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가 막힌 나만의 아지트 대공개] 우리 집에 두 개의 아지트가 있어요

기사입력 2016-09-07 16:28 기사수정 2016-09-07 16:28

▲필자의 아지트인 방. (변용도 동년기자)
▲필자의 아지트인 방. (변용도 동년기자)
“바람 부는 날이면

언덕에 올라

넓은 들을 바라보며

그 여인의 마지막 그 말 한마디

생각하며 웃음 짓네”

모던포크송인 New Christy Minstrels의 “Green green’을 번안한 투코리안즈가 불러 공전의 대히트를 하였던 “언덕에 올라”의 첫 구절이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로 주변 사람들과 어울리며 살아가야 하지만, 가끔은 홀로 있고 싶어질 때도 있다. 가사처럼 그리운 여인이 그리워지면 바람 부는 언덕에 올라 추억에 젖을 수 있다. 주변 사람들의 간섭이나 방해를 받지 않고 혼자 조용히 지낼 수 있는 장소가 필요하다. 분주한 일상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시간을 갖고 싶을 때, 뭔가에 몰입하고 싶을 때, 골치 아픈 일을 잊고 싶을 때 그런 공간이 있다면 생활에 활력을 줄 것이다. 바로 아지트다. 특히 삭막하면서도 콘크리트로 지어진 감옥 같은 도심 생활에서는 더 그렇다.

◇도심에 가까운 시골에 이층집 짓고

필자는 그런 공간으로 집안 2층에 마련된 침실 하나를 활용하고 있다. 지금은 아예 전용공간으로 굳어졌다. 2인용 침대 하나와 컴퓨터 책상이 붙어 있는 책장이 벽면에 세워져 있다. 창문으로 내다보면 서남쪽에 고봉산이 눈에 들어오고 지금은 누렇게 익어가는 논이 가을을 느끼게 한다. 저녁이면 창틀 사이로 초승달이 들어 앉고 보름이면 둥근 달이 친구 하자며 찾아온다. 처음에는 우리 부부의 침실이었다. 일산신도시 가까이 있는 전원풍의 마을에 자그마한 집을 지어 2년 전에 도심 아파트에서 이곳으로 옮겨왔다. 대지 100평에 건물 면적 17평으로 2층으로 하여 꽤 너른 옥탑방이 달렸다. 실상은 이 옥탑방을 필자의 작업실로 할 예정이었다. 전기세 등 관리비가 더 들게 되어서 가능하면 비용을 줄일 목적으로 2층 거실을 대신 사용해왔다. 1층은 주방과 거실로 평소 이곳에서 생활한다. 2층에 방 두 개를 들였고 그중 하나는 부부 침실로 사용하였다.

◇2층 침실에 컴퓨터 들여놓고 쓰다 보니

어느 겨울날 난방비 절감을 위하여 2층 거실에 있던 컴퓨터를 침실로 옮겼다, 필자의 작업공간이 옮겨진 셈이다. 또한, 침실을 우리 부부가 잘 사용하지 않게 된 이유도 한몫했다. 이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건강관리에 좋다는 황토로 만든 소파 겸 간이침대를 1층 거실에 들여놓았다. 겨울이면 전기로 난방을 하여 뜨끈한 온돌 역할을 하였다. 아내는 이곳을 좋아하게 되었다. TV를 보거나 친구들과 밤늦게 통화를 하기도 하며 필자의 간섭이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있는 장소가 되어 선호하게 되었다. 특히 2층을 올라오는 입구에 중간 문이 만들어져 있어 그 문을 닫으면 1층과 2층은 별개의 장소로 바뀐다. 한 지붕 아래 두 개의 아지트가 있는 셈이다. 나이가 들수록 서로에게 자유 시간을 주는 삶이 바람직하다. 졸혼(卒婚)이라는 시류가 있음도 구속에서 벗어나고 싶은 부인들의 욕망인지 모른다.

◇한 지붕 아래 아내와 필자의 아지트가 각각

필자는 사진작가다. 촬영한 사진을 컴퓨터에서 작업을 긴 시간 하여야 한다. 그리고 글쓰기와 강의를 위한 강의안을 만들기 위하여 컴퓨터 앞에 오래 앉아 있는 경우가 많다. 작업할 땐 외부로부터 방해 받지 않기를 바란다. 작업실이 필요한 이유다. 그뿐만 아니라 밤 늦게 작업하는 핇자로 말미암아 아내가 불편하기를 바라지 않는다. 필자 또한 안사람의 눈치나 간섭을 받지 않는 공간이 필요하다. 2층 침실을 이렇게 활용하다 보니 서로에게 편해졌다. 잠자리를 아직은 별실로 쓰지는 않지만, 한 지붕 아래 아내가 편한 공간, 필자에게 편한 공간이 따로 있게 되어 얼마나 편한지 모른다. 식사 준비가 되면 아내는 문자나 전화로 알림 하여 미소 짓게 한다. 작업하다 눈이 피로하면 창밖을 내다보면 자연 풍광이 눈을 시원하게 한다. 졸리면 곁에 있는 침대에 눕기도 한다. 아무렇게나 어질러 놓아도 간섭하지 않아서 좋은 점도 있다. 집안의 작업실, 필자의 아지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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