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가 막힌 나만의 아지트 대공개]다시 가고 싶은 다락방

기사입력 2016-09-12 09:45 기사수정 2016-09-12 09:45

▲다락방. (최원국 동년기자)
▲다락방. (최원국 동년기자)

누구나 세상을 벗어나 방해를 받지 않고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장소를 있어야 한다. 그래서 나만의 아지트가 필요하다. 사전적인 정의로 아지트는 좌익운동과정에서 관헌의 눈을 피하기 위하여 항상 이동하며 소재를 모르게 하고 비밀지령을 발하는 지하운동의 집합소이다. 좀 나쁜 의미이다. 밀실이 더 적당한 용어로 보인다.

상상의 나래를 펴던 곳

나만의 밀실은 다락방이다.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 시골 외가에서 살았고, 방학 때만 되면 내려가 놀다가 개학을 앞두고 돌아 온곤 했다. 동네 친구들과 들과 산을 뛰어 다니며 매미, 잠자리, 풍뎅이, 메뚜기 등의 곤충을 잡으며 재미있게 놀았다. 싫증을 잘 느끼는 성격 탓일까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곳을 찾다 발견한 곳이 다락방이었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예전에는 곡식이나 과일과 잡동사니를 보관하기 위해 농촌에 집집마다 다락방이 있었다. 세상과 거리를 두고 싶을 때 몰래 혼자 다락방에 들어가 곳감이나 사과 같은 과일을 먹었다. 숨바꼭질 할 때는 술래를 피해 숨기도 했다. 다락방에 들어가 있으면 마음이 편했다. 친구들과 몇 명이 들어가기도 했으나 주로 혼자 들어갔다. 창문을 통해 하늘을 보기도 하고 이 생각 저 생각하다 잠이 들어 행방불명이 되었다고 소동이 난 적도 있었다. 거기서 새로운 활력을 얻어 다시 세상으로 돌아왔다.

몰래 책을 보던 곳

서울 집에도 조그만 다락방이 있었다. 거기서 문학전집이나 책을 보았다. 내성적이고 낯을 많이 가려 친구가 별로 없었기 때문에 외로움을 달래려고 책에 빠졌던 것 같다. 컴컴한 곳에서 몰래 책을 보는 재미가 솔솔했다. 초등학교 시절에 수준에 뜻도 모르면서 습관적으로 세계 문학전집과 철학책을 읽었다. 나중에 고둥학교에서 문학을 배울 때 그때 읽은 문학작품이 도움이 되었다. 어두운 곳에서 오랫동안 책을 보다 눈이 나빠졌지만 독서습관이 형성되어 학창시절에는 공부로 인해 별 어려움을 겪지 않은 것 같다. 아이들에게 과외보다 책 읽는 습관을 길러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여 고수하고 있다.

마음의 다락방

집 구조가 바뀌어 다락방이 없어졌다. 아쉽다. 그래도 다락방이라는 명칭은 존재하니 다행이다. 대학교 기독학생 동아리 명칭이 다락방이었던 것이 인상적이었다. 세상을 피해서 기독교인만의 시간을 가진다는 의미가 있었을까. 다락방은 없어졌지만 머리가 복잡할 때나 마음이 울분이나 격정으로 안정이 안 될 때는 다락방이 필요해 다른 대안을 찾기 시작했다. 지인이 없는 도서관이나 골방이 그것이다. 그곳에 가서 외부와의 접촉을 단절하고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고 나면 지친 심신의 활력을 회복한다. 더 발전하여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어디든 집중하여 자신만의 세계에 들어갈 수 있는 곳이면 다락방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자신에게 집중하는 훈련을 통해 사무실도 전철안도 거리도 다락방이 된다. 일명 마음의 다락방이다. 다락방은 그리워도 더 이상 가기가 어렵다. 추억의 다락방이다. 집을 새로 지을 때 다락방을 만들어 그곳에서 추억을 또 올리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것을 상상하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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