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와 함께하는 북人북] 세상이 변해도 바뀌지 않는 인간의 굴레 <탈바꿈의 동양고전>

기사입력 2015-08-26 14:27 기사수정 2015-08-26 14:27

오종남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

▲오종남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이태인 기자 teinny@)

2500년 전 공자의 말씀이 현대인들에게도 공감을 사는 이유는 뭘까? “그거야 사람 사는 게 다 똑같으니까 그렇지.” 오종남(吳鍾南·63)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의 대답은 간단했다. 그는 ‘세상에서 나만 힘들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탈바꿈의 동양고전(이건주 지음)>을 권한다. 왜냐, 기원전에 살았던 공자도, 21세기를 사는 우리도 인생이 고달픈 것은 매한가지이기 때문이다.

이지혜 기자 jyelee@etoday.co.kr


이 책이 언제 그의 손에 들렸는지는 모른다. 그건 불분명하지만 어쨌든 최근 읽었던 책 중에 가장 그의 마음에 드는 책이다. 논어, 맹자, 대학 등 다양한 고전을 읽어봤지만 이토록 쉽고 명쾌하게 고전을 요약해놓은 책은 없었다.

“책의 저자가 나보다 한 10년쯤은 젊은 사람인데, ‘이야, 참 멋있는 책을 썼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나도 여러 번 읽고 주변에도 많이 선물해줬죠. 제가 IMF 상임이사 시절에 IMF 총재가 제주에서 열리는 연차총회에 가는 길에 잠시 서울을 들른 적이 있어요. 그때 서울을 보여주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남산을 모시고 올라갔죠. 서울의 역사와 한강의 기적이 한눈에 보이는 곳이니까요. 이 책도 그런 책이에요. 논어, 맹자, 손자병법, 도덕경, 중용, 대학이 한 권에, 그것도 쉽게 읽어볼 수 있게 돼 있잖아요. 고전을 읽어본 사람이든 아니든 읽어보면 도움이 될 만한 책이죠.”


옥불탁 불성기(玉不琢 不成器), 인불학 부지도(人不學 不知道)

‘옥은 쪼지 않으면 그릇이 되지 못하고, 사람은 배우지 않으면 길을 모른다’는 뜻으로 예기(禮記)에 나오는 말이다. 오 고문은 이 말을 곱씹어 본다.

“대개 지식이 있는 사람은 지혜가 없어요. 사람들이 지식이 많은 사람을 존경하는 것은 아니죠. 배운다[學]는 것도 지식을 학습하라는 게 아녜요. 지식은 요즘 스마트폰에 다 있잖아요. 그렇다고 운전면허 따듯 기술을 배우라는 뜻도 아니죠. 사람으로서 사람다운 사람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길[道)]을 깨치라는 거예요. 사람이 지혜를 배우려 하지 않으면 인간으로서의 도리를 몰라요. 나는 그런 의미로 ‘인불학 부지도’를 해석하고 있어요.”


▲오종남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이태인 기자 teinny@)


성공하는 사람?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

그는 중년이 되고 나서 성공이라는 게 참 간단한 거라는 걸 깨달았다고 한다. 성공하는 사람이 되려면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이 되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가령 장사를 하더라도 손님이 다시 찾아와야 성공하는 것이고, 잡지를 보고도 다음 달에 또 보고 싶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것도 아주 간단해요. 예를 들어, 부탁이 있을 때만 연락이 오는 친구를 A라 하고, 내가 필요할 때 전화를 걸어 수다 떨고 싶은 친구를 B라 합시다. 본인 입장에서 어떤 친구가 더 좋겠어요? 당연히 B겠죠. 그렇다면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이 되려면 어떻게 하느냐. 내가 B가 되는 거죠. 자기가 B같은 사람이 될 수 있을 때 성공하는 거예요.”

그는 또 한 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바로 ‘적자생존(赤字生存)’이다. 적자를 보는 게 성공하는 사람으로 생존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여기엔 타임 스팬(time span), 즉 기간을 얼마로 보느냐가 관건이다. “요즘 친구들은 주로 더치페이를 하죠. 만약 친구와 밥을 먹는데 오늘 내가 밥을 샀어요. 당장 오늘은 마이너스겠죠. 그럼 그 다음번에 그 친구가 ‘저번에는 네가 샀으니 이번에는 내가 사마’라고 할 거 아녜요. 그게 인간의 염치라는 거니까요. 그러면 다시 플러스가 돼서 결국 0이 되겠죠. 돈은 똑같이 들겠지만 더치페이를 할 때는 없던 정이라는 것이 생기는 거잖아요. 그러니 오늘 적자라 해서 결코 손해 보는 게 아니라는 거죠. 얼마나 멀리 내다보고 있느냐가 중요해요.”

그래도 염치없는 인간을 만나 나에게 마이너스가 되면 안 되지 않느냐고 묻자 그는 “그럴 때는 그냥 손해 보는 거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사람들이 ‘잘 될 거야’라고 생각하는 게 긍정적 사고라고 착각해요. 되긴 뭐가 되겠어요. 안 되면 안 되는 거지. 그게 아니라 뭐가 안 되더라도 ‘그래 그런 거지 뭐’ 하고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마음가짐, 그게 긍정적인 거예요. 그러니 혹시 손해를 보더라도 그거에 집착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좋겠어요.”


▲오종남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의 2년 급여 1원이 들어 있는 기념패.(이태인 기자 teinny@)

유니세프 사무총장 오종남의 2년 급여 ‘1원’

2013년 2월부터 2015년 3월까지 2년 여를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사무총장직을 수행한 그가 받은 총 급여는 단돈 1원이다. 그는 보람으로 일구어낸 1원을 급여통장이 아닌 1원이 박혀 있는 기념패로 대신 받았다.

“내 본업은 김앤장 고문이에요. 그 외의 일들도 많이 겸하고 있지만 본업 외에는 원칙적으로 다 봉사라고 생각해요. 근데 규정상 유니세프 사무총장은 보수를 받게 돼 있다지 뭐예요? 나는 받고 싶지 않았는데 꼭 받아야 한다고 하니 ‘그럼 나 1원만 줘라’ 그런 거죠.”

연봉 1억원을 받는 사람은 수없이 많겠지만, 그처럼 연봉 1원을 받는 사람이 있을까? 1원을 받고도 이토록 행복한 사람은 또 있을까? 그는 급여로 환산할 수 없을 만큼 보람되고 행복한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어렸을 때 커다란 드럼통에 옥수수 전분 같은 것을 잔뜩 넣고 죽처럼 끓여 먹곤 했거든요. 나중에야 깨달았는데 그때 그 죽이며, 공책, 연필 등이 다 유니세프에서 온 것이더라고요. 그 죽을 먹고 자란 내가 사무총장이 돼서 아프리카나 라오스에 있는 아이들을 도울 수 있으니 얼마나 행복해요. 돕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아세요? 돕는다는 것은 말이죠, 도움을 받는 사람 이전에 도움을 주는 사람이 행복해야 해요. 다들 그런 감정을 느끼며 행복을 나누고 실천한다면 우리 사회가 더 건강해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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