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생 2모작을 준비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연사가 던진 질문에 객석이 순간 얼어붙었다. 노후 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여러 개 스쳐가지만 그중 가장 중요한 하나만 꼽으라니 주저할 수밖에 없다. 이들에겐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미래다.
지난 1월 14일 오산에 위치한 롯데인재개발원에서 의미 있는 행사가 열렸다. ‘나를 위한 두 번째 로드맵, 또 다른 본캐를 찾아서’라는 주제의 교육과정인데, 경기도수원교육지원청이 준비한 행사다. 수원시 내 교사들의 미래 인생 설계를 돕고 그 과정에서 자기 주도적 진로역량을 강화해, 개정 교육과정과 연계한 진로교육을 강화한다는 목적으로 마련됐다. 단순한 교육역량 강화 차원이 아닌, 교사들의 퇴직 후 인생 2모작에 대해 본격적으로 이야기해보는 기회를 갖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초·중·고와 특수학교 교원, 교육 전문직원 등 100여 명이 참여한 이번 행사는 교사 개인의 행복한 삶 설계와 교육 현장에서의 실질적 적용 방안을 모색하는 데 주력했다.
진로에 관한 다양한 관점의 통찰 제공
연수는 참여자들이 스스로 진로를 설계하고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강의식 전달을 최소화한 실습 중심의 교육과정으로 구성됐다. 특히 이번 연수는 각 분야 전문가가 강사로 초청되어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 참가자들에게 통찰과 실질적 도움을 제공했다.
첫날 강의는 최인한 시사일본연구소장이 맡아, 일본의 초고령사회 현황과 대응 전략을 소개했다. 그는 일본이 사회적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한 정책과 교육적 접근 방식을 설명하며, 이를 한국 사회와 교육 현장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제언했다.
이어 강연에 나선 손갑헌 GH컨설팅 대표는 참가자들이 자신의 삶과 경력을 재조명할 수 있는 자기 탐색 시간을 제공했다. 그는 온전한 자기 성찰과 탐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참가자들이 자신만의 생애 설계 구상을 구체화할 수 있도록 도왔다.
유현경 렛츠챌린지 대표는 창의력 개발과 창업 교육의 접목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그는 창업 교육을 통해 학생들에게 문제 해결력과 창의적 사고를 심어줄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며, 교사들이 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대표는 “학교 안과 밖에서의 생활은 차이가 많기 때문에, 오랜 기간 많은 준비를 해야 창업에서 성공할 수 있다”며 “돈을 생각하기보다는 경력을 바탕으로 잘하고 좋았던 것을 생각하면서, 수평적 사고로 주변 사람들을 고객처럼 대하는 연습을 해봐야 성취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 날 연수 과정에서는 김민식 전 MBC PD의 강연이 많은 관심을 모았다. 김민식 PD는 진로역량 개발의 필요성과 방법론에 대해 열정적으로 강의했다. 그는 자신의 경력 전환 과정을 소개하며, 교사들에게도 새로운 진로를 개척할 가능성이 있음을 강조했다. 특히 학생들에게 진로에 대한 열린 시각을 제공하기 위해 교사 스스로도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 PD는 “작은 목표를 조금씩 이뤄가는 과정을 통해 학생들이 성취감을 느끼며 인생을 바꿔나갈 수 있을 것”이라면서 “목표를 설정하고 달성을 위해 계획을 세우는 방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고령화로 변화하는 사회에서 평생 현역으로 산다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 노후의 인생 2모작을 준비하는 데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급여나 수입이 있을 때 준비해야 경제적으로 압박받지 않는 상태로 준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보 갈증 교원들 반응 뜨거워
마지막 강의는 정경아 로미브릭스 대표가 진행했다. 그는 학교 진로교육의 현재 상황을 진단하고, 이를 교육과정에 효과적으로 통합하는 실천적 방법을 제시했다.
연수에 참여한 교사들은 높은 만족도를 나타내며, “이번 연수를 통해 진로 설계와 교육과정 적용에 대한 실질적인 아이디어와 방향성을 얻을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또한 교사 스스로의 노후 준비 정보를 제공했다는 면에서도 많은 호응을 얻었다.
이번 연수 프로그램을 준비한 김선경 교육장은 “교원들의 노후 준비에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이 많아 참여한 교사들로부터 긍정적 소감과 함께 추가 프로그램 요청을 많이 들었다”며 “교원에게 특화된 퇴직 이후 삶에 대한 정보 제공이나 프로그램 개발에도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기도수원교육지원청은 이번 연수를 통해 교원들이 스스로의 진로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으며, 연수 이후에도 자료 제공과 네트워크 연계를 지속할 예정이다. 또한 이번 연수를 계기로 공유학교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교원과 지역사회가 협력하는 진로교육 모델을 확산시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인터뷰] 김선경 수원교육지원청 교육장“교사 자아 찾아야 학생 진로 밝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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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수원교육지원청이 주관한 ‘나를 위한 두 번째 로드맵, 또 다른 본캐를 찾아서’ 연수 현장에서 행사를 기획한 김선경 수원교육지원청 교육장을 만났다. 그는 이번 연수를 기획한 배경에 대해 “교사의 자기 성찰과 진로역량 강화를 통해 교직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교사의 진로역량 중요
김선경 교육장은 이번 연수의 취지에 대해, 교사가 학생들에게 진로교육을 효과적으로 제공하기 위해서는 먼저 교사 스스로 진로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임태희 경기도교육감께서 진로교육의 중요성을 계속 피력해왔는데, 그것을 보며 학생들의 진로교육을 위해서는 교사들의 자기 주도적 진로역량 강화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연수의 기획 의도를 밝혔다.
그는 학생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위해서는 교사가 먼저 자신의 삶을 성찰하고, 방향성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김 교육장은 교사의 자아와 관련된 문제도 지적했다. 그는 “한국 교사들은 사회적 자아, 즉 교사로서의 책임감과 의무에 과도하게 집중한 나머지 개인적 자아에 대해 고민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교사들은 스스로에게 ‘나는 누구인가?’,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혼란을 겪고 있다”면서 교사들이 무기력감과 공허함을 느끼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번 연수는 교사들에게 자기 자신을 돌아볼 기회를 제공하고, 개인적 자아와 사회적 자아 간의 균형을 찾을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주었다.
김 교육장은 “참여자 중에는 20~30대 젊은 교사부터 교감·교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있었다”며 이번 연수가 의미하는 것이 특정 세대만의 문제가 아님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젊은 교사들조차 제2의 인생과 자신의 미래를 고민하고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며, “과거에는 퇴직을 앞둔 교사들의 고민으로 여겼던 진로 설계 문제가 이제는 모든 세대의 교사들에게 중요한 주제가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속적 연수 시스템 구축 필요
경기도교육청 차원으로의 확대 가능성도 논의되고 있다. 김 교육장은 “수원교육지원청이 선도적으로 스타트를 끊었지만, 경기도교육청에서도 기본 과정, 심화 과정, 전문가 과정 등 체계적인 연수 과정을 계획 중”이라고 전했다.
김선경 교육장은 이번 연수가 현재의 교직 생활에 의미를 부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교사가 현재의 일에 의미를 부여하고, 자신의 삶과 직업의 연결고리를 찾는 것은 교직 생활을 더욱 즐겁고 보람 있게 만드는 힘”이라며 앞으로도 이러한 연수의 발전을 위해 고민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