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이요? 이제 무엇이 좋다 나쁘다 이야기하기 어렵게 됐어요. 생활의 일부가 되었으니까요.”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서대문문화체육회관에서 만난 서은희(徐銀姬·57)씨의 이야기다. 그녀는 올해로 수영경력 24년의 베테랑이다. 그 24년이라는 기간보다 더 대단한 것은 거의 빠짐없이 1주일에 3일은 수영을 해왔다는 것이다. 수영이 직업이었다면 ‘장인’이라고 부를 수 있는 수준이다. 글·사진 이준호 기자 jhlee@etoday.co.kr
타고난 운동신경도 있는 데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시작한 터라 수영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몸에 익어갔다. 강사들의 칭찬도 그녀가 힘차게 팔을 저을 수 있는 원천이 됐다.
물 위를 오가는 그녀의 실력은 수치로도 증명됐다. 바로 메달이다.
“과거에는 같은 구의 몇 개 수영교실 회원들끼리 모여 겨루는 구청 개최 경기가 많았어요. 저는 자유형과 배영이 주 종목이었는데, 우승 메달이 넘쳐 나중에는 주번 지인들에게 나눠줄 정도로 넘치기도 했죠. 우리 클럽의 수준이 높은 편이었기 때문에 단체전에서도 메달을 놓치는 법이 없었어요.”
오랜 기간 수영을 해 온 덕에 건강만큼은 누구보다 자신 있다고 이야기하는 그녀다. 남들 다 걸리는 감기도 늘 그녀에게만큼은 남의 일이었고, 아직도 25m 정도는 잠수로 단숨에 내달릴 수 있을 만큼 거뜬하다.
“심폐능력과 지구력은 운동하지 않는 분들과 차이가 나는 것 같아요. 또 같은 수영교실의 선배들을 보면 삶의 활력이 느껴져요. 당연히 모두 건강하고요. 회원들과 함께 나이가 들어가면서, 젊을 땐 몰랐던 건강과 체력의 소중함을 알게 됐고, 수영이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새삼 깨닫게 됐어요.”
서은희씨는 초보자들이 수영을 시작하면서 가져야 할 덕목은 ‘인내심’이라고 조언했다.
“수영교실을 다니다 보면 처음 시작하는 분들을 많이 봐요. 그런데 그분들 중 상당수는 얼마 버티지 못하더라고요. 이런 새내기들과 이야기할 기회가 많은데, 그때마다 전 대부분의 고민은 시간이 해결해주니 꾸준히 하시라고 이야기해요. 수영은 시간이 필요한 운동이거든요. 그냥 묵묵히 연습하다 보면, 익숙해지기 마련이에요. 처음부터 조급할 필요가 없어요.”
수영이 주는 또 다른 매력으로 그녀는 ‘함께 하는 사람들’을 꼽았다. 가족보다 더 함께하고,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많다 보니 이제는 서로의 숟가락 개수까지 알 정도가 됐다. 이런 소중한 인연을 더 뜻깊게 하기 위해 ‘울타리 봉사회’를 만들었고, 초창기부터 참여했던 서은희씨가 모임을 이끌어 나가고 있는 상태다.
그녀가 이 문화체육회관을 통해 접한 또 하나의 인연은 ‘압화(押花)’. 수강생으로 시작해 지금은 매주 금요일 직접 수강생들을 가르치는 강사가 됐다. 화원 프레스플라워 중앙회장으로도 활동 중이다.
“주변에서 만나자거나 밥을 산다고 해도 수영 수업과 시간이 겹치면 거절해요. 수영을 몸이 기억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수영 수업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소중하기도 하니까요. 1주일에 세 번 짧은 수업이지만, 이 시간이 제게 주는 영향은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너무나 소중합니다. 다른 분들에게도 꼭 권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