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에 따라 꽃구경, 단풍구경, 눈 구경을 하며 1시간쯤 산을 오르면 왼쪽에 아이를 품은 여인을 형상화한 목각상이 보인다. 목각상에 “속삭이는 자작나무 숲”이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고 목각상 너머로 새하얀 몸통을 지닌 자작나무 숲이 펼쳐진다. 입은 닫고 마음은 연채로 대나무처럼 곧게 뻗은 자작나무들 사이로 걸어 들어간다. 앞선 사람들이 울창한 숲으로 빨려 들어가듯 금새 사라지고 만다.
자작나무는 껍질이 탈 때 자작자작 소리가 난다고 하여 자작나무라 불린다. 플라타너스처럼 생긴 잎을 밟을 때도 자작소리가 난다. 걷다가 자작나무 벤치가 보이면 그곳에 않아 눈을 감아 보자. 나뭇잎 사이로 비껴드는 햇살이 새하얀 수피에 반사되어 눈꺼풀 위로 아른 거린다. 바닥에 누워 따사로운 볕이 얼굴을 간질이는 느낌도 느껴보자. 한참을 누워 있어도 조급한 맘이 들지 않는다. 시간은 숲 안에서 정지되고 바닥에 누인 팔다리는 나무뿌리가 되어 자연과 하나가 된 듯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이곳은 휴대전화 조차 터지지 않는 두메산골이라 나만의 시간을 방해하는 이도 없다.
자작나무는 수피가 하얘서 겨울에는 더욱 눈부시다. “숲의 여왕”이란 애칭을 갖고 있는데 겨울에는 “눈의 여왕”이라 부르는 것이 더 잘 어울릴 것 같다. 코발트 불루빛 하늘을 향해 하얀가지를 뻗어 올린 모습은 우아하고 기품이 넘치며, 가을엔 황금 빛 단풍이 가슴을 뛰게한다. 사계절 아름답지 않은 때가 없으니 이 숲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