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인력 얼마나 데려올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머물게 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초고령사회 일본이 외국 인력 정책의 방향을 근본적으로 바꾸며 인력 부족에 대응하고 있다. 단기 인력 수급이 아닌 숙련 인재의 육성과 장기 정착을 중심으로 제도를 재편한 것이다.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한국 역시 외국 인력을 중장기 관점에서 설계하는 정책 전환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산업연구원이 30일 발표한 ‘초고령사회 일본의 외국인력 도입 동향과 정책적 시사점’에 따르면, 일본은 여성과 고령자의 노동시장 참여 확대만으로는 구조적인 인력 부족을 해소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외국 인력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는 전략을 본격화했다. 최근 10여 년간 일본 외국 인력 정책의 초점은 ‘규모 확대’보다 ‘정착과 숙련’에 맞춰졌다.
그 결과 일본 내 외국인 노동자는 2014년 78만 명에서 2024년 230만 명을 넘어섰다. 10년 만에 2.9배 증가한 것이다. 특히 전문·기술 인력 유입이 크게 늘었다. 일본 정부가 체류 요건을 완화하고 영주권 취득 경로를 명확히 하면서 고급 인재 유치를 적극 추진한 영향이다. 단순 인력 중심이던 외국인 노동자 구조가 다층화됐다는 평가다.
정책 설계의 핵심은 직능별 체계화다. 일본은 외국 인재를 고급 전문인력, 숙련 기능인력, 단순 기능인력으로 구분하고 각 단계별로 다른 체류 자격과 이동 경로를 마련했다. 고급 전문인력에게는 ‘고도 전문직’ 체류 자격과 고도 포인트 제도를 도입해 장기 체류와 정착을 유도했다. 숙련 기능인력에게는 시험과 경력 요건을 충족하면 상위 체류 자격으로 이동할 수 있는 통로를 열었다.
단순 기능인력 정책 역시 전환점을 맞았다. 일본은 기존 기능실습제의 한계를 인정하고 외국인을 연수생이 아닌 노동자로 대우하는 ‘육성취업제’를 도입했다. 단기 체류와 반복 유입에 의존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외국인 노동자를 제도적으로 육성·정착시키려는 시도다.
산업 현장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외국 인력의 활용은 제조업 중심에서 건설업, 서비스업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특히 의료·돌봄 분야에서 외국 인력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다. 고령 인구 증가로 돌봄 수요가 급증하면서 외국 인력이 고령사회 유지의 한 축으로 편입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이러한 일본 사례를 바탕으로, 한국은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음에도 외국 인력 정책이 여전히 단기 인력 수급 차원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숙련 형성과 장기 정착을 염두에 둔 제도 설계가 부족한 만큼, 인구 정책과 산업 전략을 연계한 중장기 외국 인력 로드맵과 범정부 차원의 정책 조율 체계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