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 뉴욕에서 열린 게이츠재단 ‘골키퍼스 2025’ 행사에서 빌 게이츠 이사장은 “수백만 아동의 생명이 달렸다”며 각국 지도자들에게 보건 원조 축소를 되돌리고 아동 건강 투자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그는 “지금의 선택이 다음 세대의 미래를 결정한다”고 말하고, 2045년까지 치명적 아동질환을 역사 속으로 밀어낼 수 있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이번 성명은 특히 고령화로 인한 국내 재정 부담 확대가 선진 공여국의 보건 원조 축소 요인으로 꼽힌다는 점에서, 고령사회가 글로벌 아동 생존에 미치는 파장을 지적하고 있다.
게이츠재단은 행사에서 2026~2028년 글로벌펀드(에이즈·결핵·말라리아 퇴치기금) 증액 모금에 3년간 약 1조2704억 원(9억1200만 달러)를 추가로 약정했다. 재단은 글로벌펀드가 2002년 이후 7천만 명 이상의 생명을 구했고, 1달러당 19달러의 건강·경제적 편익을 창출해 온 대표적 고효율 생명구호 플랫폼이라고 설명했다.
행사에서 게이츠 이사장은 “인류는 기로에 서 있다. 지금 제안된 대규모 보건 원조 삭감을 그대로 두느냐, 아니면 모든 아이가 건강하게 살 권리를 보장하느냐의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2000년 이후 전 세계 아동 사망이 연 1천만 명에서 5백만 명 미만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면서, “지금의 투자만 지켜도 앞으로 20년 동안 아동 사망을 한 번 더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재단이 제시한 아동 생존 로드맵은 AI 기반 의약품 공급 혁신 등 저비용·고효율 혁신의 조기 도입과 확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저출산·고령화로 재정 압박이 커지는 공여국 환경에서 ‘적은 돈으로 더 많은 생명을 구하는 방법’에 집중하겠다는 것.
재단은 또, 고령화와 높은 부채, 국내 현안을 이유로 올해 주요 공여국의 보건분야 공적개발원조(DAH)가 2024~2025년 사이 21% 감소, 최근 15년 내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경고했다. 현재 추세가 고착되면 지난 수십 년의 성과를 되돌릴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재단은 스페인 페드로 산체스 총리에게 ‘2025 글로벌 골키퍼상’을 수여했다. 스페인은 올해 글로벌펀드 분담금을 약 12%, 가비 지원을 30% 확대하고, 6월 ‘개발재원 국제회의’를 주최하는 등 글로벌 보건 재원 확충을 주도했다. 재단은 또한 지역사회 기반 보건·교육 및 말라리아·HIV 인식 제고에 앞장선 각국의 ‘골키퍼스 챔피언’ 10인을 함께 시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