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이 지난 2일 이스타항공 지분 51.17% 취득을 결정하며 공룡 저비용항공사(LCC)로 변신했다. 국제선 시장점유율(승객수 기준)으로 3위가 7위 업체를 인수한 것이다. 2위인 아시아나항공과의 격차는 2.7%포인트로 좁혀졌고, 4위인 진에어와의 격차는 7.0%로 벌어졌다.
◇당장 재무부담 눈 여겨 봐야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을 인수하자 항공업계를 주시하던 투자자들의 관심도 동반 상승했다. 지난 2일 종가기준 1만9950원이었던 제주항공 주가는 다음 거래일인 3일 2만1350원으로 1400원(7.02%)이 올랐다. 최근 몇 년 사이 최저가를 기록한 지난달 24일(1만9300원)보다는 10.62%가 뛴 셈이다.
하지만 투자 전문가들은 제주항공의 중장기 구조조정 효과보다 당장의 재무 부담을 눈 여겨 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지난달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국제선 여객수는 전년 동월 대비 각각 51%, 64% 역신장한 상황이라 올 1분기 대규모 영업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인수만으로 제주항공을 LCC 재편의 승자라고 확신하는 건 아직 이르다”며 “이스타항공을 정상화시킬 만큼 재무 체력에 문제가 없음을 증명해야 하는 것이 향후 주가 반등을 위한 선결 과제”라고 진단했다.
또한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도 악재다. 지난달 28일 기준 27개국이 코로나19로 인한 한국인 입국금지 조치를 시행 중이다. 더 이상 한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타나지 않을 때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중장기적 관점으로 접근해야
다만 이스타항공을 인수한 제주항공이 LCC업계에서 독보적인 1등이 될 것이라는 점은 기대할 만하다.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2019년 말 기준 항공기 운용대수는 각각 45대, 23대로 두 항공사의 항공기 운용대수를 더하면 전체 시장의 40% 수준까지 상승한다.
특히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인수로 매출 증가와 비용 절감 두 마리 토끼를 잡을 것으로 보인다. 제주항공은 같은 노선에서 경쟁사 대비 다양한 시간대의 운항이 가능해진다. 이스타항공 인수로 추가 슬롯을 확보하는 효과도 발생해 매출 증가로 이어질 전망이다.
또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대비 신용도가 높아 항공기를 공동으로 리스하면서 비용을 절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외주로 진행된 이스타항공의 정비도 제주항공의 인력으로 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항공여객수요가 정상화되면 이익 레버리지가 가장 클 것으로 기대된다.
하준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7월부터 지속되는 일본 불매운동에 이어 올 1월 코로나19 사태까지 더해져 현재 항공운송업체들이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마무리되고 올 하반기 이연된 여행수요가 추가돼 항공여객수요가 급증하면 LCC업체 중 제주항공의 이익 레버리지가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한편 하이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제주항공에 대한 투자의견으로 각각 ‘매수’와 목표주가 3만 원, 3만4000원을 유지했다. 삼성증권과 대신증권은 각각 목표주가 2만5000원을 내놨다. 지난 3일 제주항공은 2만1350원에 거래를 마쳤다.