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은 눈의 계절이다. 온 천하를 하얗게 덮는 눈, 이 눈을 노래한 글에 어떠한 작품이 있을까?
유구한 중국의 문장들 중 눈을 노래한 최고의 문장은 단연 남북조시대 사혜련(謝惠連)이 지은 <설부(雪賦)>이다. ‘(흰 눈이 천지를 덮으니) 뜰에는 옥 섬돌이 늘어서고, 숲에는 옥 나무가 솟아나, 백학(白鶴)이 그 깨끗함을 빼앗기고, 백한(白鷳: 흰 꿩)이 그 색을 잃어버린다(庭列瑤階 林挺瓊樹 皓鶴奪鮮 白鷳失素)’란 표현이 압권으로 꼽힌다.
그 다음, 눈을 노래한 한시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당송팔대가 중의 한 명으로 손꼽히는 당(唐)나라 문인 유종원(柳宗元: 773~819)의 <江雪(강설)>이 가장 유명한 시 중의 하나이다.
千山鳥飛絶(천산조비절) 온 산에 새들도 날지 않고
萬徑人踪滅(만경인종멸) 모든 길엔 사람 발길 끊겼도다
孤舟蓑笠翁(고주사립옹) 외로운 배에 도롱이 삿갓 쓴 노인
獨釣寒江雪(독조한강설) 홀로 차가운 강에서 낚시질하네.
이 시는 매우 회화(繪畵)적인 작품이다. ‘千(천)’과 ‘萬(만)’이란 단어와 대비, ‘孤(고)’와 ‘獨(독)’을 강조하여, 마치 현실세계가 아닌 듯 완벽히 고요한 눈 내린 환상의 세계를 그려내고 있다. 반면에, 같은 시기 백거이(白居易: 772~846)의 <夜雪(야설)>이란 다음의 시는 매우 청각(聽覺)적인 작품이다.
已訝衾枕冷(이아금침냉) 잠자리가 유난히도 차가워
復見牕戶明(부견창호명) 문득 창문을 바라보니 훤하기도 하여라
夜深知雪重(야심지설중) 깊은 밤, 내린 눈이 적지 않음은
時聞折竹聲(시문절죽성) 간간이 대나무 부러지는 소리로 알 수가 있네.
마치 간간이 대나무가 ‘우지끈!’ 하고 부러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지 않은가? 우리나라 한시 가운데 유명한 것은 영조 때 이양연(李亮淵: 1771~1853)의 <踏雪野中去(답설야중거)>란 시가 있다. (일설에는 서산대사의 작품으로도 알려져 있다)
踏雪野中去(답설야중거) 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
不須胡亂行(불수호란행) 잠시라도 함부로 어지럽게 걷지 말라
今日我行跡(금일아행적) 오늘 내가 남긴 이 발자국은
遂作後人程(수작후인정) 뒤에 오는 이의 길잡이가 될 것이니까.
그 다음, 조선 후기 김삿갓으로 널리 알려진 김병연(金炳淵: 1807~1863)의 <雪(설)>이란 시도 있다. 김삿갓은 매우 해학적인 시를 많이 썼으나, 아래와 같은 뛰어난 시도 남긴 대단한 시인이었다.
天皇崩乎人皇崩(천황붕호인황붕) 하늘 임금 죽으셨나, 땅의 임금 죽었는가?
萬樹靑山皆被服(만수청산개피복) 푸른 산, 나무마다 모두 소복 입었네
明日若使陽來弔(명일약사양래조) 밝은 날 해님더러 조문하게 한다면
家家檐前淚滴滴(가가첨전루적적) 집집마다 처마 끝엔 눈물 뚝뚝 떨어지리.
마지막으로, 백범(白凡)이 남긴 <恐誤後來者(공오후래자)>란 시를 보자. 선구자로서의 무거운 책임감을 토로한 시이다.
雪朝夜中行(설조야중행) 눈 내리는 새벽, 어둠을 헤치며 나아가노라
開路自我始(개로자아시) 길을 여는 것은 나로부터 시작되노니
不敢錯一恐(불감착일공) 한 번 그르칠 것은 두렵지 않으나
恐誤後來者(공오후래자) 뒤따르는 자들이 그릇될까 두려울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