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첫 논의 갖자더니 “서면 회의 하자”… 장애계 분통

입력 2026-01-28 16:40

장애인정책조정위 첫 회의 서면 진행 방침에 반발… “현장 소통 외면한 결정”

(이미지=AI 생성)
(이미지=AI 생성)

새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열리는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 회의가 대면이 아닌 ‘서면회의’로 진행될 예정이라는 소식에 장애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장애계는 28일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새 정부의 장애인정책 철학과 비전을 가늠할 첫 공식 논의가 형식적 절차로 축소됐다”며 깊은 유감을 표했다.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는 ‘장애인복지법’에 근거한 범정부 차원의 최고 정책조정기구로, 국가 장애인정책의 방향과 우선순위를 정하고 부처 간 정책을 조율하는 핵심 기구다. 특히 정권 교체 이후 처음 열리는 회의는 새 정부의 정책 기조를 드러내는 상징성과 함께, 향후 장애인정책의 실질적 방향을 가늠하는 중요한 계기로 평가돼 왔다.

그러나 정부가 이 첫 회의를 서면으로 대체하기로 하면서, 장애계는 “기대와 요구를 전혀 반영하지 못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성명서에서는 현 정부가 이전 정부 시기에 수립된 장애인정책종합계획을 사실상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면서도, 이를 재점검하거나 새 정부만의 비전과 로드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애계는 “새 정부의 장애인정책 기조와 사회적 전환에 부응하는 새로운 구상이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장애계는 이번 결정이 단순한 회의 방식의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를 서면으로 대체하는 것은 장애인정책을 국정의 핵심 의제로 다루겠다는 의지가 부족하다는 신호로 읽힐 수 있으며, 복합적이고 절박한 현안을 충분히 논의하고 조율할 책임을 회피하는 것처럼 비친다는 것이다. 정책 조정과 사회적 합의가 핵심인 기구를 형식적 절차로 축소하는 것은, 장애인정책 전반을 행정 편의적으로 다루겠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사회에 준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장애계는 정부가 그간 ‘현장과의 소통’을 국정 운영의 핵심 가치로 내세워 왔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각 지역과 분야를 찾아가는 소통 행보를 강조해 온 정부가, 정작 장애인정책이라는 중대한 영역에서만 대면 논의를 배제한 것은 스스로의 국정 기조와도 배치된다는 주장이다. 장애계는 “왜 새 정부 첫 공식 정책조정 회의에서만 직접 소통이 배제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성명서는 장애인정책이 서류와 문서만으로 결정될 수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동권, 교육권, 노동권, 탈시설과 지역사회 자립생활, 소득보장과 돌봄, 건강권과 의료 접근성 등 장애인이 직면한 과제는 서로 긴밀히 얽혀 있어 당사자와 현장의 경험 없이는 제대로 된 진단과 해법을 마련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장애계는 주요 안건이 제한적이라는 이유로 서면회의를 택했다면, 그것 자체가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에 대한 정부의 인식을 드러내는 대목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장애계는 정부에 세 가지를 요구했다. 우선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를 서면회의로 처리하지 말고, 조속히 대면회의를 열어 실질적인 논의와 정책 방향 설정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기존 장애인정책종합계획의 단계별 시행계획과 함께 새 정부의 정책 비전, 이전 정책에 대한 평가와 개선 방향을 공개적으로 제시해야 한다는 요구도 담겼다.

아울러 당장 대면 회의 개최가 어렵다면 국무총리를 비롯한 정부 핵심 책임자들이 주요 장애인단체 대표들과 공식적인 만남의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형식적 면담이 아닌,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정책에 반영하기 위한 최소한의 소통 장치여야 한다는 것이다. 장애계는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이러한 만남이 신뢰 회복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장애계는 이러한 소통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향후 장애인정책 수립과 이행 전반에서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정례적이고 구조적인 소통 체계로 이어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성명서는 “장애인은 시혜의 대상이 아니라 권리의 주체”라며, “정부가 이번 서면회의 결정을 재고하고 장애계와의 직접적인 대화와 협의에 나설 것”을 거듭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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