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분을 만난 건 제 행운이에요. 늘 우울했던 생활이 인숙 씨를 만나 즐거워졌어요.” 서울의 한 임대아파트 단지에서 만난 80세 할머니는 이인숙 씨의 손을 꼭 잡고 기자에게 자랑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를 만나고 생활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답답했던 삶이 어떻게 개선됐는지 이야기했다. 올해로 만 65세. 2014년부터 12년째 생활지원사로 활동하고 있는 이인숙 씨는 하루도 빠짐없이 어르신들의 안부를 챙긴다. 소속은 서울시 강남구노인통합지원센터. 현재 이 센터에는 그녀처럼 현장을 누비는 생활지원사가 88명에 달한다. 그가 이 일을 시
2023년 가을 어느 날. 서울대 캠퍼스 곳곳에 흥미로운 포스터가 붙었다. ‘시니어 비즈니스’에 관심 있는 학우들을 찾는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급하게 작성해 A4 용지에 출력한 포스터가 학생들의 주목을 받을 리 만무했다. 결과는 좋지 않았다. 그래도 작성자는 기죽지 않았다. 온라인에선 ‘종교단체 포교 아니냐’는 비아냥도 있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현재 시니어 비즈니스 업계에서 젊은 인재들의 화수분이라는 평가를 받는 학술 모임, ‘시니어퓨처’의 정동호(29) 대표 이야기다. “정말 그만두어야 하나 생각도 했죠. 그러다 시각디자인과
엄유진 ‘펀자이씨툰’ 작가, 일러스트레이터 “사진 촬영을 안 하고 제 그림으로 대신하면 안 될까요?” 카메라 앞에 서는 게 익숙치 않아 부끄럼에 쓰러질지 모른다던 엄유진 작가. 그런 그가 인터뷰를 마칠 무렵엔 “기자님들과 기념사진 찍어도 돼요?” 하며 먼저 카메라를 켠다. 타인의 좋은 면을 찾아내는 애정 어린 시선과 기록자의 성실한 기질이 태생적 낯가림을 이긴 것이다. 그의 팬들을 매료시킨 힘이다. 연필 끝으로 그린 일상에 그의 다정함이 오롯이 묻어난다. 저마다 병과 함께 산다 ‘펀자이씨툰’을 연재하는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 엄유
강학중 한국가정경영연구소 소장은 대교 대표이사라는 안정된 자리를 내려놓고, 인생 2막을 ‘가정’이라는 본질로 돌아갔다. 그는 말한다. 노년기 행복의 핵심은 돈도 건강도 아닌 ‘관계’라고. 부부는 작은 조직이고, 가족은 경영의 대상이며, 소통은 노력으로 길러지는 능력이라고. 인생의 반환점을 돌고 있는 시니어들에게 그는 “행복한 가족은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리더십도 필요하고, 대화도 연습이 필요하다”고 전한다. 가족을 선택한 남자, CEO에서 연구소장으로 강학중 소장은 대교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나 2000년 1월 1일, 한국가
7월 1일 요양보호사의 날을 맞아, 노인돌봄 현장에서 활약 중인 요양보호사 한 명을 만났다. 주인공은 케어링 주간보호센터 의왕점에서 근무 중인 이시윤(64) 팀장. 대기업 납품업체에서 관리직으로 오랜 기간 근무했던 그는 전혀 다른 분야인 요양보호사라는 직업에 뛰어들었다. 결정적인 계기는 어머니의 병간호였다. “병원에 입원해 계신 어머니를 보면서 늘 마음이 아팠어요. 내가 더 잘 돌볼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다가 요양보호사라는 직업을 알게 됐죠. 2015년에 자격증을 땄지만, 그때는 막상 현장으로 들어가기가 쉽지 않았어요.” 처음 접한
“솔직히 말하죠. 제 인생에서 지금이 가장 행복합니다. 은퇴 이후의 삶이 이렇게 신나고 재미있을 줄 알았다면 더 빨리 은퇴할 걸 그랬어요.” 대한민국의 굵직한 대기업에서 40여 년간 CEO와 임원으로 바쁘게 살아온 성상용 작가의 입에서 나온 뜻밖의 고백이다. 은퇴 후 더 활력 넘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그가 지난 3월 ‘은퇴, 불량한 반란’이라는 도발적인 책을 펴내며 화제가 되고 있다. ‘불량’이라는 단어를 택한 이유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했다. “좋은 사람, 착한 사람으로 사는 것도 훌륭하지만, 평생 선량하게만 사는 것은 억울하
마음속에 남아 있던 호기심들은 각기 하나의 점이 된다. 그것들은 길게 이어진 선을 따라 여행을 떠난다. 채송화 가득한 꽃밭을 지나기도 하고, 액정 화면 속 화소를 스쳐, 푸른 점이 홀로 떠 있는 우주 공간에 다다른다. 평생을 설계도 속 점과 선을 바라보며 싸워온 엔지니어의 작품은 이런 새로운 관점에서 감동을 준다. 수필가로 변신한 시니어 이원환 작가의 이야기다. 어릴 적 문학을 꿈꾸던 소년은 결국 생계를 위해 펜이 아닌 연장을 선택했다. 주변을 조금만 둘러보면 쉽게 만날 수 있는, 전후 세대에는 흔한 이야기다. 예술을 선망하던 많은
은퇴는 끝이 아니다. 스포츠가 남긴 땀과 기록은 이제 시니어 체육의 길을 밝힌다. ‘탁구 여제’로 불렸던 이에리사 휴먼스포츠 대표는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현장 한복판에 서 있다. 달라진 건 단 하나, 유니폼 대신 책임과 비전으로 무장했다는 점이다. 그는 오늘도 탁구채를 들고 시니어들의 손을 붙잡는다. “움직이는 몸에는 꿈이 있고, 그 꿈은 삶을 바꾼다”는 말을 실천 중이다. 낡은 탁구대가 만든 세계 챔피언 1970년대 한국 여자 탁구의 간판스타, 구기종목 사상 대한민국 최초의 세계대회 우승인 사라예보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단체
