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사무실 썼지만 불편
집에만 있을 때 가장 문제는 집중이 안 되는 것이다. TV도 켜고 냉장고 문도 자주 열게 된다. 낮잠을 자거나 쓸데없는 일에 시간을 낭비한다. 무엇보다 세수도 안 하고 옷도 신경 쓰지 않게 된다. 운동 부족 현상도 당연히 생긴다. 외로움으로 우울증이 생길 우려도 있다.
그래서 번역 일을 그만두기로 했다. 일단 밖으로 나오기로 했다. 아침밥을 먹고 나면 집에서 나오는 일과를 만들어야 했다. 현역 때 실무 경험과 영어 덕분에 스포츠용품 회사가 많은 서울 동대문 지역에 소일 겸 나가게 되었다. 경영 자문도 해주고 외국인이 오면 통역도 해주었다. 점심은 저절로 해결되고 저녁에는 술자리도 이어졌다. 그러나 영세 기업이라 오래가지 못하고 곧 문을 닫았다. 다른 몇몇 곳에 다시 취업했으나 마찬가지였다.
남의 사무실에 앉아 글이나 쓰고 있는 사람의 존재가 예뻐 보일 리도 없다. 사장과의 친분 때문에 자리 하나 내준 것이지만 새로 신입 사원이라도 들어오면 늘 자리가 흔들렸다.
◇공유 사무실 찾아 대만족
결국 컴퓨터 놓인 책상 하나 사용하는 쉐어 오피스를 물색했다. 혼자 사무실을 임차하면 부담이 크니 여러 사람이 사무실을 공유해서 쓰고 사용료를 나눠 내는 것이다. 비슷한 종류인 소호 오피스는 공동 비서도 쓰고 해서 좋지만 비용이 비싸다. 필자처럼 글이나 쓰는 사람이 비서 월급까지 나눠 낼 필요는 없는 것이다. 쉐어 오피스는 철저히 월 사용료만 낸다. 월 10만 원부터 20만 원 수준이다. 24시간 사용할 수 있고 주말이나 명절 연휴에도 눈치 안 보고 사용이 가능하다.
다행히 집 근처 거여역 부근에 쉐어 오피스를 찾았다. 이번 여름은 유난히 더웠지만 쉐어 오피스에서 에어컨 빵빵 틀어 놓고 밤늦게까지 글을 써 더운 줄도 몰랐다. 아마 올여름에는 에어컨 사용료만 해도 본전 이상 뽑았을 것 같다. 같이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필자가 가장 연장자라 에어컨 틀어놨다고 눈치 볼 필요 없었다. 평일에는 바빠서 자리를 자주 비우지만, 주말에는 혼자 쓰는 아지트이다. 특히 명절 연휴에는 밀린 글쓰기를 하기에
최적의 장소이다. 교통도 편리하고 주변 물가도 싸서 모임도 주변에서 자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