세 대신 자본이득세를 적용하고 있으며, 그 적용 비율을 50%에서 66.7%로 확대했다.

이런 국가들이 상속세를 폐지했다고 해서 상속에 따른 자본이득을 완전히 면제해주는 것은 아니다. 이는 각 국가의 세제 정책과 경제 상황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뜻이다.

유산세 체계와 유산취득세 체계에서 상속세가 각각 과세되는 방식을 예를 들어 살펴보자. 50억 원 재산을 가진 피상속인이 사망했을 때 현재 과세 방식대로 상속세를 부과하면 50억 원 전체에 대해 세율을 곱해 상속세를 산출한다(공제 항목은 계산 편의상 제외한다). 하지만 유산취득세에서는 해당 재산을 상속인들에게 분배한 금액, 예컨대 자녀 두 명이 50대50으로 분배받은 경우라면 25억 원에 세율을 곱해 산출한다. 이를 그림으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정부가 3월 12일 발표한 개정(안)상의 구체적인 항목은 국회의 논의를 거치는 동안 수정할 가능성이 높아 여기서는 반영하지 않기로 한다(이하 같다).



위 내용을 요약하면, 유산취득세 방식은 실제 상속인이 받은 재산에 대해 상속세를 과세함을 알 수 있다. 이를 응능부담의 원칙(조세를 부과할 때 납세자의 경제적 능력에 따라 부담을 지우는 것)이라 한다. 따라서 유산취득세는 조세 정의나 공평 과세의 이념을 실현할 뿐 아니라, 상속인 간에 재산 분할을 촉진하여 부의 집중 억제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반면 상속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허위로 분할신고를 할 유인이 존재하고, 조세협력 비용(상속인별로 상속세 신고서를 작성하면서 발생하는 수수료 등)이 증가한다는 단점이 생길 수 있다.

유산세 체계에서는 재산을 상속받은 상속인들 간에 상속세액 전체에 연대 납세의무가 부여된다. 본인들이 받은 재산을 한도로 책임을 지는 구조로 되어 있다. 유산취득세 체계에서는 이러한 연대 납세의무를 부여하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 상속재산을 법정지분, 유언, 분할협의 방식 혹은 소송에 의하든 배분을 완료하고 나면, 각자 받은 재산을 기준으로 상속세를 각각 산출하여 납부하는 구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정부의 개정(안)에 따르면, 각자의 상속세에 납세의무를 부담하되, 상속인 간 조세채권 확보가 어려운 경우 등 제한적으로 연대 납세의무를 부과하기로 했다.

실제 사례를 통해 양 체계에서 세금이 얼마나 차이 나는지 살펴보자(앞의 자료에서 현재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의 공제 항목을 고려했다).



대기업에서 임원으로 일하다 25년 전 퇴직한 김경영(가명) 씨는 당시 50억 원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었다. 가족은 배우자와 자녀 둘이 있다. 퇴직 후 특별한 일 없이 금융재산에서 나오는 이자와 배당, 연금으로 생활했다. 최근 그가 사망했는데 금융재산 10억 원과 부동산 등 40억 원, 합계 50억 원을 유산으로 남겼다. 연로한 배우자는 재산 상속을 받지 않기로 하여 자녀 둘이 25억 원씩 나누기로 했다. 이 경우 현재 법률에 따라 상속세를 산정하면 대략 13억 4000만 원 정도 나온다. 한 자녀당 6억 7000만 원씩 부담하는 셈이다.

이번에는 법률이 개정되어 유산취득세 체계로 변경된 경우를 가정해보자. 일괄공제, 배우자공제, 그리고 금융재산공제 금액은 상속재산을 받은 이에게 동일하게 배분·적용된다고 가정한다. 이 경우는 한 자녀당 5억 5900만 원씩 산정된다. 양 체계에서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면 약 1억 1000만 원 정도 상속세가 줄어든다.

이번에는 상속 설계를 통해 10년간 증여세 면세점이 되는 금액(배우자 6억 원, 결혼 및 출산으로 자녀당 1억 5000만 원 등 합해 2억 원씩)을 활용한 경우에는 양 체계 간에 얼마나 차이 나는지 살펴보자. 유산세 체계에서는 한 자녀당 약 3억 5000만 원이 산정되는 반면, 유산취득세 체계에서는 약 2억 5000만 원으로 준다.

이 사례를 요약해보면 아래와 같다.

옆의 표에서 보는 것처럼 현행 유산세 체계에서 유산취득세로 개정되면 상속세가 줄어든다. 여기에 10년 단위로 생전 증여를 통해 재산을 미리 이전한 경우에는 세금이 더 줄어드는 것을 알 수 있다.

상속세 절감을 위해서는 10년 단위로 상속재산을 분산해 증여해야 함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상속세 설계는 오랜 기간이 필요하다.

세법은 연례행사처럼 개정한다. 정부의 정책 변화에 따른 예산 규모 확대, 경제 환경의 변화, 기업이나 납세자 단체의 요구 반영 등을 조세정책에 반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도비 스톡)
(어도비 스톡)


정부는 지난해 상속세 부담을 경감한다며 각종 공제 금액을 대폭 늘리고 세율을 인하하겠다고 공표했다. 주된 개정(안)은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낮추는 것, 대기업 최대주주에 적용하던 주식평가액 할증제를 폐지하며, 자녀 1인당 공제액을 현행 5000만 원에서 10배 인상한 5억 원으로 늘리는 것 등이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법)’은 2024년 말에 단 한 줄도 개정되지 않았다. 표면적으로는 올해 초 상속세 과세 체계를 기존의 유산세에서 유산취득세로 변경할 것이기 때문에 그때 함께 개정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최근 국회에서는 상속세 과세 체계 개편은 추후 추진하더라도 우선 상속세의 일괄공제액과 배우자공제액을 상향 조정하자는 제안을 내놓기도 했다.

한편 올해 ‘상증법’을 개정해 상속세 과세 체계가 변경된다 하더라도, 행정적으로 과세 시스템을 변경해야 하고 국민들에게 해당 사실을 널리 알려야 하는 점들로 인해 최소 2~3년 이상 유예기간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 개정(안)에 따르면, 정부는 2025년 국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2028년 상속 개시분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또한 유산취득세 전환 시 발생할 수 있는 조세회피를 방지하기 위해 위장분할, 우회상속 등에 대한 대응 방안을 별도로 마련하기로 했다.

자산 이전 계획이 있는 분들, 특히 은퇴 후 제2의 삶을 영위하기 시작한 베이비부머들은 해당 법률의 개정 방향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상속인 입장에서도 어느 시점에 자산을 물려받아야 가장 절세할 수 있는지 눈여겨봐야 한다. 가치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부동산을 물려주는 경우나 경영권을 승계하는 경우, 가능한 한 이른 시점에 준비해야 한다.

통상 60대 중반 즈음하여 자산 승계를 준비하는 것이 원활한 승계를 위해서, 세금 절감을 위해서도 도움이 된다고 본다. 유산취득세 체계로의 변경에 대비해 긴 호흡으로 자산 승계를 설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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