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비앤비의 잘나가는 시니어 호스트로 소문난 최형식(崔亨植·64), 박만옥(朴萬玉·56) 부부의 집으로 찾아가는 과정은 물음표의 연속이었다. 관광지와 거리가 먼 서울 강북의 전형적인 아파트 밀집지역. 휑한 지하주차장에 내려서도 그 물음은 계속됐다. 인터폰을 통해 잠긴 철문들을 통과하며 외국 관광객들은 여행 기분을 느낄 수 있었을까? 최씨는 “그게 바로 우리가 넘어야 할 불리한 조건이었다”고 설명한다.
“에어비앤비도 일반적인 숙박업과 다를 바 없어요. 지리적 위치가 중요하죠. 우리 집 주변은 관광지도 없고, 경치가 뛰어나지도 않아요. 그래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나름의 노력이 필요했죠.”
이들 부부는 자신들이 가진 경쟁력 중 하나는 ‘아침밥’이라고 했다. 아내 박만옥씨는 다양한 경험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전 세계 건설현장을 돌며 현장 소장으로 근무했던 남편 덕분에 다양한 식문화 경험도 했고, 부하 직원들을 초대해 식사대접하는 일도 잦았거든요. 그래서 외국인 입맛도 어렵지 않게 맞출 수 있게 됐죠. 워낙 요리에 관심이 많아 한국에 돌아와서 일식, 양식, 한식 공부도 했어요.”
단지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이 집의 원칙은 아침식사를 오전 7시 시작, 최씨 부부도 함께 식사한다.
“음식을 따뜻하게 차려주고, 함께 식사해요. 함께 밥을 먹으면서 여행에 대한 정보도 나누고 소소한 일상에 대해 이야기해요. 마치 가족을 얻은 기분을 느끼죠.”
출가한 자녀의 빈방을 활용하는 대부분의 시니어들과 달리 최씨 부부의 두 아들은 아직 부부와 함께 살고 있다. 방이 모자랄 땐 두 아들이 한 방을 쓰기도 한다. 한국관광공사에서 사정할 땐 두 아들 모두 친구 집으로 보내 방을 확보한 적도 있다. 물론 가족의 평범한 생활 모습은 ‘객’들에게 그대로 노출된다.
“미국에서 온 노부부는 가족끼리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무척 좋아했어요. 아이들을 자기 자식처럼 대해주기도 하고요. 다른 나라 가족의 생활을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은 그들에겐 매우 흥미로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아이들도 불편해하지 않아요. 집으로 찾아온 외국인들과 스스럼없이 친해지기도 하고 함께 놀러 나가기도 해요.”
최씨는 에어비앤비를 통해 얻은 가장 큰 선물은 끊임없이 외국에서 함께 이야기를 나눌 누군가가 찾아와준다는 것이다. 1997년 이란 테헤란 현장에서 뇌졸중으로 쓰러진 후 노후가 우울해질 수도 있었지만, 많은 외국인 친구들과의 만남을 통해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되는 심리치료 효과까지 얻었다.
“일부에선 에어비앤비 호스트를 시작하면 당장 떼돈을 벌 수 있을 것처럼 호들갑을 떨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아요. 돈이 목적이라면 후회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노후에 보람 있는 일을 찾는다면, 에어비앤비도 좋은 후보 중 하나가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