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난로

기사입력 2017-12-26 18:35 기사수정 2017-12-26 18:35

혹한을 이기는 필자만의 비장의 무기가 있다. 휴대용 손난로이다. 여름철에 올해 유행했던 손풍기가 유용했으므로 겨울철에는 손난로가 제격이다. 손풍기는 젊은 여자들이나 쓰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 편견이다. 더우면 노인이라도 손풍기를 쓸 일이다. 겨울에 손난로를 사용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핫팩이 아니라 손난로이다. 금속으로 되어 있고 안에 솜이 들어 있다. 솜에 라이터 기름을 넣고 불을 붙여 주면 하루 종일 안에서 타면서 열을 낸다. 너무 뜨거워서 헝겊으로 된 케이스가 있다. 케이스에 넣고 주머니에 넣고 다니면 된다. 아침마다 기름을 넣고 불을 붙여주는 작업이 번거롭지만, 한번 쓰고 버리는 핫팩에 비해 친 환경적이다.

손난로는 작년 신설동 풍물시장에서 샀다. 한 개에 1만 원 정도 준 것 같다. 요즘은 이런 게 있는지 몰라서도 못 사고, 봐도 무엇에 쓰는 건지 몰라서 못 사고, 파는 곳도 찾기 어려워 사기 어렵다. 옛날에 할아버지가 애용했던 것이 생각난다. 그땐 그게 뭔지 잘 몰랐다. 어릴 때는 혈액순환이 왕성할 때였으므로 손난로가 필요하지도 않았다.

손난로의 단점은 폐쇄된 공간에 가면 은근히 기름 냄새가 난다는 것이다. 작년 겨울에 쓰다가 그동안 묵혀 두어서 더 그런지는 모르겠다. 헝겊 케이스에 밴 냄새일지도 모른다. 세탁도 고려해볼 일이다. 순수한 기름 냄새도 아니고 묘한 노인 냄새가 난다. 돌이켜 보니 할아버지에게서 났던 그 냄새였다. 처음엔 주변에 이상한 냄새가 나서 필자도 킁킁 거렸는데 알고 보니 손난로에서 나는 냄새였다. 민망한 일이었다. 그래서 실내에 여러 사람이 모이는 날은 안 가지고 외출한다.

보통 때는 이 손난로가 아주 유용하다. 장갑을 끼어도 손이 시린 날이 있다. 그런 날 손난로만 있으면 만사 오케이이다. 마음까지 따뜻해진다. 경험상 목 부위, 발목 부위, 손 목 부위가 추우면 몸이 전체적으로 차가워지는 것 같다.

그리 춥지 않아 사무실에 별 준비 없이 갔다가 손난로를 안 가져온 것을 후회한 적도 있다. 으슬으슬 감기 끼가 있었다. 집에 가서 옷을 갈아입다 보니 몸이 얼음처럼 차가운 것을 알 수 있었다. 뜨거운 물에 샤워하고 위스키 한잔 하니 제 컨디션이 돌아왔다. 겨울철 추운 날씨로 인한 체온 저하는 상당히 몸에 안 좋은 것 같다. 아주 추운 날은 단단히 입고 가니 추위를 덜 탄다. 그러나 어설프게 추우면 옷도 허술하게 입고 나가서 추울 수 있다. 눈 오는 날은 대부분 따뜻한 편이지만, 습도가 높으면 으슬으슬 더 추울 수도 있다. 스칸디나비아에 갔을 때 기온은 그리 낮지 않은데도 틈만 있으면 파고드는 추위에 고전한 적이 있다. 그런 추위가 더 무섭다.

연탄 배달 봉사를 간 날 하필이면 손난로가 꺼져 있었다. 차디찬 연탄을 들어 나르는데 손이 시렸다. 아침에 분명히 기름을 넣었는데 양이 부족했던 모양이다. 추운 날씨에 산에 간 날도 손난로를 단단히 믿고 갔는데 중간에 꺼져 있어 제 구실을 못했다. 오래되어 성능이 저하된 모양이다. 이런 날은 아예 핫팩과 손난로까지 완전 무장하고 가기로 했다.

요즘은 핫팩이 흔하다. 약국에서도 팔고 편의점에서도 판다. 군대시절 혹한 속에 훈련 받던 때 핫 팩 하나만 있었어도 견딜 만 했을 것이다. 하긴 고궁에 가보면 옛날에는 아무리 아궁이와 화로에 불을 땐다지만, 왕도 겨울에는 춥게 지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요즘 우리는 호강하는 셈이다.

몸이 차서 컨디션이 안 좋은 것 같으면 1000원에 산 핫팩이 충분히 제 구실을 한다. 집에서 찾아보니 작년 것도 있고 몇 년 된 것도 있는데 오래 된 것은 전혀 효과가 없고 성능이 절반으로 떨어지는 것 같다. 그 해에 다 써야 하는데 없어도 그만이니 두고도 잊어버리는 모양이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쓸모도 없다. 일단 핫팩 재고부터 아침마다 시험해 보고 작동이 되면 가지고 나가고 그렇지 않으면 손난로를 기름 채워 쓸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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