노인 인구 1000만 명 돌파, 초고령사회 진입,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속도. 우리 사회의 고령화와 관련한 수식어는 그 어느 국가보다 자극적이다. 여기에 우리가 노인을 존중하는 유교문화에 뿌리를 둔 사회라는 것을 고려하면, 시니어가 중심에 선 단체들의 활약이나 위세는 대단할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주명룡 대한은퇴자협회(KARP) 회장의 20여 년간의 분투기는 우리 사회 고령자 권익 보호의 실상을 말해주는 듯했다. 대한은퇴자협회(이하 KARP)는 의외의 장소에서 시작됐다. 바로 미국 뉴욕. 1996년 주명룡 뉴욕한인
아프기 전에 예방하는 것이 좋다는 건 누구나 알지만, 우리는 여전히 몸의 이상 신호를 감지해야만 병원을 찾는다. 오랜 시간 치료 중심이었던 의료가 예방으로 무게중심을 옮겨가고 있다. 그 변화의 한가운데 ‘웰니스(Wellness)’가 있다. “예방은 병을 막는 게 아니라, 나답게 오래 살아가기 위한 전략”이라고 말하는 이윤환 아주대학교 예방의학과 교수를 만나 노년의 미래에 예방과 웰니스가 미칠 영향을 이야기했다. 이윤환 교수는 현재 한국노년학회 회장으로도 활동 중이다. 서로 다른 길 끝에서 만나다 1948년 WHO는 건강에 대해 ‘
“노인이 행복해야 모든 사람이 행복해지고, 우리 사회가 바뀝니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은 ‘노인 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을 전담하는 공공기관이다. 2021년부터 기관을 이끌어온 김미곤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원장은 노인 일자리 정책의 중심은 “첫째도, 둘째도 노인의 행복”이라고 말한다. 지난 해 11월에 ‘노인 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다. 고령자 일자리 정책의 근거가 제도화되면서 노인들의 사회참여와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는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올해 ‘노인 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이
1925년 일제강점기 속에서 민족의 문화를 지키고자 탄생한 동춘서커스가 100주년을 맞았다. 한 세기를 거치는 동안 대중예술의 중심에 서기도 했고, 위기를 겪으며 명맥을 이어오기도 했다. “동춘서커스는 내 인생”이라고 말하는 박세환 단장. 60년간 자나 깨나 동춘서커스만 생각하며 살아온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국 대중예술의 시발점이자 중심 한국인의 흥과 열정을 담은 동춘서커스는 목포의 사업가 박동수 씨가 창설했다. ‘동춘’이라는 이름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 “봄은 동쪽에서 찾아온다는 의미다. 지금 생각해보면 겨울을 지내고
한 노인이 앉아 허공을 응시한다. 미국 변두리의 허름한 레스토랑, 바의 한구석. 앞에 놓인 콜라와 작은 빵 한 조각에는 관심이 없다는 듯. 그 반대편에는 노인을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동양인 청년이 있었다. 아침에도 같은 자리에 있었던 노인이 다시 저녁까지 해결하러 온 모양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종업원의 설명은 달랐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늘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라고, 떠나지 않고 시간을 보내는 것이라고 했다. “충격이었죠. 그래도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였으니까. 그런 부자 나라의 노인이 갈 곳 없어 하루 종일
‘뉴노멀(New Normal)’은 본디 특정 사건으로 시대가 변함에 따라 새로이 생긴 사회·경제적 표준을 의미하는 것으로, 국립국어원은 새로운 기준, 새로운 일상으로 표기했다. 이에 본지는 단순한 노화가 아니라 자신의 삶을 적극적으로 개척하며 의미 있는 활동을 지속하는 새로운 세대를 ‘뉴노멀 시니어’라 정의하고자 했다. 초고령사회에 접어든 한국 사회의 중심축이 된 이들에 대해 세 명의 전문가와 함께 이야기를 나눠봤다. Part 1. 뉴노멀 시니어에 대한 정의 진행자 최근 들어 ‘뉴노멀 시니어’라는 말이 자주 언급되고 있습니다. 이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 1965년생인 이기일 차관은 본인을 ‘41세’로 소개한다. 만 나이에 0.7을 곱한 값이 사회적 나이라고 하는 최근의 트렌드를 따른 것이다. 이 숫자에서 한창 일할 때라는 다부진 각오가 엿보인다. “할 수만 있다면 주말에도 일하고 싶다”는 그의 앞에는 저출산·고령화사회 대응과 국민연금 개혁, 노인 연령 상향 등 어느 하나 녹록지 않은 과제들이 쌓여 있다. 시급한 현안에 분초를 다투어 해결책을 모색해가는 이기일 차관을 만났다. 살필 곳 많아 명함만 12종 명함은 일하는 사람의 간판과도 같다. 어떤 일을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