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의 고전 중에는 남녀 간의 애틋한 사랑을 노래한 시가 많지 않다. 남녀 간의 사랑을 드러내어 노래하는 것은 소위 ‘남녀상열지사(男女相悅之詞)’라 하여 멀리한 유교의 전통이 강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다음에 소개할 대시인 도연명(陶淵明)의 아름답기 짝이 없는 사랑의 노래, ‘한정부(閒情賦)’는 매우 특이하다. 도연명은 살아생전에는 무명에 가까운 문인으로, 빈한한 삶을 산 불우한 사람이다. 그의 사후 도연명을 발굴해낸 인물이 바로 남조(南朝) 양(梁)나라의 소명태자(昭明太子) 소통(蕭統)이었다. 그가 직접 쓴 <도연명집서(陶淵明集序)>라는 글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나는 도연명의 글을 좋아하여 손에서 놓지 못하였고, 항상 그 덕을 떠올리며 동시대에 살지 못함을 한스러워하였다[恨不同時]...그러나 그의 작품 중 옥에 작은 티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한정부’ 한 편으로,...어찌하여 그가 (이런 글을 짓기 위해) 그 붓끝을 놀려야 했던가?[搖其筆端] 애석하구나! 이는 차라리 없는 것이 좋겠다.”
‘한정부’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까? 흔히 ‘도연명의 열 가지 소원’으로 불리는 다음 내용이 그 압권이다.
“1)바라건대 그대의 옷깃이 되고 싶소...꽃다운 얼굴의 남은 향기를 품고자 하오나, 비단 옷깃을 저녁이 되어 벗어버림이 슬프고, 가을 밤 다하지 못함이 한스럽다오. 2)바라건대 그대 치마의 허리띠 되고자 하오...아름다운 가는 허리 묶고 싶으나, 서러워라 추위와 더위의 변덕스런 날씨에, 수시로 옷을 벗고 새 옷을 갈아입겠지요. 3)바라건대 머리카락에 바르는 기름이 되고 싶소...어깨에 드리운 검은 머리 빛내고자 하오만, 어여쁜 임이 자주 머리를 감으시니, 맑은 물에 씻기어 버릴 것이 서럽다오. 4)바라건대 눈썹 위에 칠하는 먹이 되고 싶소...임의 눈매를 따라 살풋살풋 움직이고자 하오. 연지와 분이 더욱 아름다워, 때로는 아름다운 화장에 지워질까 애달프다오. 5)바라건대 왕골로 만든 자리가 되려 하오...삼추의 선선한 계절에 여린 몸 쉬게 하고 싶소만, 아름다운 이불로 바뀌어, 해를 넘기고 찾게 될 것이 슬프다오. 6)원컨대 명주가 될 테니 신으로 삼아주오...고운 발에 붙어 돌아다니고 싶사오만 행동거지에 절도가 있어 쓸쓸히 침대머리에 벗어둘 것이 슬프다오. 7)원컨대 대낮에는 그대의 그림자 되고 싶소...언제나 임의 몸을 따라 여기저기 쫓아다니고 싶으나 높은 나무 그늘이 짙어서, 때때로 함께 할 수 없음이 한스럽다오. 8)원컨대 밤에는 등불(관솔불)이 되겠소...두 기둥 사이에서 옥 같은 얼굴 비추고 싶소만, 태양이 빛을 펼치면, 문득 빛은 스러지고 밝음이 묻혀버릴까 슬프다오. 9)바라건대 대나무라면 부채가 되고 싶소...부드럽게 쥐고 흔들어주면 시원한 바람을 머금고 싶으나 백로라 흰서리 내릴 때면 소매부리에서 멀리 떨어질 것이 슬프다오. 10)원컨대 내가 나무라면 오동나무가 되겠소...무릎 위에서 울리는 오동나무가 되려오. 즐거움이 극에 달하면 슬픔이 온다는데, 나를 밀어내고 연주를 그침이 슬프다오.”
문제는 도연명이라는 대시인이 이토록 애틋한 사랑을 표현한 대상이 누구였는지가 명확치 않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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